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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2만3679명의 주권적 주체가 있는 포천의 희망

서명부 제출하고도 ‘산 넘어 산’이 기다리는 까다로운 절차
양상현 기자 / 입력 : 2016년 02월 13일
포천시장 주민소환운동본부 공동대표부는 2만3679명의 서명을 받아 포천시선거관리위원회에 주민소환 청구를 13일 정상적으로 접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명부를 제출하고 나서도 ‘산 넘어 산’이 기다리는 까다로운 주민소환 절차가 논란을 빚고 있다.

포천시장 주민소환운동본부는 지난해 12월 11일부터 지난 9일까지 법적 서명운동 기간인 60일 동안 포천시민 약 2만3679명으로부터 서장원 포천시장 '주민소환' 투표 시행을 위한 서명을 받아 13일 접수했다.

우리가 '주민'이라고 말할 때 아무래도 집단이나 연대를 연상하는 것은 그 성격이 내포하는 공동체적 삶의 근거 때문이다. 이러한 주민들의 수장이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았다.

우리 헌법이 말하는 민주공화국이란 권력이 제도화되고 법과 국민의 의사에 의해 통제되는 국가다. 주민의 억울하고 답답함은 법이 풀어주고 정치가 해소한다. 주민이 말을 하면 법이 들어주고 정치인이 이를 전달하는 국가가 민주공화국이다.

이러한 주민의 억울하고 답답함을 담아, 성추행 후 금전무마 시도혐의로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인 서장원 포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제의 성사여부에 국민의 관심이 쏠려있다.

기초자치단체장으로서 시정이 아닌 도덕성을 문제 삼아 소환 대상이 된 경우는 전국적으로도 처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천시선거관리위원회는 서명부를 접수받고 포천시장 주민소환이 4.13 국회의원 총선과 겹쳐 총선 이후에나 심사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주민소환제에 의한 주민투표는 불가피하게 장기화될 비관적인 전망이다.

이처럼 전체유권자의 15%가 넘는 2만3679명의 서명을 받고 나서도, 주민소환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산 넘어 산’이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이런 현실에 대한 주민들의 좌절과 분노를 오히려 확산 시키는 일들이 뒤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서명부 검토, 투표 공고, 대상자에게 소명 기회 제공, 투표 실시 등 과연 주민소환제가 주민을 위해서 존재하는 제도인지 소환을 당하는 대상자를 위한 제도인지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제도인지 혼란스러울 지경이다.

포천시선거관리위원회는 “4월13일 국회의원선거가 일정으로 서명부 심사는 총선 이후에 진행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공동대표부는 “서명부를 접수하면 곧바로 심사 등의 절차가 진행되는 줄 알았다”면서 “총선과 동시에 진행될 수 있는지 여부를 다시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서명을 받는 기간은 60일로 정해 놓고 심사 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점은 이해할 수 없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이제 우리는 어쩌란 말인가?"라는 말이 허탈하게 들린다.

이처럼 기초단체장의 경우 60일이라는 짧은 서명운동기간과 주민의 15%라는 높은 서명률과 1/3이상의 투표율과 또 과반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는 등 까다로운 주민소환 절차는 결국 주민소환제도를 있으나마나한 제도로 전락시킬 우려마저 보이고 있다.

포천시장 주민소환운동본부의 연제창 상황실장은 지난 14일 “절차를 하나하나 진행해 보니 너무 까다로워 주민소환을 하라는 법인지 말라는 법인지 모르겠다”며 “서명운동 때 유인물 하나 배포하지 못하게 돼 있어 한계가 너무 많았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또한 현행 주민소환법에 따르면 주민소환 청구를 위한 서명운동은 반드시 구전으로만 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포천시장 주민소환운동은 포천범시민연대 이영구 대표를 중심으로 시작됐고 이에 최종규 전 포천문화원장, 김창성 전 기독교연합회장, 이종훈 포천향교전교, 이현묵 전 포천 부군수 등 포천지역 원로·종교 인사 4명이 합류해 서명운동을 전개해 왔다.

포천시선거관리위원회는 제출된 서명부를 대조 한 후 이상이 없을 경우, 시장 직무정지와 더불어 주민소환 투표 일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서명부 검토, 투표 공고, 대상자에게 소명 기회 제공, 투표 실시에는 최소한 두 달 이상이 소요된다. 게다가 오는 4월 13일 치러질 제20대 총선 때문에 남은 절차들은 모조리 총선 이후로 유보한다고 밝혔다.

총선 이후, 주민소환투표가 예정대로 실시된다고 하더라도, 주민소환 투표에서 포천시민 3분의 1 이상이 투표해야하고, 게다가 과반 이상이 찬성해야 시장은 즉각 해임된다.

현재 서 시장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오는 17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지난달 22일 열린 2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서 시장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한 바 있다. 당시 서 시장은 "공인으로 한순간 잘못된 처신으로 이 자리에 서게 돼 죄송하고 무엇보다 시민에게 죄송하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한편 서 시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은 오는 2월 17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이상과 같이 주민소환제의 현실을 가혹하다. ‘위대한 개츠비’의 저자 피츠제럴드는 “우리는 어떤 것에 희망이 없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어야 하고, 그럼에도 이를 변화시키기로 마음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희망이 없는 곳에서도 삶은 계속되기에 살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희망을 만들어내야 한다.

민주주의는 본래 사유화된 권력에 저항하는 주민들의 힘으로 구성된다. 헌법이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한 것은 이를 두고 말한다. 정치가 권력이 아니라 희망을 만들어내는 것은 이런 주민들이 스스로를 주권적 주체로서 자각할 때다.

오는 4월의 총선이 있다. 또 조금 멀리 내년의 대선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희망 없는 이 가혹한 포천에서 우선은 주민소환제부터라도 성사시켜야겠다. 우리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직접 말할 수 있는 기회가 곧 오기 때문이다.

포천에는 이미 2만3679명의 주권적 주체가 있음이 13일 밝혀졌다. “이제 우리는 어찌해야 할 것인가?” 이 물음에는 벌써 우리 스스로가 답을 알고 있다.
ⓒ (주)포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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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현 기자 / kunitachi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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