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샛별을 따 배당에 넣고서 집을 나섰다 세상은 아직 고요하다 부지런한 사람들 틈에 끼어 경전철을 탔다 불빛 안에 흐르는 시간은 제각기 깜빡인다 총총걸음으로 스쳐지나 사라지는 것들 나무가 부끄러움 없이 옷을 벗었다 알몸이다 저만치 겨울이 철길을 밀치고 회룡역에 막 도착했다 입동이다 불빛 그림자 길고양이 같은 황금 나비들이 날갯짓을 한다 세상은 밝아왔다 동살처럼 환하다 육육봉에 도착하니 기암괴석 장쾌하고 선경 명산 장관이로다 청량사 풍경 소리 귓전에 들려오고 자란봉 하늘다리 건너 선학봉은 이젠 이별이다 이별은 기약 없는 그리움이다 청량산아, 잘 있어라 하루가 저문다 육육봉에 연꽃이 피어나고 퇴계 선생 웃음소리 호탕하다 신재 선생한테 길을 물고 물어 나를 바라보며 소풍 길 돌아가고 있다 내 종아리에 그리움 한주먹씩 매달고서 돌아가고 있다
청량산 소요유 소요유다
2 매월당 선생 만나러 기차를 탔다 여럿 간이역을 지나고 소요산역에 당도하니 유유자적(悠悠自適) 두런댄다 작정했던 일탈이다 경기의 소금강 소요산, 높지도 낮지도 않아 오래도록 남겨두고 싶었던 한 땀 한 땀 오르고 올라 여섯 봉우리라 창공도 파랗다 소요유(逍遙遊), 소요유다 우리네 인생 단애를 기어 오르내리는 고추바람 칼바위 앞에 멈춰서고 낙락장송 푸름은 늘 그 자리인데 청산은 인생을 돌아보라 하고 소풍처럼 즐거워라 하네 소요유, 소요유다, 호호호 하하하 상념 하나하나 내려놓으면 소요유, 소요유다 장자의 영혼이 있고 의상의 기도가 있는 여기 그대들은 어디로 가시고 중생들만 왁자지껄하는고? 이이, 양사언, 태조 하며 나웅, 원효와 요석공주 하며 그대를 찾은 건 그대에게 여쭈는 건 그대의 답이 있나니 하늘사이 땅 사이 묵도(默禱)하는 소요유, 소요유다 기암괴석에 발자국 하나 새겨 넣고 샘물 한 모금 머금고 한 땀 한 땀 오르고 올라 그대에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