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9일, 일본에서는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담화의 주인공들이 한 팀이 되어 “전후 70년을 말한다”라는 명제의 기자회견을 하였다. 아베내각이 저지르고 있는 역사왜곡과 헌법훼손에 대한 비판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들 두 사람은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기록한 방명록에 무라야마는 ‘사무사(思無邪)’를, 고노는 ‘진실(眞實)’이라는 한자 휘호를 하였다. 이들은 무엇 때문에 이런 글을 써 놓았을까? 자못 주의 깊게 생각해 볼 대목이다. 그것은 추측컨대 자신들이 그동안 해온 이력이나 세계를 향해 발표한 담화가 결코 거짓이 아니라 ‘진실’한 것이요 또 무슨 사심이 있어 한 것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사무사(思無邪)’의 심정으로 한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인 것이라 여겨진다.
‘사무사(思無邪)’하면 생각나는 정치인이 있다. 문자 그대로 시대의 풍운아(風雲兒)로 파란만장한 인생을 굴곡지게 살아온 JP 김종필씨다.
“정치야 말로 허업(虛業)”이었다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석양에 드리운 그림자를 휠체어로 밟으며 2014년 9월 21일자로 자신의 묘비명을 미리 써놓았다.
JP의 이 묘비명이 말해주는 맥락이 그야 말로 사무사가 무엇인가 하는것을 고스란히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이제 나이 90이 되어서야 비로소 이제까지 살아온 인생이 헛된 것임을 알게 되었으니 어떤 물음에도 미소 지을 뿐 무슨 답이 필요하랴 싶은 사무사의 마음을 우리는 읽을 수 있다.
사무사란 바로 그런 것이다. 그러나 사무사는 아무나 함부로 쓸 수 있는 말(言)이 아니다. 참으로 자신의 마음속에 행여나 한 점 부끄러움이 있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어야 비로소 사무사란 말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한국과 일본의 정치인들이 가슴에 손을 얹고 뒤돌아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