채우는 데에 몰두하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1750년 조현명(趙顯命 :1690 -1752)은 영조대왕의 명으로 영의정에 오른 후 아내가 사망하게 되자, 많은 조문객이 찾아들었다.
권세가 있으니 중앙과 지방 각처의 벼슬아치들이 이때다 하고 많은 부의금을 가지고 문전성시를 이루니 장관이었다 한다.
장례가 끝난 후 집사가 부의록을 가지고 와서 보고한다. "부의금이 많이 들어 왔습니다. 이 돈으로 땅을 사 두시면 좋겠습니다" 하니 조현명 정승이 물었다. "큰 아이는 무엇이라고 말 하던가?“
집사가 대답했다. "맏상주님께서도 그거 좋은 생각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자 조현명은 화가 치밀어 그 날 저녁 술을 대취하게 마시고 몽둥이를 들고 아들들을 모두 불러들여 꿇어 앉혔다, 그리고 꾸짖는다.
"이 못난 자식들아 부조금으로 들어온 재물로 땅을 사려 하다니 부모의 상을 이익으로 생각하고 한밑천 잡으려는 수작이구나. 내가 명색이 정승인데 땅을 못 사 굶어 죽기야 하겠느냐? 내가 죽으면 제사 지내 줄 놈도 없겠구나" 하면서 집안이 기울어 짐을 한탄하며 몽둥이로 자식들을 매우 패주며 땅을 치고 통곡했다.
이튿날 부의금으로 들어온 모든 재물을 가난한 집안과 헐벗은 이웃과 곤궁한 친구들에게 골고루 나눠 주었다 한다.
청(淸)나라 서예가 판교(板橋) 정섭(鄭燮)이 유현이라는 고을의 현령으로 있을 때의 일이다. 고향에서 아우가 편지를 보내왔다.
집 담장 때문에 옆집과 재판을 해야 하는데 형님께서 현감에게 잘 부탁을 해서 승소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편지였다.
정섭은 답장 대신 다음과 같은 시(詩) 한 수를 지어서 보냈다.
"천리 길에 글을 보냄이 담장 하나 때문이니. 담장하나 양보하면 또 무슨 상관인가. 만리 쌓은 장성은 여태 남아 있지만. 당년에 진시황은 보지도 못했다네."
이와함께 끽휴시복(喫虧是福)이라는 네 글자를 써 보냈다고 한다. 풀이하면 "밑지는 게 복" 이라는 뜻이리라. 그리고 그 아래 풀이 글을 이렇게 썼다. "가득함은 덜어냄의 기미요. 빈 것은 채움의 출발점이다. 내게서 덜어내면 남에게 채워진다. 밖으로는 인정의 평온을 얻고. 안으로는 내 마음의 편안함을 얻는다. 평온하고 편안하니.복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서신을 받은 아우는 부끄러워하며 소송을 포기했다. 손해를 보고, 양보하고 나면 마음의 평안이 있음을 많은 사람들이 경험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행복하고 성공하지, 악(惡)한 사람들이 행복하고 성공 할 수는 절대 없다.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봐도 최순실은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손해를 보거나 희생한 것은 없고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에 몰두했고 그 결과 현재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이 두 사람이 얼마나 가까운 사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은 서로를 위해, 타인을 위해, 국민들을 위해 양보하고 희생하지 않고 자신들을 위해 채우는 데에 몰두했다. 그 결과는 국정 농단으로 인한 민주주의의 위기, 정권 붕괴 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