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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최정자] 내가 격은 잊지 못한 피난 길 (下)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6년 06월 30일
 
↑↑ 고연 최정자, 포천문인협회 회원
ⓒ (주)포천신문사 
식구가 네 명으로 줄었다. 부산역에 도착해 초등학교 임시 수용소 교실에 합류했다. 피난민들이 노도처럼 밀려들어왔다. 우리 식구도 어머니의 억척스런 보살핌에 다행히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배는 고파도 마음껏 잘 수는 있었다. 며칠이 지나자 어머니는 싸움터에서 고생하시는 아버지의 생사를 알아야한다고 대구로 가셨다. 그 시점에는 부산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모두 적군에게 빼앗겼을 때였다.

대구에서도 적군과의 총성이 끊이질 않는다는 위험한 소식에 한숨도 못자고, 자식 걱정에 한눈도 팔지 못하는 어머니를 누가 말릴 수 있을까. 우리를 꼭 안고 우시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그 때 우리 어머니 나이가 30대 초반, 얼마나 남편의 알 수 없는 생사가 걱정이 되었을까? 만나야 된다는 집념은 누구도 말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드디어 사과 한 자루를 등에 이고 돌아오셨다. 우리 삼남매는 부둥켜안고 좋아했다. 아버지는 우리가 죽었을까봐 살아만 있어 달라고 매일 밤 기도하며 식사도 제대로 못하셨다고 한다. 생사가 오고가는 총격속에서도 자식들이 찾는다는 소식에 힘이 났었다는 말씀도 하셨다.

피난 생활은 거지꼴이나 다름없었다. 모내기가 끝난 논에는 김매기가 한참이었는데, 나는 일꾼들이 식사를 할 때 밥을 얻어먹었다. 저녁이면 수용소도 나름 내 집이라며 찾아들어 가족과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지금 생각하면 우리 어머니는 참 모성애가 강하고 무서운 여인이었다. 우리 삼남매 이산가족 안 만들고 손 꼭 잡고 잘 보살펴 주셔서 감사하다고 늘 생각하며 살고 있다. 덕분에 오빠네는 서울에서 동생은 철원에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고 있다.

그 힘든 전쟁통에서 무너지지 않고 극복하며 안아주신,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니께 “엄마 고마워”라고 독백해본다. 전쟁이 준 상처가 우리만 겪은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 어머니는 경찰관 가족이라는 것을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으시고 강한 의지로 우리를 지켜주신 분이시다.

9.28 수복과 함께 아버지와의 포천에서의 생활도 잠시, 1.4후퇴가 다시 일어났다. 무지막지한 날씨가 이어지던 추운 겨울이었다. 아버지는 남쪽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다시 네 식구가 되어 충청도 공주 산골로 들어가 피난살이를 시작했다. 그래도 충청도 산골분들의 후덕함에 피난살이를 잊고 지낼 만큼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휴전이 되어서야 아버지 곁에 올 수 있었다. 아버지는 나라를 지키고, 어머니는 우리 삼남매를 지켰다.

오빠와 나는 피난길에 힘들게 넘어왔던 축석령 고개를 넘어보았다. 무겁다고 가방을 버린 곳, 군인 아저씨들에게 안겨 트럭에 오른 곳이 눈에 선하다. 살려달라고 도로 한 가운데서 소리치던 나를 트럭이 치고 갔다면 나는 이 글을 쓰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때 당시 생명의 존귀함을 알려준 분들이 지금은 90대 고령이실텐데, 꼭 한번 뵙고 싶다. 혹시 이 글을 보면 이렇게 전하고 싶다. “꼭 연락주세요. 축석령 고갯길 피난길에 트럭을 세운 계집아이가 지금은 70중반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너무나 힘들고 참혹했던 피난길의 고행을 글로 써보며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에서 먼저 가신 분들께 머리 숙입니다. 그리고 위대한 발전과 역사에 승리를 거두고 성장한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며 삶을 마칠때까지 건강하게 살기를 축원해봅니다. 자유와 평화 그리고 행복을 누리면서 말입니다.”

고연 최정자 / 포천문인협회 회원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6년 0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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