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호위는 여우가[狐] 호랑이의[虎] 위세를[威] 빌린다[假]'는 뜻으로 실력도 없는 사람이 윗사람의 권세(權勢)를 이용해서 허세(虛勢)와 세도(勢道)를 부린다는 의미다.
호랑이에게 잡혀먹히게 된 여우가 말했다. 나는 옥황상제가 동물의 왕이라 하였는데 네가 나를 잡아먹으면 신의 노여움을 살 것이다. 이말은 들은 호랑이는 기가막혀 증명해보라고 하였다. 그러자 여우가 "그럼 나를 따라와라 모든 동물이 나를보고 도망갈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에 호랑이가 여우를 따라가보니 정말 동물들이 모두 도망가는것이 아닌가? 동물들은 사실 여우때문에 도망간것이 아니라 호랑이를 보고 도망간 것이나 호랑이는 이 사실을 깨닭지 못하고 여우때문으로 착각하였다.
우리는 여기에서 두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는 정권에 편승하여 아부하는 집단(혹은 개인)과 이를 빌미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자이다. 이를 간신이라고 말하며 이러한 간신들은 교언영색으로 사람들을 홀린다. 오늘날 친일정부가 권력을 잡고 득세를 하니 이러한 간신들이 득실거린다. 반대론자를 무조건 빨갱이,종북, 공산당, 좌파, 용공이라는 말로 매도하고 입을 틀어막는 일에 앞장선다. 심지어는 반대론자는 무조건 고소 고발로 일관하며 북쪽에 가서 살라고 말한다.
서양에서는 16세기 초 분열된 이탈리아에서 활약한 마키아벨리가 정치적 경험을 통해 주목받을 만한 저술을 남겼는데, 21세기를 맞이한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의 사상과 술책은 세계와 우리나라에도 여전히 깊숙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는 과거 화려했던 로마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은 열망 속에 외세의 간섭을 배제하고 통일 이탈리아를 향한 공화국의 건설을 꿈꾸면서 그 실현 수단으로 권력은 군주(또는 통치자)에게 효과적으로 집중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통치자가 국민 전체의 이익을 결과적 성취로 보여줄 필요가 있으며 지속적 통치와 복종을 이끌어내기 위해 변덕스러운 국민에게 증오의 대상이 될 필요는 없지만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치자의 덕목은 국가를 위한 것이기만 하면 도덕적 덕목에서 멀수록 좋다고 여긴 것이다.
이제 우리의 정치행태를 마키아벨리즘의 거울에 비추어보면 먼저 박근혜정부는 그 충실한 추종자라고 여겨진다. 일단 국민과 청년을 위한 정부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 진보의 아이콘인 사회개혁도 수행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력하게 풍기고 있다. 경제민주화와 사회복지를 천명하여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선별적인 복지를 찔끔찔끔 펼치고 있는데, 진영 내부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외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과감하게 도려내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충직한 추종자들에게는 언어적 마술을 동원하여 진실한 정치인들이라고 포장하고 있으니 어찌 더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이미지 정치는 단기 효과를 낼뿐 끝내는 좌절되고 마는 것이 운명이다.
그렇다면 최근 들어 안철수 역시 마키아벨리즘의 부정적 양태를 닮아가고 있다고 여겨진다. 하나는 국민을 위한 새정치를 외형적 이미지로 풍기고 있을 뿐 실제로 이를 구현할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통치자가 되는 길로 들어서고자 호남의 지역정치에 슬쩍 편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는 당의 혁신을 위해 호남의 기득권 정치를 청산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는데, 안철수는 청산 대상으로 지목된 세력의 호가호위를 받으며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탄탄하게 다지는 행보를 취하고 있으니 놀라울 뿐이다. 구태정치의 늪에 발을 깊숙이 담그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 시각에서는 그럴싸한 이미지를 가진 인물이 누구냐는 것보다는 누가되었든 통치의 반열에 올라섰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해내느냐에 실제 관심이 놓여 있다고 할 것이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군웅할거의 패권 다툼이나 중세의 타락한 종교정치가 국가의 존망을 위태롭게 함으로써 사태가 최악으로 흘러가는 것을 차단하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국가의 효율적 통치를 위해 여우의 간계도 적극 권장하는 정치책략을 주문하고 있기 때문에 누가 뭐래도 구태정치의 표본일 뿐이다. 최악은 마땅히 피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차악(次惡)에 머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사회를 더욱 밝고 희망찬 곳으로 인도하려면 새로운 정치사상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정치에서도 호랑이를 앞세운 측근 여우들의 권력과 ‘보수냐? 진보냐?, 좌인가? 우인가?, 전라도냐? 경상도냐?, SKY냐? 아니냐?, 금수저인가? 흙수저인가?’ 이렇듯 그물망 같은 금그으기 정치를 배제하고 권력자의 그늘에서 국가 발전을 저해하는 개인의 이익과 사리사욕에 눈먼 자들을 척결해야 한다.
한 가장의 몰락은 최소 30년을 힘들게 하지만 잘못된 지도자의 흔적은 백 년을 간다 한다.
근대화의 여명을 뚫고 올라선 한국 사회가 이제는 최선을 지향하는 차선(次善)의 지평에 이를 때가 되었고, 이를 위해서 정치가 전면적으로 새롭게 재구축되는 계기를 맞이하기를 고대한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치는 인물이 아니라 희망을 품은 정치적 가치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