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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김중위] 여장부 이야기 (上)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6년 07월 11일
 
↑↑ 김중위 전 사상계편집장, 전 환경부장관
ⓒ (주)포천신문사 
사나이가 사나이다울 때 우리는 그를 대장부(大丈夫)라고 부른다. 사나이가 사나이다우려면 흔히 하는 말로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은 하고 정의로운 일에는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사람 그리고 불의를 보고는 절대로 참지 않는 사람이 바로 대장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나이면서도 무엇에 주눅이 들었는지 해야 할 말도 제대로 못하고 불의를 보고도 못 본척 뒷걸음질을 치거나 비실거린다면 아무 누구도 그를 두고 사나이다운 사나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여성이 여성다움을 넘어 사나이다움으로 넘칠 때 우리는 그를 여장부라고 부른다. 용기와 신념과 거침이 없는 행동으로 한 시대에 우뚝 선 여장부들이 있어 우리는 때때로 그들에 대한 존경과 선망으로 스스로의 옷깃을 여민다. 누구나 다 아는 고사(故事)이지만 한번쯤 되뇌어 보면서 다시 한 번 사나이답지 못한 우리의 비겁함에 종지부를 찍는 계기로 삼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고다이바 부인( Madam Godiva).
영어사전을 펼치고 엿본다는 뜻의 peep을 찾아보면 큼지막한 대문자로 Peeping Tom이라는 단어가 별항으로 나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떤 사전에는 ‘엿보기 좋아하는 호색가’라는 뜻으로 간단하게 소개되고 있기도 하지만 또 어떤 사전에는 ‘엿보는 톰’이라는 말 이외에 ‘고다이바 부인의 알몸을 엿보다가 눈이 멀었다는 양복재단사’라고 친절한 해설을 덧붙인 경우도 있다.

어찌 되었건 이 얘기의 주인공인 고다이바 부인은 11세기 영국의 코벤트리시(Coventry)의 영주(領主)인 레오프릭(Leofric)백작의 부인이었다. 어느 날 백작부인은 영주의 혹독한 세금징수로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부인은 이 사실을 백작에게 알리고 몇 번씩이나 세금을 감면해 주기를 간청한다. 그러나 백작은 부인의 간청에 아랑곳도 하지 않고 지나는 말로 “당신이 알몸뚱이로 말을 타고 코벤트리 시내 거리를 한 바퀴 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는 어림도 없는 일이야”라고 퉁명스럽게 내뱉는다.

백작은 부인의 청을 받아드리지 않을 속셈으로 내뱉은 한마디이지만 고다이바 부인은 그렇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을 가다듬다가 ‘공중의 행복을 위하는 일이라면’ 알몸으로 말을 탄들 어떠랴 하는 심정으로 말을 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코벤트리 시의 시민들은 이 소식을 듣고 감격한 나머지 부인이 말을 타고 거리를 돌때에는 어느 누구 한 사람 예외 없이 창문과 덧문과 커튼을 굳게 닫고 내다보지 않기로 결의를 하고 그대로 시행을 하였다.

약속대로 시민 누구도 말을 타고 거리를 누비는 고다이바 부인을 엿보지 않았지만 호기심 많은 재단사 톰이라는 사람만은 시민들간의 약속을 어기고 창문 틈으로 그 부인의 알몸을 엿보았다. 그 순간 그 톰이라는 사나이는 그만 두 눈이 멀어버렸다는 것이다. 하늘의 벌이었다.
고다이바 부인의 용기와 자비심은 그 뒤 그림으로 시로 화폐로 기념되고 ‘엿보는 톰’은 영원히 호색가로 남아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한 여장부의 모습을 보게 된다.

김중위/ 전 사상계편집장, 전 환경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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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6년 07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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