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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정성수]죽은 자의 휘파람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6년 11월 15일
 
↑↑ 정성수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장,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겸 경기지역위원회 회장
ⓒ (주)포천신문사 
그렇다, 먼 어느 날
오늘처럼 하늘 서슬 시퍼런 가을날
내 죽으면 
 
푸르스름한 이내 낀 저녁 바라보며
휘파람을 불고 싶다 
 
부풀어오른 홍시가 야윈 가지 끝에서
내 붉은 심장처럼 땅 위로 떨어지고 
 
어지러운 발자국이 떠돌던 마을
한 개의 단단한 씨앗을 묻을 때 
질긴 모가지
소리없이 방바닥 위로 늘어지면 
 
눈썹 끝이 다스운 봄날 오후
아름다운 사람들이 사는 거리를 거닐며
이미 무거워진 바바리코트 벗듯
망가진 육신 지상에 내려놓고 
 
투명한 영혼 하나 떠올라
잠시 낯선 생각에 잠겨
전쟁과 가난과 혁명의 시대를
슬픔과 기쁨으로 건너온
황인종 사나이의 껍질 내려다보다가 
 
죽음이란 이렇게도 가벼운 것이구나
내 찢어진 영혼의 집합체
그 중량을 저울질해 보다가 
돌아가야 할 저 무명의 길
꽃잎 이우는 뒷모습 조금씩 지우면서 
 
산다는 것은
젊은날의 유서 같은 것 
 
가을바람 부는 허공 사이에 홀로 서서
나직이 휘파람을 불고 싶다.

정성수 /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장,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겸 경기지역위원회 회장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6년 1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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