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총소리에 넋이 나가 국모마저 칼잡이들에게 내주었던 수치스러웠던 지난 날 낭패를 민중이 주인이라는 이 시대에 다시 반복할 수 없다
반도에서 알탕갈탕 키워논 젊은 사내나 처자들 제물로 바치던 알량한 힘으로 호미와 삽으로 단단한 알갱이를 일구는 손들을 비겁하게 잘라 기름진 배를 채우며 나라를 위한 애국한다고 큰 소리 치는 허풍장이들아 백성은 그대들에게 속고 눈물이나 흘리는 바보가 더이상 아니다
하늘을 찌르는 빌딩들이 나라의 자랑이라고 떠들어 갑돌이 갑순이 땀흘리며 힘들여 일하느니 여름이면 시원한 에어콘 바람에 겨울이면 중앙난방 뜨뜻한 사무실에서 콧노래 부르며 자판이나 두드리면 달마다 통장에 들어오는 돈으로 흥청망청 백화점이나 드나들며 살면 된다는 달콤한 말에 넘어간 백성이 어리석었구나
그대들 말만 철석같이 믿고 귀하디 귀한 표들을 모아주었더니 뿌리없는 그림자들이 마치 임금처럼 목에 고래 힘줄처럼 힘을 주는데 입가엔 차가운 냉소가 흐르는구나 소름끼치게 살기가 도는구나
그림자 임금들은 가면을 두세겹 쓰는지라 들어갈 때 나올 때 마음 다르다더니 빌딩에 들어가는 선남선녀는 별난 종족인지 몰랐어라 못난 내 자식들은 문턱에도 가지 못하고 지놈들 끼리끼리 고르고 골라 강남 공화국이라나 대구 공화국이라나 감자니 홍어니 놀려대며 헛물을 켜느데 오대양 바닷물을 모아도 부족하구나
억울한 백성들이 구름떼 되어 힘있는 자들이 거대한 동상처럼 버티고 있는 광화문으로 몰려들어 그동안 쌓인 한을 참다 못해 신문고나 울려야겠다는 마음으로 따지려 했더니 큰 길을 버스로 벽을 쌓아 막아 딴나라를 만들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