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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김중위] 의인(義人)을 의인답게 대접하라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6년 10월 06일
 
↑↑ 김중위 전 사상계편집장, 전 환경부장관
ⓒ (주)포천신문사 
가축들 중에는 죽음을 무릅쓰고 주인을 위험에서 구해 준 얘기가 심심치 않게 전해지고 있다.

전라북도 임실군 오수면 오수리의 경우도 그렇다. 그곳에 가면 의견비와 의견동상이 있다. 어떤 시골 분이 장에 간 김에 술을 과하게 마셨는지 집으로 오는 길에 그만 개울가 잔디밭에서 누워 잠이 들어 버렸다. 때마침 무슨 원인인지도 모를 불이 일어나 잔디를 태우면서 주인을 덮치려 혀를 널름거리고 있었다. 주인과 한시도 떨어져 있지 않고 따라 다니던 개가 이 광경을 보고 냅다 개울로 뛰어들어 제 몸을 물에 적신 후에 불길이 일고 있는 잔디 위를 구르기 시작했다.

한번으로 안되니까 두 번 세 번 수백 번씩이나 개울을 드나들면서 주인이 누워 자는 주변을 모두 적시자 불길이 잦아들었다. 개는 지쳐 그만 쓸어지고 말았다. 한참 후에야 술에서 깨어난 주인이 전후사정을 알아차리고 쓸어 진 개를 끌어안고 통곡해 마지않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주인은 큰 화를 그 개로 하여 면한 것에 더할 수 없는 고마움을 느끼면서 그 자리에 개를 묻어주고 자신이 짚고 다니던 지팽이를 무덤가에 꽂아 기념해 놓았다. 몇 해가 지난후 그 개의 무덤을 찾아가 본주인은 자신이 꽂아놓은 지팽이가 나무로 자라고 있는 현장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 나무를 오수(獒樹) 즉 ‘개 나무’ 지은 것이 오수면 오수리라는 마을 이름으로 기념돼 오늘까지 전해 온다고 한다.

이처럼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고 죽은 의로운 가축 얘기로는 고양이도 있다. 강원도 오대산 상원사에 있는 고양이 석상에 얽힌 얘기다. 조선조의 세조는 조카 단종을 죽이고 왕권을 찬탈한 임금이다. 그 벌을 받아서였던가! 몸의 어느 한 구석도 성한 데가 없이 종기로 뒤덮여 밤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어떻게 기도라도 해서 종기를 치료해 볼가 하고 찾아간 곳이 오대산에 있는 상원사!

어느 날 법당으로 기도하러 들어가는 순간 난 데 없는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나 무엄하게도 세조의 옷자락을 붙든다. 주위 사람들이 쫓아도 달아나지 않고 한사코 붙들고 있는 것을 보고 세조가 괴이하게 여겨 명령을 한다. “법당 안을 뒤져 보라!” 병사들이 뒤져본즉 과연 자객한 명이 칼을 품고 불상이 놓여 있는 탁자아래에 숨어 있는 것이었다. 이때 세조는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보답으로 상원사에 전답을 내려주었다. 이 전답을 일컬어 묘답(猫沓) 묘전(猫田) 즉 ‘고양이 논’과 ‘고양이 밭’이라 한다. 상원사에서는 그 고양이를 기리기 위해 고양이 석상 한 쌍을 조각하여 기념비로 삼고 있다. 지금은 마모가 심해 설명 없이는 금방 알아차릴 수 없는 것이 유감이다.

우리네 생활 속에는 의로운 가축으로 소도 등장한다. 한때 ‘워낭소리’라는 다큐멘트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주면서 크게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영화를 통해 말 못하는 소라 할지라도 그 주인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사람 못지않게 듬뿍 묻어 나오는 것을 본다. 주인 또한 비록 재산가치가 높은 가축이지만 재산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늙어 갈수록 의지하고 싶은 정겨운 한 식구로 알고 살뜰히 보살피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인간애라는 것이 바로 저런 것이려니 하는 느낌을 가져본다.

개와 고양이와 소가 가축으로서는 인간과 가장 밀접하면서도 서로가 감정적으로도 교감할 할 수 있는 처지에 있는 존재여서 의로운 소에 얽힌 얘기가 없을 수 없을 것이다. 의우(義牛)에 관한 얘기로는 ‘의리와 예절에 넘치는 책 마을’을 꿈꾸는 열화당(悅話堂)의 만년 열혈청년, 이기웅(李起雄)사장이 쓴 ‘의리를 지킨 소이야기’에서 간추려 본다.

