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들은 욕먹을 게 뻔한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일까요? 혹시 그들은 의도적으로 색의 질서를 파괴한 것일까요? 그들은 기존회화의 나태함에 일격을 가하기 위해 젊은 패기와 야심으로 뭉친 모더니스트들이었습니다.
외부 대상에 치중한 나머지 창조의 주체성과 내면적인 감동을 잃어버린 인상주의는 그들이 타파해야할 대상이었으며 따라서 이 인상주의에 새로운 시도를 전개한 고흐의 격정과 고갱의 원시적 생명력의 표현은 강력한 변화를 원하던 그들을 분발하게 하는 모범이 되었습니다.
거친 붓놀림과 강렬한 색채는 젊은 아티스트들이 추구하는 창조와 내면의 감동을 위한 유일한 무기였습니다. 야수파 화가들은 공기와 나무를 붉게 칠하는 등 색의 체계를 파괴하고, 자연 상태에서 드러나는 명암도 무시했습니다. 이러한 점은 고흐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기도 합니다. 야수파 작가들은 하늘과 바다는 푸른색, 나무가 울창한 산은 초록색이라는 색채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감정을 표현하는 매개체로써 개성 강한 색채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그들은 아프리카와 같은 3세계미술의 성향인 원시주의(Primitivism)에 영향을 받아 더욱 과감하고 강렬하게 색채를 왜곡해나갔습니다. 20세기 초 서구의 많은 미술가들은 미개부족이나 동양의 미술을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원시부족의 가면이나 조각은 서구 전통 미술에서는 볼 수 없었던 직접적이고 강렬한 표현 효과가 있었습니다. 원시 미술의 단순한 선과 강렬한 색채는 젊은 화가들이 우아함으로 치장된 전통미술의 권위에 대항하는데 멋진 무기가 되어 주었습니다.
↑↑ (앞 그림부터) 앙리 마티스, 모자를 쓴 여인, 1905 루벤스, 밀짚모자의 여인,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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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에서 야수파는 20세기 예술의 혁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색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은 굉장히 중요한 미술개념의 변화입니다. 고체처럼 굳어있던 색채에 대한 고정관념이 풀리자 화가들은 대담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색채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작가의 마음 속에 있는 주관적 감정과 관념을 표현의 대상으로 삼게 됩니다.
미술의 자율성은 전통회화와 현대미술을 구분 짓는 중요한 분기점이 됩니다. 색채를 자유롭게 사용하게 되면서 미술은 자연스럽게 추상적 세계를 표현하게 되었으며 20세기 미술이 전개되는데 하나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이에 반면 감상자들은 일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과거 미술과의 급격한 단절이 일어나게 되면서 전통회화를 보던 시점으로 그림을 이해하던 대중들에게 색과 형태가 화면에 무질서하게 뒤엉켜 있는 현대미술은 도저히 이해 불가한 그림일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빨간색의 의미를 친절히 알려주던 그림에서 빨간색이 왜 여기에 칠해졌는지 그 이유를 보는 사람이 스스로 찾아내야 하는 불친절한 그림이 되었습니다. 과연 그림은 불친절하게 된 것일까요? 미술은 한술 더 떠 형태마저 그림에서 표현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참으로 갈수록 가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