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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김창종의 포천이야기] ‘8·15 광복’ 전후의 일기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6년 08월 14일
 
↑↑ 벽운 김창종 수필가
ⓒ (주)포천신문사 
1945년 0월 0일
전교생은 모두 뒷동산으로 대피하라는 학교 방송이 나왔다. 장거리 경방단 망대(방공 감시단 초소)에서 싸이렌도 울렸다. 하늘을 보니 B29 미공군 폭격기가 흰구름 줄을 내뿜으며 남쪽으로 향해 날아갔다. (미군 비행기가 함흥, 흥남 공업지대를 폭격하고 서울로 비행하는데 공기가 없는 높은 성층권을 비행하는지라 흰구름을 내뿜는다고 했다.)

1945년 0월 0일
어제 남쪽으로 날아간 B29 미공군 폭격기가 서울 한강 철교에다 드럼통 4개를 떨어뜨리고 갔는데 서울 영등포 공장 사람들은 폭탄이 떨어지는 줄 알고 모두 깜짝 놀라 피신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내일 천황(덴노헤이까)의 12시 정오 중대방송이 있으니 온 국민은 모두 경청해야 한다고 학교 교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1945년 8월 15일
날씨가 더워 한내천에 가서 목욕을 하고 12시에 맞춰 라디오 방송을 들으러 집으로 뛰어왔다. 12시가 되니 덴노헤이까의 방송이 흘러나왔다. 일본이 연합국(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에 무조건 항복한다는 방송이었다.
“뭐?! 일본이 무조건 항복을 해? 어제 군청 마당에서 상영한 영화에서도 일본군이 승리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할아버지께서는 붓과 종이를 마루에 펴 놓으시고 벼루에 물을 붓고 먹을 갈아 주셨다. 내가 처음으로 한글을 배우는 순간이었다. ‘가갸거겨…하햐허혀호효후휴흐히’ 온 종일 신문지 위에 가득 써 내려갔다.
지긋지긋한 ‘진자삼빠이(신사참배)’를 하지 않아도 되고 일본어 대신 조선어를 쓰고 오디넝쿨, 칡넝쿨, 광솔따기 등 퇴비를 안해도 되고 일본 군가도 매일 안불러도 된다니 꿈만 같았다.

1945년 0월 0일
장거리에서 부르던 만세소리가 신사터로 옮겨 가더니 신사가 불타고 있다.

1945년 0월 0일
간이학교 교장을 하시던 문상규 씨가 치안대장 겸 포천경찰서장이 됐다. 서장석 씨가 군수를 했다는데 포천면장이 됐다. 다시 찾은 내 조국 내 고향 포천면의 면장을 하니 얼마나 기쁘냐고 눈물을 흘리셨다는 소문이 났다. 영북초등학교 일본 교장이 사택에다 불을 지르고 뛰어들어 자결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친일 가산면장 집에 면민들이 쳐들어가 기둥을 잘랐다는 소식도 들렸다.

경찰서에 미군들이 주둔했다. 새로 뽑은 경찰관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일장기를 미군들에게 갔다주니 양과자를 한보따리 주었다. 학교에 가니 양운하 교장선생님이 새로 오시고 일장기가 펄렀이던 국기 게양대에는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교회에 가니 새로 나온 찬송가 소리가 우렁차게 합창으로 흘러나왔다.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
하느님 주신 동산
이 동산에 할 일 많아 누가 대답을 할까?

교회 벽에는 이승만, 김구 등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고명균 목사님의 설교도 우렁찼다.

벽운 김창종 / 수필가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6년 08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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