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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부사의] 분경(奔競)과 양심(良心)

청탁은 양심의 문제
이규임 기자 / 입력 : 2016년 10월 21일
 
↑↑ 이규임 한국영상제작학회 명예회장
ⓒ (주)포천신문사 
세간(世間)에 ‘김영란법’이라고 부르는 청탁금지법이 회자(膾炙)되고 있다. 세간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금만 그런 것이 아니다. 옛날에도 그랬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역사에서 주목할 만한 제도는 조선조의 ‘분경 금지법’이다.

분경(奔競)은 분추경리(奔趨競利), 즉 이익을 얻고자 분주히 돌아다니며 로비하는 것을 말한다. 분추(奔趨)란 급히 달려간다는 것이고 경리(競利)란 이익을 놓고 다툰다는 것이다. 지금과 달리 옛날에는 주로 벼슬을 얻기 위해 권력자의 집에 드나들었다. 조선 건국 직후인 1399년 2대 왕 정종은 분경을 금지하고 단속했으며 성종은 기본법인 경국대전에 이를 아예 명문화(明文化)했다.

정3품 이상 당상관과 사헌부 및 사간원 관리들은 친가 8촌, 외가 처가 6촌 이내와 이웃을 제외한 사람을 집에서 만날 수 없었다. 어기면 무조건 분경으로 간주(看做)해서 곤장 100대와 3000리 유배(流配)로 처벌했다. 사형에 버금가는 중형이었다. 왜 이처럼 분경을 중형으로 다스렸겠는가? 나라의 기강(紀綱)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나라에 해악(害惡)을 끼치기 때문이다. 분열을 일삼고 편가르기에 매몰(埋沒)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분경은 지금으로 말하면 로비(lobbyist)를 말하는 것이다. 의회의 로비를 무대로 특정 압력 단체의 이익을 위해 청원이나 진정을 중개하는 원외(院外) 단체의 활동자를 말하는 것이다.

청탁(請託)이란 무엇을 해달라고 청하며 부탁하는 것이다. 청을 들어주기를 촉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말로 청촉(請囑)이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청원(請願)이란 국가 기관이나 지방 자치단체에 대하여 국민이 문서(文書)로 희망사항을 진술(陳述)하는 것이다. 진정(陳情)하는 것이다. 실정을 털어놓고 말하는 것이다.

청원을 하던 진정을 하던 들어내 놓고 하면 청탁이 아니다.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은밀히 청탁을 하는 것이다. 뒷거래를 하는 것이다. 세상만사 모든 일엔 상대(相對)가 있기 마련이다. 상대가 있는 관계로 불공평하게 일이 처리되면 피해보는 사람이 생기게 마련이다. 부정청탁을 금지(禁止)하는 이유이다.

자신은 속여도 양심은 속일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바른 말과 행동을 하려는 마음이 곧 양심이다. 양심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의 선악을 구별해 나쁜 짓을 하지 않고 바른 행동을 하려는 마음’이다.

대법원 판례의 규정은 한결 명징하다.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것’이다. 도덕과 윤리가 사회적 합의의 성격을 띤다면 양심은 순전히 개인적인 덕목(德目)이다. 세상사람 모두를 속여도 자신만은 속일 수 없게 만드는 게 양심이란 말이다.

천하가 비웃고 손가락질하는 일을 저지르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이들을 두고 ‘양심에 털 났다’고 하는 건 그 때문이다. 양심엔 ‘두 마음 곧, 겉 다르고 속 다른 마음(兩心)’이란 뜻도 있다. 어느 쪽을 택할 건지는 당사자(當事者)들에 달렸다.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맹자(孟子)의 그 유명한 말 ‘수오지심(羞惡之心)’이다. ‘내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잘못을 미워한다’는 걸 우리는 다 안다. 아는 데도 효과가 없었던 것은 방점이 잘못 찍혀서다. 무게가 앞(羞)에 실려야 한다. 남을 탓하기 전에 먼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이 될 뿐이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돈의 노예(奴隷)가 되었다. 돈이라면 물불가리지 않고 부나비처럼 달려들었다. 신분 고하를 가리지 않고 축재(蓄財)와 분경에 뛰어들었다. 체면도 양심도 없었다. 나라는 누란(累卵)의 위기에 처해 있는데 정쟁과 청탁만 일삼고 있다. 오직 자신들의 이익과 세 불리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어찌 해야 하는가? 내려놓아야 한다. 비워야 한다. 나라가 있어 내가 있음을 사무치게 깨우쳐야 한다. 메아 꿀빠! 메아 꿀빠! 메아 막시마 꿀빠!

이규임 / 한국영상제작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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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임 기자 / 입력 : 2016년 10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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