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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김중위] 불꽃처럼 살수만 있다면!(上)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6년 05월 31일
 
↑↑ 김중위 전 사상계편집장, 전 환경부장관
ⓒ (주)포천신문사 
눈으로 볼 수는 있어도 손으로 만질 수는 없는 꽃! 꺾어 병에 꽂을 수도 없는 꽃. 가시가 달려 있지도 않으면서 그 꽃에 찔리면 장미꽃 가시보다도 더 따가운 꽃! 불꽃이다.

들꽃은 봄 아지랑이와 함께 피지만 불꽃은 피면서 아지랑이를 만들어 낸다. 들에 핀 꽃만 꽃일까? 아니다. 눈꽃도 꽃인 것처럼 불꽃도 꽃이다. 피는 것은 다 꽃이요 시드는 것도 다 꽃이다. 피었다 시드는 것으로는 꽃이라는 이름을 지닌 것 밖에는 없고 그 중에서 불꽃보다 더 아름다운 꽃은 없다.

눈꽃은 백목련보다도 더 희고 백합보다도 더 아름답다. 그러나 눈꽃은 겨울에만 피는 꽃이다. 천태만상의 교태와 빛깔을 보여주면서 사시사철 아무 때나 피울 수 있는 꽃으로 불꽃을 따라갈 꽃이 없다. 불꽃은 계절이나 시간을 아랑곳 하지 않는다. 피기만 하면 들국화나 들장미보다도 더 아름답다.

불꽃은 무지개 색깔보다도 더 많은 색깔을 뿜어내면서 꽃빛깔보다도 더 진한 색깔로 예쁜 자태를 뽐낸다. 나팔꽃처럼 파랗게 질린 여인의 입술 같은 색깔도 있고 장미꽃보다도 더 붉은 색깔의 불꽃도 있다. 노여움과 분노로 어쩔 줄 몰라 하는 아낙네의 눈동자 같은 색깔의 불꽃도 있고 정염에 불타오르는 과수댁 가슴에서 뿜어 나오는 뜨거운 입김 같은 불꽃도 있다.

불꽃도 꽃이라면 나는 불꽃처럼 살고 싶다. 꽃다발을 받아 본적은 있어도 불꽃을 받아 본적은 없다. 불꽃같은 사랑, 불꽃같은 삶을 동경하는 연유다.

사랑의 불꽃을 태우면서 친구의 부인을 데리고 해외로 도피행각을 벌렸던 어느 시인의 삶이 남의 눈으로 보기에는 아름답지 않았겠지만 본인들이야 얼마나 뜨거웠을까? 친구의 젊은 딸을 몰래 꼬시어 파리로 도망가서야 비로소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어떤 화가의 일생도 불꽃같은 삶이지 않았는가?

불꽃같은 사랑이 남겨 놓은 하얀 잿더미 속에서 그리움을 목탁소리에 묻고 지낸 일생을 어찌 아름답다 하지 않겠는가? 순간의 불꽃사랑이라 할지라도 가슴속에서 영원히 살아있는 불꽃이라면 어느 누구인들 그 불꽃을 마다하겠는가?

그러나 어디 남녀 간의 사랑에만 불꽃이 존재한다는 법이 있을까? 불꽃같은 인생에는 반드시 불꽃보다도 더 붉게 타오르는 정열이 있었다. 불꽃보다도 더 뜨거운 열정으로 불꽃보다도 더 뜨거운 불 길속에 자신을 불사른 사람들의 불꽃같은 삶이 한 없이 부러워지는 요즈음이다. 불꽃처럼 뜨거운 열정도 눈꽃처럼 냉철한 이성도 지녀보지 못한 뜨뜨미지근한 일생의 삶이 스스로 역겨워져서다.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향해 3발의 총탄을 퍼부으면서 카레이 후라!(코리아 만세)를 외쳤을 때의 안중근의사의 가슴속에는 무엇이 자리하고 있었을까? 불꽃이다. 가슴속에서 타오르는 불꽃이 그의 권총에서 뿜어 나오는 총탄보다도 더 뜨거웠기에 그는 방아쇠를 당길 수 있었다.

새로 부임해 오는 일본 총독 사이토 마코토(齋藤實)가 남대문 역에 도착한다는 소식을 듣고 65세의 나이로 사타구니사이에 숨겨둔 폭탄을 집어 던진 강우규 의사(義士)의 삶은 또 어떠했는가? 사형당하기 직전 그는 “단두대에 올라 서서야 비로소 시원한 봄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는 시를 읊었다. 그의 삶이 얼마나 뜨거웠으면 이런 시가 나왔을까? 우리네 같은 범인(凡人)으로서는 감히 상상도 못할 단심(丹心)이다.

김중위/ 전 사상계편집장, 전 환경부장관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6년 05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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