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는 어찌 빠졌노?” 이성계가 정도전에게 물었다. 그러자 정도전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함경도 출신인 이성계의 인물평을 하는 대목이니 쉽사리 말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니전투구(泥田鬪狗)를 바꿔서 석전경우(石田耕牛)라고 돌려 아뢨다.
이성계가 “이 사람아! 바른대로 말해”라고 말하자 정도전은 하는 수 없이 “진흙밭에서 싸우는 개”라고 실토했다.
숲속에서 뛰어 나온 호랑이/ 봄 파도에 돌 던지기 / 바위 밑에 늙은 부처/ 달 밝은 밤의 맑은 바람/ 바람앞에 가는 버드나무/ 소나무나 대나무같은 큰 절개
로 해석할 수 있는 8도의 인물평은 대학 교육심리학 강의 주제로 자주 등장한다. 쓰다보니 경기도가 빠졌다. 경중미인(鏡中美人) 즉, ‘거울 속에 비친 미인’이라 서울·경기도인을 비유했다. 옛날 산이 막히고 물이 막혀 부산에서 서울을 걸어 오려면 한 철이 지나던 시절의 인물평이니 밑기 어려운 바도 있다.
6·25전쟁이 일어나고 8·15해방이 되는 동안 ‘하와이’, ‘알래스카’, ‘륙색’ 이나 ‘38따라지’니 ‘황치’니 하는 말로 사람을 깔보고 내려다보는 풍조가 만연했으며 경기 ‘5 깍쟁이’까지 더하면 우리 민족이 남을 깎아 내리고 깔보고 흉보기를 좋아하는지를 알 수 있어 씁쓸한 감정을 누를길이 없다.
필자는 소설가 조영암이 저지른 ‘하와이 근성’이란 글을 맞대여 ‘도색유감(道色有感)’이란 글을 교육잡지에 써서 크게 환영받은 일이 있다.
‘단일 민족’이라고 하는 ‘단군 시조 사상’을 나라가 위급할 때 마다 내세워 민족의 대동단결을 부르짖고 민족 사상을 외쳤지만 사실은 예부터 다민족, 다문화 민족이었다.
북방 민족과 중국 한족이 함께 건설한 ‘고조선’, ‘고구려’나 돌궐쪽이 남하하여 마을을 기초로 세운 ‘신라’, 일본을 비롯한 남방 도래족, 중국 대륙 도래족까지 합치면 어찌 다민족 국가라 아니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