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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부사의] 원한(怨恨)과 여한(餘恨)

한을 한(恨)으로 풀지 말고 한(汗)으로 풀어야
이규임 기자 / 입력 : 2016년 03월 21일
 
↑↑ 이규임 한국영상제작학회 명예회장
ⓒ (주)포천신문사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여한(餘恨)이 없다는 말을 가끔 듣는다. 특히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 사이에서 그러한 말들이 흔히 오고간다. 그런가 하면 원한(怨恨)이란 말도 이따금씩 들려오기도 한다.

여한이나 원한이란 말에는 모두 한(恨)이란 글자가 들어가 있다. 恨이란 글자는 ?(마음 심)과 艮(어긋날 간, 그칠 간)이 합쳐진 글자이다. 한 마디로 恨은 ‘마음이 어긋나거나 그치는 상태’라는 뜻이다. 자신의 뜻과 같지 않아 어긋나는 것이고 자신의 의지(意志)로 어찌 할 수 없어서 그치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의 상태를 가리켜 사람들은 한(恨)의 정서(情緖) 또는 한(恨)의 문화(文化)라고들 말한다.

원한(怨恨)은 자기 또는 자기 집이나 나라에 해를 끼쳐 원수(怨讐)가 된 사람에게 앙가픔하려는 마음이다. 국가나 개인에게 해를 끼쳐 적개심(敵愾心)을 드러낼 때 하는 말이 바로 원한이다. 여한(餘恨)은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해 애타게 그리워하는 마음이다.

뜻한 바를 이루어 이제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때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하는 이유이다. 한 마디로 한(限)은 ‘목마름’이다. ‘목마른 상태의 마음’이다. 사슴이 냇물을 그리워하듯 무언가 마음속으로 그리워하는 상태가 바로 한(恨)이라는 말이다. 한(恨)이란 말은 이처럼 원(怨)과 여(餘)가 갈리면서 같으면서도 다른 뉴앙스를 품는 말이다.

흔히들 천만 이산가족(離散家族)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우리에게 한(恨)이 많이 맺혀 있다는 말이다. 가뭄에 콩나듯 어쩌다 이산가족 상봉(相逢)이 이루어져 눈물바다를 이루나 그때뿐이다. 그들의 가슴에 응어리진 한을 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조족지혈(鳥足之血)이나 다름없다. 그뿐이 아니다. 일제강점기(日帝强占期)에는 또 어떠했는가? 일제압박(日帝壓迫)에 못 이겨 살길을 찾아 남부여대(男負女戴)하여 북간도(北間道)로 떠나지 않았는가? 그것도 모자라 또 스타린에 의해 시베리리아 허허벌판에 내동이쳐지지 않았는가? 이 끔찍한 역사적인 사실을 어떻게 필설(筆舌)로 다 말하겠는가?

징용(徵用) 나갔던 남편과 아들이 언제 돌아오려나? 남양군도(南洋群島)로 끌려갔다는데 도대체 남양군도가 어디인가? 소리 소문 없이 끌려간 내 누이 딸들은 언제 돌아오려나? 정신대(挺身隊)로 끌려갔다는데 도대체 정신대란 무엇하는 곳인가? 나의 부모님도 남양군도로 끌려갔다는 큰 아들 돌아오기를 오매불망(寤寐不忘) 기다리셨다.

자나깨나 잊지 못하고 기다리셨었다. 그게 어디 우리 부모뿐이었겠는가? 삼천리강토(三千里疆土)가 다 그들의 군화발에 짓밟히지 않았었던가? 나라가 힘이 없고 주권(主權)이 없으면 국토는 유린(蹂躪)되고 처자(妻子)는 노예(奴隸)가 된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한(恨)스러울 뿐이다.

개인이나 국가나 원망(怨望)을 듣지 말아야 한다. 원한을 사지 말아야 한다. 살아가면서 돌이킬 수 없는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 후회(後悔)할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 “행동이 때에 못 미치면 지난 뒤에 후회하고, 이익 앞에서 의를 잊으면 깨달은 뒤 후회한다. 등 뒤에서 남의 단점 말하면 마주해서 후회하고, 애초에 일을 안 살피면 실패한 후 후회한다. 분을 못 참아 몸을 잊으면 어려울 때 후회하고, 농사에 부지런히 힘쓰지 않으면 추수할 때 후회한다(行不及時後時悔, 見利忘義覺時悔, 背人論短面時悔, 事不始審?時悔).” 성호 이익 선생이 송나라 때 구준(寇準)의 ‘육회명(六悔銘)’에 덧붙여 부언한 말이다.

한을 한(恨)으로 풀지 말고 한(汗)으로 풀어야 한다. 한을 회한(悔恨)으로 풀지 말고 희망(希望)으로 승화(昇華)시켜나가야 한다. ‘력승빈(力勝貧) 근승화(謹勝禍) 신승해(?勝害) 계승재(戒勝災). 근면하면 가난을 극복하고 조심하면 화근을 모면하고 신중하면 피해를 예방하고 경계하면 재난을 방지한다.’고 했다. 다시는 여한이 없도록, 원한을 남기지 않도록, 솔로몬의 지혜(智慧)를 다해 환난(患亂)에 대비하고 대처(對處)해나가야 한다.

이규임 / 한국영상제작학회 명예회장
이규임 기자 / 입력 : 2016년 03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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