인조 8년(1630)에 선산부사 조찬한(趙纘韓)이 의리 있는 소에 대한 얘기를 전해 듣고 이를 기록으로 남기자 그의 손자인 조구상(趙龜祥)이라는 사람이 조선조 숙종 30년(1704)에 의우(義牛)에 얽힌 이야기를 화공을 시켜 그린 여덟폭 그림에 담아 목판본으로 남겨 놓았다.

그 그림의 서문을 보면 이렇다(義牛圖 序文).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문수점(文殊店. 지금의 경북 구미시 산동면 인덕리)에 사는 농부 김기년(金起年)이 암소를 데리고 밭을 갈고 있엇다. 그때 별안간 호랑이가 나타나 소를 향해 덮쳤다. 농부는 놀라 어쩔줄 몰라 하다가 손에 들고 있던 쟁기를 들고 호랑이를 쫓았다. 그러자 호랑이는 덮친 소를 내 팽개치고 농부를 향해 달겨 들었다. 농부가 호랑이를 당하지 못하고 넘어지는 순간에 암소가 쏜살같이 뛰어 들어 호랑이를 들이 받았다. 호랑이는 허리와 등짝 곳곳에 소뿔에 받쳐 피를 철철 흘리면서 도망가다가 얼마 못가 죽었다. 농부는 호랑이에게 물린 다리를 절룩거리면서 소를 몰고 집으로 왔으나 상처가 깊어 죽게 되었다. 농부는 식구들을 앉혀놓고 유언을 한다. “내가 죽더라도 이 소를 팔지 말고 늙어 죽더라도 고기를 먹지 말 것이며 내 무덤 곁에 소를 장사 지내다오.”

농부가 앓아누워 있을 때 까지만 해도 논에 나가 열심히 일하던 소가 농부가 죽자 미친 듯이 울부짖고 펄쩍 펄쩍 뛰면서 물과 여물을 일절 끊은 채 사흘 낮밤을 안절부절하다가 그만 죽고 말았다. 이렇게 해서 의우총(義牛塚)이 생겼다.

이 얘기를 다 들은 성주부사 조찬한은 이런 내용으로 극찬하고 있다. “숫소도 아닌 암소가 죽기를 각오하고 호랑이에 달겨들어 주인을 살려냈으니 이 얼마나 매서운 충성스러움과 의로움인가! 충성스러움과 의로움은 타고난 천성을 그대로 지키는 사람이 본래부터 지닌 덕성일 뿐 동물의 본성은 아니다. 이는 소가 아닌 사람의 처신에 가깝다. 참으로 가상한 일이다.”

이와 함께 그 의우를 기리기 위해 의우총에 비(碑)까지 세워주었다. 1994년 선산군에서는 퇴락한 봉분에 가토(加土)를 해주고 의우도의 그림과 똑같은 그림 8폭을 화강암에 새겨 묘지 뒤편에 전시하고 있다. 경북 민속자료 제106호로 보존하고 있는 것이다.

오수리라는 이름과 함께 의견의 동상을 세우고 임금을 살렸다고 하여 고양이 석상을 쌍으로 건립하고 의우의 설화를 의우총과 비석 그리고 그림으로 남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짐승도 그러한데 하물며 사람이랴 하는 심정으로 후세사람들에게 교훈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오래된 고전 맹자 첫머리에서도 나라에 이롭게 할 일이 무엇인가를 묻는 양혜왕에게 맹자는 인의(仁義)가 있는데 왜 하필이면 이(利)를 말하는가고 되묻는 것으로 부터 시작한다.

논어에서도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이 바로 의(義)다. 바람직한 인간의 행동기준은 ‘의’에 있을 뿐임을 누누이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견리사의(見利思義)하고 견위수명(見危授命)이라 하였다. 즉 ‘이’를 보거든 ‘의’를 생각하고 위태로운 것을 보면 그 위태로움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내 걸 각오를 하라고 한 것이 아니겠는가? 공자는 그런 사람을 ‘완전한 인격체’ 즉 성인(成人)이라 하였다.

남의 위태로움을 보고 이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잃거나 상해(傷害) 입은 사람을 나라가 돌보기 위해 우리는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라는 것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법만 만들어 놓으면 무엇하나! 법정신에 따르는 예산의 뒷받침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을!

김중위/ 전 사상계편집장, 전 환경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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