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같은 열정으로 불꽃 튀는 삶을 산 사람으로 나는 탐험가를 꼽지 않을 수 없다. 8개의 발가락은 그동안의 탐험 길에서 모두 동상(凍傷)으로 잃고 남은 발가락 2개로 북극점에 오른 피어리는 심장이 멎을 것 같은 감격스러움으로 이렇게 외쳤다. “침묵의 여왕이여! 정복됨을 슬퍼 말라! 북극이여! 나와 함께 눈물을 흘려 다오!”
그의 심장에서 타오르는 불꽃이 그로 하여금 뜨거운 눈물을 폭포수처럼 흘러내리게 했음이 분명하다. 100여 년 전에 흘렸던 그 뜨거운 눈물이 지금 이 순간에도 북극을 녹이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모를 일이다.
나침반 바늘이 일직선으로 딱 멈추자 남극 탐험대장 아문젠은 그 자리에 노르웨이 국기를 꽂고 두 손 모아 기도를 했다. “조국이여! 당신의 깃발이 펄럭이는 이곳을 당신에게 바칩니다.” 우리들 중 어느 누가 우리 민족의 실지(失地)를 되찾아 “조국이여! 태극기가 펄럭이는 이곳을 당신에게 바칩니다”하고 외칠 수 있을까?
남극탐험에서 아문젠에게 그 성공의 기회를 노친 영국의 탐험대원들이 노르웨이의 깃발을 뒤로 하고 돌아 서 나오는 길은 모두에게 지옥의 길이었다. 기진맥진, 몸은 얼어 가고 옆 사람에게 말 한마디 부치기조차 힘드는 길이었다. 대원중의 한명인 오츠(Oates)라는 사람은 그의 32번째 생일을 하루 앞두고 “잠간 나갔다 오겠소!”라고 하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천막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더 이상 지탱할 수 없을 만큼 몸이 얼어 죽을 지경이 되자 다른 대원들의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눈보라 치는 폭풍 속으로 사라지고 만 것이다. 죽음 속으로 걸어 나가면서 남긴 한 마디가 그렇게도 담백할 수가 없다. 불꽃에 몸을 사른 삶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베링해협을 성공적으로 개척하고 난 이후 베링은 또다시 알라스카를 탐험하기 위해 떠난 탐험 길에서 이름 모를 암초를 만나 배는 파선되고 선원들은 모두 추위와 굶주림에 지쳐 죽음의 그림자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베링 역시 죽음의 그림자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차갑다 못해 바늘로 찌르는 전율의 모래판 위에 누우면서 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추우니 모래를 좀 끼얹어 주게!”
죽음에 대한 원망도 두려움도 없다. 너무나 당연한 듯이 태연하게 하는 말이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불꽃같은 삶을 살아온 사람만 할 수 있는 말이다.
얼마 전 아프리카의 오지(奧地) 수단에서 젊은 날의 인생을 사랑으로불 태우고 사라진 이태석 신부에 관한 기록 ‘울지마 톤즈’라는 다큐를 본적이 있다. 나는 그 기록을 보면서 이건 ‘울지 마 톤즈’가 아니라 ‘울지마 김중위’라고 해야 옳겠다고 생각했다. 너무나 많이 울었기 때문이다. 울고 또 울었다. 너무나 고귀한 한 인간을 보았던 것이다. 불꽃처럼 살다 간 위대한 한 인간을 닮지는 못하더라도 동경이라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