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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김항진의 미술여행] 추상미술의 세계를 연 입체파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5년 12월 13일
 
↑↑ 김항진 상명대 겸임교수
ⓒ (주)포천신문사 
큐비즘이란 단어를 아시나요? 큐비즘은 몰라도 피카소(Pablo Picasso)는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피카소가 만든 새로운 미술이 바로 큐비즘(Cubism, 입체파)입니다. 오늘은 입체파를 통해 현대미술의 모습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지난번 우리는 전통적인 색의 의미를 부정하고 색 자체에 더 의미를 두는 새로운 미술 야수파를 만났습니다. 야수파와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입체파는 한술 더 떠서 화면에서 색뿐만이 아니라 형태를 해체시킨 미술입니다.

전통적인 그림은 관찰자 즉 화가의 눈에 비친 모습을 원근법에 기초하여 묘사된 장면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르네상스 이후 유럽의 보편적인 원근법, 고전적인 인물 표현입니다. 이러한 방법은 오늘날 사진을 찍어서 종이에 인화해서 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유럽의 정신이 그대로 그림에 반영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유럽의 합리주의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미술을 표방한 젊은 두 작가가 나타납니다.

↑↑ (왼쪽부터) 음악, 씨베이(Julian R. Seavey) 1890, 테이블 위의 바이올린과 악보, 브라크(Georges Braque)1913
ⓒ (주)포천신문사

“회화는 모방이 아니다.”

입체파를 창시한 화가는 피카소는 조르주 브라크(Georges Braque)라는 프랑스 화가를 만나게 되는데 두 사람은 새로운 미술에 대해 뜻을 같이하고 함께 큐비즘 운동을 이끌어 가게 됩니다. 이 젊은 두 화가는 세잔으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세잔이 자연 속에 내재한 ‘입체적인 건축성’을 신봉했으며, 미술이란 현실의 모방이나 환상이 아니라 형태의 새로운 ‘언어’를 통해 창조하는 새로운 종류의 현실이라는 것을 믿었습니다.

단일 시점으로 그려진 사물이 그 사물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물은 360도 전 방위에서 관찰할 수 있는데 한 지점에서 본 모습이 그 사물의 전체를 드러낼 수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피카소와 브라크의 그림은 단일한 시점으로 그리는 방법을 거부하고 다양한 시점에서 관찰 된 사물의 모양을 캔버스 평면에서 해체된 것 같은 모습으로 표현하였습니다. 흡사 깨진 거울에 난반사되어 나타나는 모습을 연상한다고 할까요. 그런데 깨어진 거울에 나타난 대상은 사실적인 형태가 아닌 기하학적인 형태로 해석하여 화면에 나타납니다.
사물의 다양한 시점을 한 화면에 보여줌과 동시에 눈에 보이는 사물의 모습이 아닌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는 시도를 한 것이 입체파의 핵심요지입니다.

여기 두 개의 바이올린이 있습니다. 왼쪽 사진은 의심할 여지가 없이 전통적인 기법으로 바이올린을 주제로 그려진 정물화입니다. 전통적 정물화 기법은 화가의 화풍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나타날 수는 있어도 이와 같은 구도와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에 반해 옆에 있는 브라크의 바이올린은 어떤가요? 바이올린은 완전히 해체되었습니다.

바이올린 풍경은 작가의 주관에 의해 분석되어 전개도를 펼쳐 놓듯 분해되었고 작가는 다시 이것을 재구성합니다. 재구성하는 방법은 기하학적 형태로 전환되어 나타납니다. 그는 3차원공간의 세계를 2차원세계에서 보여주려는 방법을 원근법이 아닌 전혀 다른 방법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것입니다. 이로써 우리는 바이올린 정물화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대상을 만나게 됩니다.

이것은 르네상스의 하나의 시점에서 보는 개념으로부터 해방선언이었습니다. 미술가들은 모방을 포기함으로서 새로운 자유를 얻었습니다. 대상을 모방하지 않고, 새로운 회화적 언어를 구축하게 됩니다. 사물의 형태를 그대로 모방해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주관적 감정으로 바라보는 사물을 표현하는 하는 것으로서 오늘날 추상미술의 개념은 입체파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입체파는 현대미술을 추상미술의 세계로 안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미술의 흐름은 20세기의 세계 역사의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동서양의 세계는 하나로 묶이고 있었고 과학문명은 전에 없던 생활의 혁신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단일한 시점으로 바라보기엔 세상이 복잡해졌습니다. 그들이 세계의 흐름을 알고 입체파를 만든 것은 아니지만 시대가 변하고 있고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가능했으리라고 추측해 봅니다.

입체파의 논리가 과학적으로 말이 되느냐 안 되느냐 따지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미술은 과학이 아닙니다. 미술을 과학과 혼동하시면 안 됩니다. 원근법이란 물리적 개념을 빌려 왔다고 그림속의 현실이 진짜 현실이 되나요? 그림 자체가 비현실의 세계입니다. 그것이 미술의 세계입니다. 미술은 새로운 향해 질주하는 것이며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고 자신이 상상한 세계를 작품을 통해 제시하는 것입니다.

야수파와 더불어 입체파의 가치는 미술은 더 이상 무엇인가를 지시하거나 대상을 표현하는 수단이 아니라 독립적인 언어를 가진 존재라는 것을 알렸다는 점입니다. 미술자체의 언어에 더 주목하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미술자체의 언어란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보는 것을 그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음은 실제적인 것이 아닌 추상적인 개념에 가까운 존재입니다. 입체파는 야수파와 더불어 현대미술사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입체파는 추상미술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 주었고 이제 미술은 무궁무진한 표현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합니다.

김항진 / 상명대 겸임교수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5년 1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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