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기자들은 지난 16일 포천시청 현관 앞 어두컴컴한 새벽 6시부터 서장원 시장의 출근을 기다렸다. 혹시라도 뒷문으로 들어오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취재진에게 7시쯤 나타난 자치행정과의 팀장은 “절대로 그럴 리 없다”며 취재진을 안심시켰다.
7시50분경 서 시장이 탄 검은색 승용차가 시청 본관을 돌아 뒷문으로 향할 때 우리 기자들도 뒷문을 향해 뛰었다.
기자들이 왜 뛰었을까? 단 한마디 말이라도 직접 서 시장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였다. “시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는 말을 했으니 무슨 일부터 할 것인지 묻고 싶어서였다.
지난여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메르스 사태는 시간이 지나 갈수록 바이러스의 문제가 아니라 소통의 문제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초동대처가 좀 더 빨랐다면, 또 감염 병원에 대한 정보가 빨리 공개됐더라면 전국적으로 문제가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극 ‘뿌리 깊은 나무’에서 세종 이도(한석규)의 한글 유포를 막으려는 이유로 정기준(윤제문)은 미개한 백성들에게 한글은 혼동을 주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논리를 들었다. ‘뿌리 깊은 나무’의 김영현, 박상연 작가는 이 논리를 나치의 '괴벨스'에게서 가져왔다고 말한 바 있다. 정기준은 한글 같은 파괴력 있는 정보체계를 마치 전염병처럼 봤다.
메르스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은밀히 저들끼리 해결하려다 오히려 세계 제1의 감염자를 낸 병원을 보면 여전히 정보의 소통에 대한 시대착오적 판단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가를 잘 알 수 있다.
기자들은 전염병이 아니다. 16만 포천시민의 눈과 귀가 되고, 입이 되는 기자들을 멀리해서는 안 된다.
오늘 서거한 故 김영삼 前 대통령은 일본의 대표적인 뇌물 스캔들이었던 ‘리쿠르트 스캔들’을 ‘요구르트 스캔들’로 이야기하고, "세종대왕은 우리나라의 가장 위대한 '대통령'이었다", ‘우루과이 라운드’는 ‘우루과이 사태’로. 동학운동의 기수 전봉준 장군을 ‘정몽준 장군’으로. ‘역사의 아이러니’를 ‘역사의 아이노리’라고 말실수를 했다.
출근길에 벌어졌던 대구 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 사고가 나고 며칠 뒤인 1995년 5월 2일 김영삼 대통령은 여당 초재선 의원들을 청와대로 불러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그 자리에서 "대구 (가스폭발) 사고는 정부도 공동의 피해자다”라며 “76명의 실종자가 발생한 사고가 난 사고가 미국에서 났는데도 그 나라 정부는 비난 받지 않는다. 오히려 대통령의 인기가 올라가더라."라고 말했다. 보도가 잘 안 돼서 다행이지 제대로 쟁점화 됐더라면 지지율이 땅 바닥까지 떨어질 뻔한 위험한 발언이었다.
故 김영삼 前 대통령은 자신의 이런 잦은 말실수에 대해 억지핑계를 대거나 그럴듯한 변명으로 모면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실수를 범할 때마다 “이래야 분위기가 덜 딱딱할 게 아니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故 김영삼 前 대통령은 늘 기자들을 가까이 대했다. ‘김영삼 이데올로기’를 쓴 전북대 강준만 교수가 “김영삼을 키워준 것은 언론이다. 언론의 권력에 대한 ‘탐욕’과 김영삼에 대한 ‘의리’는 그의 자질을 은폐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비판할 정도로 그의 언론인 환대는 유명했다.
수많았던 말실수와 직설적인 정치언어에도 불구하고 故 김영삼 前 대통령을 비판하는 기자들이 적은 이유는 그가 늘 기자들을 가까이 했기 때문이다. 기자들을 적으로 만들지 않고 오히려 보좌관으로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사람은 자주 만나고 소통을 해야지만 알 수 있다. 이것을 강준만 교수는 ‘의리’라고 부르지만, 나는 이것을 ‘정’이라고 부르고 싶다. 20여 년 전에 처음 만난 기자에게도 아직까지 연하장이 날아온다.
