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씨는 비계기둥에 온몸을 의지한 채, 야무진 손놀림으로 강관파이프를 해체했다. 그런데 이 씨의 작업을 지켜보던 박 씨의 표정이 일순간 일그러졌다. 이 씨가 몸을 기댄 비계기둥에서 뭔가 이상한 점이 포착됐다. ‘어라? 상부 비계기둥과 하부 비계기둥을 연결할 때는 보통 규격용 연결핀을 사용하는데… 왜 엉뚱한 부품이 끼워져 있는 거지? 저건 연결핀이 아니라 수직파이프랑 수평파이프를 고정할 때 쓰는 ‘클램프’잖아!’
부품 하나로 시작된 끔찍한 사고, 이상한 낌새를 느낀 박 씨가 이 씨를 황급히 부르려던 바로 그때였다. 비계기둥에 기대고 있던 이 씨의 몸이 이내 기우뚱했다. 해체한 강관파이프를 건네기 위해 몸을 돌리자, 무게를 견디지 못한 비계기둥이 연결부위에서 빠지고 만 것이다.
이씨는 건물 아래로 빠르게 추락했다. 작업발판과 추락방지망을 전부 치운 탓에, 추락하는 이 씨를 보호할만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었다. 이 씨가 붙잡고 있던 비계기둥과 해체된 강관파이프가 땅에 곤두박질치며 시끄러운 소음을 냈다.
일련의 상황을 지켜본 박 씨의 입에선 탄식이 흘러나왔다. ‘내가 조금만 더 빨리 눈치를 챘더라면! 아니, 위험천만한 상황을 알면서도 이 씨를 비계 위로 내보내는 것이 아니었는데….’ 박씨의 얼굴에 묵직한 자책감이 번졌다. 건물 아래를 내려다보니 사고지점 주변으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있었다. 그는 그저 동료의 죽음을 허망하게 바라봤다.
▶ 재해발생 원인
비계기둥을 고정할 때 규격용 연결핀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또한 비계 해체작업이 마무리되기 전에 작업발판과 추락방지망부터 모두 제거해서 화를 키웠다.
▶ 동종재해예방 대책
외부 강관비계의 강관파이프 접속부에 규격화된 연결핀을 사용하고, 강관비계가 흔들리지 않도록 벽이음을 5m 이내로 유지해야 한다. 또한 비계 해체작업은 각 단마다 조립의 역순으로 실시하며, 작업발판과 추락방지망을 확보한 상태에서 진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