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지쳐 쉬는 와중에 혼자 신이 나 있는 김 반장이 품에서 뭔가를 꺼내며 말했다. “짜잔! 이게 뭔 줄 알아? 이 몸이 막걸리 한 병 몰래 챙겨왔다 이거야” 그러자 계씨가 “아이고 역시 반장은 다르네”하며 넉살 좋게 받아 쳤다.
그런데 아까부터 컨디션이 별로인 전씨는 영 못마땅한 표정이다. “관리감독관 없다고 작업 중에 술을 드시면 되겠습니까? 생수도 다 떨어져 가는데 물이나 더 챙겨 오시지….” 전씨의 핀잔에 기분이 상한 김 반장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어허 거 평소답지 않게 왜 이래? 현장에서 한잔 하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때까지만 해도 전 씨의 컨디션이 정말 ‘평소답지 않다’는 걸 눈치 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열사병, 건장한 청년도 버티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자 볕은 더욱 강해졌다. 기온은 30도를 크게 웃돌았다. 오후에도 휴식시간을 한 번 더 가졌지만 말다툼으로 마음이 상한 전씨와 김 반장은 쉬는 둥 마는 둥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오후 4시, 하루 종일 달궈진 지면이 가장 뜨거울 무렵. 오후 휴식시간에 제대로 쉬지 못한 전 씨가 창백한 얼굴로 작업을 중단했다. ‘왜 이렇게 어지럽지? 더워서 그런가?’
그리고 잠시 후. 전 씨가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바닥에 잠시 몸을 뉘였다가 일어나는가 싶더니, 몇 번이나 다시 주저앉는 것이다. 근처에서 오고 가며 그런 전 씨를 발견한 계씨가 놀라 달려갔을 땐 이미 전씨의 몸이 빳빳하게 굳고 있었다. 주변에는 응급조치를 할 수 있는 어떤 장치도 없었다. 심지어 작업장은 산 중턱. 동료들은 1톤 트럭 적재함에 전씨를 싣고 한참을 달려서야 산 아래에 대기 중인 구급차로 그를 인계할 수 있었다.
결국 전씨는 대학병원에 후송되던 중 숨졌다. 사인은 ‘열사병 의증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이었다. 뜨거운 햇볕이 그만 온몸의 기능을 마비시키고만 것이다.
▶ 재해발생 원인
야외작업 시 이동식 휴게시설은 필수. 야외에서 장시간 체류하며 강도 높은 노동을 이어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휴게시설은 물론 개인용 식수조차 확보되지 않았다.
▶ 동종재해예방 대책
작업위치가 계속 바뀔 경우 이동식 그늘텐트 등의 휴게시설을 설치한다. 개인별 식수 및 식염을 지급해 수시로 섭취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얼음주머니, 얼음조끼, 냉수 등 열사병에 대처할 수 있는 응급처치 물품을 비치하며, 기상 여건에 맞게 유동적인 작업방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자를 배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