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북한의 4차 핵실험(북한의 주장은 제1차 수소탄 실험)은 동아시아 평화를 심각히 위협하는 행위로서 엄중히 규탄해야 한다. 북한의 핵실험은 일본의 전쟁국가화와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 동아시아 군비경쟁과 군사긴장 격화에 불을 끼얹는 행동이며,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를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2. 북한 4차 핵실험은 ① 김정은 정권이 확실한 핵억지력을 보유할 때까지 계속 핵능력을 강화해나갈 것이 분명하다는 점과 함께 ② ‘전략적 인내’로 포장된 미국과 한국의 대북 방임정책 혹은 적당히 어르고 달래는 식의 대북정책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아시아회귀 등에 중대한 명분이 되고 있기 때문에 북핵문제가 ‘적절히’ 방치되고 있는 상황과 그러한 상황을 기정사실로 수용하는 현 한국정부의 대북정책 기조 하에서는 북한의 핵능력 강화를 막고 한반도 평화질서 정착 국면으로 전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3. 미국의 아시아회귀, 일본의 전쟁국가화, 그리고 한국정부의 비합의 통일 추구 분위기 확대와 그런 조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한-미-일 군사동맹의 강화와 대중국 봉쇄망 구축이라는 조건에서는 북한 핵무장을 막을 명분도, 중국이 협력하는 유효한 대책도 나오기 어렵다. 남북관계 발전, 북미‧북일관계 개선과 다자적 국제관계 추구, 그리고 그에 근거한 동아시아 평화협력체제 구축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동아시아적 접근이 아니면 북핵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
4. 평화와 민주주의를 공통의 가치로 추구하는 한국과 일본의 의회와 시민사회의 개방적 세력들은 이러한 상황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으며, 이 ‘새로운 동아시아적 접근’을 위해 함께 공동의 목소리와 실천을 추구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개방적 시야를 갖는 의회와 시민사회의 인사들을 중심으로 동아시아평화회의 한국 및 일본 준비위원회를 구체적으로 추진해나 야 할 것이다.
5. 한국 정부는 북한 핵실험에 대응하여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실행했다. 이는 비핵화문제를 남북 군사대치로 전환하는 성급한 조치이다. 논리적으로 보면 북한이 핵포기를 하지 않으면 대북심리전을 중단할 수 없고, 북한 역시 8.25합의에 의하면 즉각 준전시상태로 복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준)군사적 압박 조치는, 미국의 핵확장억지 강화를 포함하여, 오히려 북한의 핵무장 명분만 강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 조치로 인해 한반도는 작년 8월에 이어 또 다시 심각한 군사충돌의 위기에 빠질 수도 있는데, 문제는 남북 모두 위기해소의 역량이 크게 약화되어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군사위기가 확대되지 않도록 개방적인 시야를 갖는 지도적 인사들이 설득력 있는 목소리로 한국 정부와 국민여론을 움직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또한 국제적 여론을 조성, 군사충돌과 위기로 악화하지 않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다.
6. 한국과 일본의 평화운동 세력은 미국과 중국의 화해와 공존을 촉구하고 실제로 중단된 북핵6자회담의 복원과 북미-북일 대화의 재개를 요구해야할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외교의 복원이 미국과 중국의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의 해결, 긴장과 대결의 완화를 가져오리라는 전망을 꾸준히 제기해야한다.
7. 북한의 핵실험이 의도한 핵심 목표는 미국 대통령 선거 레이스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 다른 분쟁지역들의 경우나 마찬가지로 정권 말기에 이른 오바마 미행정부는 적극적인 개입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실험의 충격은 민주 공화 양당의 후보들로 하여금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혹은 방관 정책’을 비판하고 새로운 정책대안을 제시하도록 만들 것이다. 이 과정에서 6자회담 재개와 미국-북한의 관계개선을 통한 북핵 현상동결 내지 궁극적 폐기 문제들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대화회복 쪽으로 방향이 바뀌면 중국이 적극적 협력으로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4차 북핵실험이 의외의 전화위복으로 전개될 소지가 미국 대선 레이스를 통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이 북한이 기대하는 핵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