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중심에서 크게 흐르는 정기 한 가운데에 있는 고장, 백두의 정간용 축석에서 시작하여 분지 중심을 가로져 흐르는 물, 권력이나 권위를 따르지 아니하고 불의에 저항하는 반골(反骨)의 흐름인지, 다른 지역의 물줄기는 대부분 동에서 서로 향하고 있지만, 우리의 한내는 동쪽으로 끌어안고 흘러서, 들어오는 물이 없고 밖으로만 흘러 나간다는 자존심이 깃들어 있다.
인물이 많이 나는 고장은 주로 “비산비야(非山非野)”였다는데, 이는 “산도 아니고 들도 아닌 곳”라는 뜻이다. 바로 우리 포천을 두고 하는 말이었는지 유난히도 인물을 많이 배출했다. 대략 열거해도 충절의 사육신 유응부 선생, 명필가 봉래 양사언 선생, 국난을 극복한 백사 이항복 선생이 이고장과 뿌리를 같이하고 있고, 명가 약봉가문, 의병장 면암 최익현 선생 등 역사상 최고의 명현과 충신을 배출한 선비의 고장이다.
또한 일제 강점기에는 나라의 독립을 목이 터지도록 외쳤던 3․1운동에 참여한 33인의 민족대표 중에서 이종일, 권동진, 박동완 등 3명의 대표가 포천출신이었다. 그리고 이규채 선생과 조영원 선생 등 수많은 독립투사와 애국지사가 나라를 찾고자 목숨을 던져 싸우고 투옥되기도 했다.
그러나 해방이 되고 한국전쟁이 발발하여, 호구지책과 산업화로 인한 혼돈으로 그나마 이어지던 희미한 명맥마저 끊어져 중심마저 잃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지속적인 안보와 군사적 필요에 의한 부작용으로, 60여년을 사격장에서 날아온 포탄을 머리에 이고 살아가고 있어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이로 인해서 인근지역에 비해 개발과 발전에서 소외되어, 정신적 근본마저도 잃어버려 정리되지 않은 혼돈 속에 스스로를 폄하하면서, 양심을 버리고 아름다운 환경을 파괴하는 일까지 자행하여 허무함과 자괴감마저 엄습하고 있는 현실이 속상하다.
내려오는 말에 “정승 셋이 대제학(大提學) 하나를 못 당하고, 대제학 셋이 덕망 있는 선비가 벼슬길에 나가지 아니한 처사(處士) 하나를 못 당한다.”고 했다. 이 청백리 정신은 벼슬이 아무리 높아도 비가 새는 허름한 집에서 궁핍함을 누리면서도, 결코 그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표본으로 삼으며 학문과 덕행을 실천했다.
하지만, 지금은 청렴과 도덕성을 바탕으로 하는 선비정신이 사라지는 위기에 처해 있다. 왜냐하면 지금의 선출직들이 벌여온 몰염치와 비양심이, 끝내는 슬기로운 조상들의 명예마저 더럽히는 진흙 밭을 만들어 가고 있기에 그렇다.
포천시의 마스코트는 “오성과 한음”이다. 그런데 공부하지 않는 대표들로 인해 간교한 말과 사특함이 난무하여 일말의 양심마저 고갈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조상들의 숭고한 정신을 더럽히는 만행인가 말이다. 물론 대다수의 선량한 시민들과 뜻있는 인사들은 퇴보하는 지역의 정서를 안타깝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니 적어도 오성대감 즉 백사 이항복선생을 선양한다고 지역의 상징으로 내세웠다면, 그 인품과 정신을 이어가야 할 텐데 전혀 움직임이 없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이항복선생의 신도비를 지었던 상촌(象村) 신흠(申欽; 1566~1628)의 글을 들여다보며, 돈과 권력이 난무하는 염치없는 시대에서 고귀한 선비의 인품을 본받자는 뜻에서 다음의 시를 소개한다.
오동나무는 천년을 늙어도 항상 그 곡조를 간직하고,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그 본질이 남아 있고, 버드나무는 백 번을 꺾여도 또 새 가지가 돋아난다.
위 시에서 거문고나 가야금을 만드는 오동나무는 천년의 세월이 지나도 그 곡조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끈질긴 인내를 상징하고 있고, 매화는 추운 겨울 견디고 피어도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것은 자존심을 상징하는 것이다.
또한 달은 천 번을 기울고 이지러져도 그 모양과 본질은 남아 있다는 것은, 좌절을 극복하고 그 근본을 지킨다는 말이며, 버드나무는 백번을 꺾여도 새가지가 올라온다는 것은 절망하지 않는 인내와 도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지역을 대표하는 모든 사람들은, 청빈함을 결코 부끄럽게 여기지 말고 시민과의 의리를 생명처럼 귀하게 여겨서, 돈이 되지 않더라도 양심을 팔아서 안락을 추구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올바른 일이 아니면 백번을 죽더라도 끝까지 바로잡고자 노력을 해야만 진정으로 시민의 존경을 받을 것이니, 선비의 겉모습만을 덩그러니 상징으로 내걸지 말고, 스스로 신중하게 처신하고 행동을 가다듬어, 더 이상 시민만 불쌍하게 만드는 일은 절대로 만들지 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