서장원 시장은 “시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는 말 한마디 해놓고는 기자들에게 알아서 쓰라는 방식이다. 지난 20일에는 서 시장이 ‘고모~직동간 도로 공사’ 현장 등 주요사업장을 방문해 공사추진 상황을 점검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보내왔다.
기자는 메일로 보도자료의 사진을 받자마자 사진의 ‘속성’부터 들여다봤다. 현장사진을 찍은 날짜는 20일 오전10시8분, 촬영한 카메라는 Nikon D4, 조리개 값 13, 노출시간 1/250초, ISO 800, 초점거리 28mm라고 나온다.
노란 안전복을 입고 하얀 헬멧을 쓴 서시장이 무언가 손짓으로 현장지도를 하고 있는 모습의 사진이다. 과연 시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라고 할 만한 사진들이다. 안타까운 점은 시민의 눈과 귀가 되고, 입이 되는 우리 기자들에게 왜 알리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본지 기자들은 지난주 내내 시청에서 서 시장의 시정출동을 대기하고 있었다. 본지가 취재한 청소년 모의국회를 비롯해, 포천문화원 2015 학술연구발표회, 특히 2015년 포천시 이·통장 워크숍 등에서는 400여명의 인원이 서 시장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故 김영삼 前 대통령은 평생을 떳떳하게 살았다. 그가 상도동 저택의 거실에 걸어 둔 친필 휘호처럼 “호연지기”의 삶을 살았다. 호연지기는 떳떳함에서 오는 용기다. 수많았던 말실수와 직설적인 정치언어에도 불구하고 그를 빼고는 대한민국의 현대정치사를 논할 수 없듯, 그만의 “올바름”이 그에게 ‘결단의 정치인’, ‘소신과 용기의 지도자’라는 떳떳함을 주었을 것이다.
기자도 오늘 故 김영삼 前 대통령의 조문을 다녀왔다. 정치인들 이상으로 많은 기자들의 행렬이 눈에 띄었다. 물론 취재하는 기자가 아닌 조문객으로 온 기자들이었다.
서장원 시장에게도 ‘호연지기’를 바란다. 본인이 무고하다면, 떳떳해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떳떳함에서 오는 용기로 시민들과 소통하기를 바란다. 기자들은 기꺼이 시민들의 눈과 귀가 되고, 또한 서 시장의 입이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서 시장도 故 김영삼 前 대통령만큼 시민에게 사랑받고 존경받는 시장이 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우선 ‘소통’부터 해야 한다. 언제까지 '보도자료'만으로 시민과 소통할 생각인가 묻고싶다.
다음은 포천시청측이 본지에 보내 온 보도자료다.
서장원 포천시장은 시민에게 “장기간에 걸친 시정 부재를 사과하고 향후 현안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과 시정발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지난 20일 ‘고모~직동간 도로 공사’ 현장 등 주요사업장을 방문해 공사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포천시장은 현장관계자로부터 공사 진척상황 등을 보고 받는 자리에서 금년도 사업의 마무리를 위한 문제점과 공사로 인한 주변 상가의 민원을 청취하고 내년도 예산 확보상황 및 보상진행 실태 등 공사추진에 따른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또한 상수도 공급계획과 국가자전거 도로망 구축사업에 따른 자전거도로 계획 반영여부 점검 등 K-디자인빌리지 조성사업의 원할한 추진을 위한 조속한 사업 마무리를 당부했다.
아울러 “축석~무봉간 도로 공사” 현장에서는 군사시설보호구역내 도로공사의 차질 없는 추진을 당부하면서 광릉 숲 생물권 보전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활용한 지역 특산물 판매장 설치 등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역설하면서 도로사업은 지역의 최대 현안 사업인 만큼 목표기간 내 차질 없이 준공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