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당선을 목표로 한 수단이라지만 서로에게 주고받는 말의 수준이 양식 있는 국민을 실망시킨다.
정치는 말의 성찬이라 했는데 말로 해결하지 못하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후보 간의, 여야 간의 말들을 듣노라면 유머, 점잖음, 품위, 말을 삼가고 아끼는 몸가짐이 국민의 중간 수준에도 미달인 듯하다.
물론 정치는 여야 간의, 주류, 비주류 간의 격렬한 대립과 의견 충돌은 선진 민주국가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다.
전문가는 전문 지식의 권위를 갖고 여론을 일시에 끌고 간다. 다른 하나는 자신의 경험이다. 그래서 ‘현직’이라는 용어와 ‘경험’이라는 단어가 선거전에 자주 쓰인다.
그러나 어설픈 지적 허세를 부리다가는 스노비즘(snobbism·속물주의)이라고 해서 맹공격 받기도 한다. 또 다른 경우는 기막힌 반전 유머를 구사하는 능력자다. 유머는 짐짓 심각한 상황을 누그러뜨리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바꿔버리는 힘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그런 것들을 해결해 나가는 방법과 성숙도에 있어서는 우리와 큰 차이가 있다.
다음에 제시할 몇 가지 사례는 지금의 우리 정치 현실에 있어서 많은 것을 시사한다.
1. 링컨이 더글러스와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했을 때 일이다. 합동연설을 할 때 더글러스가 먼저 연단에 올라 링컨의 과거 행적을 다음과 같이 공격하기 시작했다.
“유권자 여러분 링컨씨는 과거에 식료품 가게를 경영한 일이 있습니다. 그때는 법으로 식료품 가게에서는 절대로 술을 팔지 못하도록 금했는데 링컨씨는 법을 어기고 술을 팔았습니다. 이러한 사람이 상원의원이 되겠다고 하니 이게 말이나 되겠습니까?” 라고 열변을 토했다.
그러자 링컨은 연단에 올라 “친애하는 유권자 여러분, 지금 더글러스씨의 말은 하나도 거짓이 없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때 우리 가게로 술을 가장 많이 사러 오신분도 바로 여기 계신 더글러스씨라는 것도 거짓 없는 사실입니다.” 이 명쾌한 유머 있는 응수 한마디에 장내는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께 웃음바다가 되었다.
선거 결과는 알려진 대로 링컨이 압도적 우세로 당선됐다.
2. 영국의 처칠 수상이 정계에서 활동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영국의 보수당과 노동당은 제반 국가 정책에 있어서 지금의 우리나라의 여야 간의 대립 못지않게 격렬한 대립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처칠 수상이 상대당인 노동당 당수 에틀리와 화장실에서 마주쳤다. 그런데 처칠은 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그냥 지나치며 저쪽 소변기로 갔다. 그러자 노동당 당수 에틀리는 크게 화를 내며 왜 나를 무시하느냐고 처칠에게 시비를 걸었다.
그러자 처칠은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당신네들은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든 규모가 큰 것이면 모두 국유화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저의 물건이 매우 커서 혹시나 당신께서 저의 물건을 보시면 저의 물건마저도 국유화 한다고 할까봐 차마 아는 척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면 저의 아내에게도 큰 일이 아닙니까?”라고 걸쭉한 유머를 터뜨렸다.
그러자 노동당 당수 에틀리는 박장대소를 터뜨렸고, 그날 이후 여야 간의 쟁점이 되고 있는 각종 현안에 대해서 웃으면서 타협과 조정이 이뤄지게 되었다.
앞에서 사례로 든 링컨과 처칠의 유머가 지금 우리 정치 현실에는 좀 유치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말 몇 마디와 글 몇 편 때문에 후보를 고발하고 사생결단의 대결을 보이면서 정작 중요란 민생 현안은 외면하는 우리의 정치 현실에서 이것을 어찌 유치한 유머라 할 수 있겠는가.
자칫하면 격렬한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일도 순간의 재치와 유머로 원만히 무마하면서 공존과 상호 발전을 이뤄나가는 선진 민주국가의 정치 지도자들의 사례는 지금의 우리 정치인들이 본 받아야 할 사례일 것이다. 유머는 선진 민주국가의 큰 자산 중의 하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