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원 새누리당 소속의 포천시장이 13일 오전 의정부교도소에서 만기 출소한 뒤 시정에 복귀할 방침이라고 전해지는 가운데 그의 시장직 복귀를 둘러싼 찬성과 반대 논쟁이 매우 뜨겁다.
포천시는 현재 서장원 시장이 장기간 구속 수감 중인 상태로 부시장인 김한섭 권한대행 체제로 시정이 가동되고 있는 상태지만 13일로 다가온 서장원의 시장직 복귀가 현실화 될지는 의문이다.
이 사안에 대해 최근 ‘주민소환’까지 논쟁이 촉발된 계기가 무엇이건, 그 배후의 정치적 고려가 무엇이건, 어떻게 결말이 나건, 이번 문제는 우리 시민과 시의회, 그리고 시정과의 관계 설정을 재음미하게 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이면서도 일도양단의 입장을 정하기 힘든 미묘한 부분들이 있다.
주민소환이란 문제가 있는 지방행정에 대해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제재할 수 있는 제도를 일컫는 말이다.
지방자치의 제도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의 임기 중 직무에 문제가 있는 경우 주민투표를 통해 제재할 수 있는 제도다.
투명하고 책임성 높은 행정을 가능하게 할 수 있지만, 주민소환이 잦을 경우 안정적인 행정 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임기 개시일로부터 1년 미만인 경우, 임기 만료일로부터 1년 미만인 경우, 주민소환 투표를 시행한지 1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에는 주민소환제를 시행할 수 없다.
주민소환투표가 시행되려면 지역 주민 10~20%가 서명해야 하고, 해당 지역 유권자 3분의 1 이상이 투표하여, 투표자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대상 단체장이나 의원의 직무가 상실된다.
여기서 우리는 ‘시장의 성추행’과 ‘주민소환’ 등 감정적이고 정파적인 말들을 잠시 접어두고, 포천의 민주주의에 대해 차분하게 되돌아 볼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시장직 복귀’는 사법부의 판단이나 서시장 개인의 판단 영역이라는 생각을 벗어나 더 나은 지역정치를 위한 필수적 논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원석 시의원은 “서장원 시장이 만약 스스로 사퇴하지 않고 시장직무에 복귀한다면 16만 포천시민의 서명을 받아 법원에 시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할 것이며 이와 동시에 포천시민과 함께 시장직 사퇴 운동 및 퇴진을 위한 주민소환이 될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10일 밝혔다.
우선, 주민소환을 요구하겠다는 데 대한 시정의 당혹스러움을 이해할 수 있다. ‘성추행 혐의’를 받은 시장의 레임덕을 둘러싼 정치권의 권력암투라는 시각은 제외하고서라도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첫째, 효율성의 문제다.
시정 과정의 세부적인 부분까지도 시의회가 ‘행정감사권’을 발동하여 사후적으로 개입해 비판할 때 일선 행정직 공무원들이 느낄 당혹감은 매우 클 것이다.
서시장의 복귀문제와 더불어 최근에는 "포천시 공무원들의 잇따른 해외연수가 지역민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는 소식마저 들린다.
김한섭 포천시장 권한대행은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공무원 5명 등 총 14명의 방문단으로 일본 호쿠토시를 방문해 ‘호쿠토시 문화제 참가’, ‘두 도시의 문화예술교류’ 등을 추진하고 돌아왔다. 1인당 예산은 150만 원가량이라고 전해진다.
일본의 물가를 감안할 때, 4박5일 일정에 항공권을 포함해 150만원의 예산이라면 정말 빠듯한 출장이었을 것이다.
요컨대, 김한섭은 포천시장 권한대행의 공무원이지, 선출직인 시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역민들에 대한 고려를 벗어날 수 없는 시의원들이 시장복귀에 대한 안 좋은 감정으로 시정에 대해 만약 ‘해외출장’까지 행정감사권을 행사한다면, 이것은 공무원들에게는 악몽일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시의회가 시청 공무원에 비해 얼마나 전문성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한 걱정이다. 전문화, 세분화된 시청부처의 인력을 생각하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시의회는 압도적으로 부족하다. 조례를 발의하고 제정하기에도 인력과 자원이 부족해 중앙행정부나 심지어 시민의 도움을 받아가며 분투하는 시의회가, 조례보다도 더 세부적이고 전문적인 행정일정까지 관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익과 시민신뢰의 문제다. 포천에서는 산적한 문제에 비해 시의회, 그리고 정치가 너무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장자산업단지의 ‘석탄발전소’문제를 비롯해 시의회에 대한 지역여론이 좋았던 적은 별로 없지만, 지역행사에 참석해 ‘눈도장 찍기’바쁘다고 눈총을 받고 있는 시의회가 시정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주민소환’을 통해 마련한다는 것이 시민의 눈에 곱게 보일 리가 없다.
특히, 지역민들에 대한 고려를 벗어날 수 없는 의원들이 정해진 수순대로 움직이는 시정이 가는 길에 사사건건 딴죽을 걸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일부 시의원의 말대로 “(서시장이) 시장직으로 복귀 한다고 해도 법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으므로 사퇴를 종용하지는 않겠다."며 "서장원 시장의 복귀를 반기는 시민들도 있어 시의원으로서 양쪽의 의견을 다 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들리는 것이다.
한편, ‘권한대행’이란 직책에 대해 다시 돌이켜 보게 된다. 김한섭 포천시장 권한대행은 지난 11일 ‘농업인의 날’ 행사에 참석해 축사에서 “포천의 농업인들에게 더 많은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법률체계를 보면 시민들의 직접적인 대의기관인 시의회가 예산심사권을 가지는 것으로 돼있다. 시장이 편성한 예산안을 의회에서 심의·확정하고 시장은 예산을 집행한 후, 결산승인을 받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서장원 시장의 ‘시장직 복귀’는 사법부의 판단 소관이라는 말 또한 너무 한가하게 들린다. 시장으로 복귀하고 또 다시 누군가가 피해를 입고 구체적 소송에 들어가야 비로소 문제에 대한 검토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의회의 비효율성, 비전문성, 이익의 지배 등은 물론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시의회는 그 정의상 시민들을 대변하는 임시직이라는 점에서 비효율적이고, 비전문적이며, 이익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 주장하는 것은 이러한 임시직들에게 시정의 공무원들이 설명하고 설득하며 통제받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말하는 것이다. 의회가 비효율적, 비전문적이며 이익의 지배를 받는 것은 바로 우리 시민이 그렇기 때문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시정과 시의회가 서로 경멸하며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과 고유한 영역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요컨대, 시정활동의 일환으로 행해지는 ‘해외출장’에 대한 행정감사권부터 ‘주민소환’에 이르기까지 시정이 가는 길에 사사건건 딴죽을 걸 것이 아니라, 문제의 핵심과 발단은 서장원 시장에게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다시 한 번 인식해야한다.
“시민 중심 행복 포천 도시 건설” 이란 목표를 내걸고 있는 포천시는 지금 16만 시민과 900여 공직자들이 잠잠히 서시장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서시장은 출소를 앞두고 포천시청의 의전행사를 마다했다고 전해진다. 서시장의 ‘의중’이 궁금하다.
↑↑ 지난 10개월 동안 시장의 공백으로 시장 권한대행을 맡아 온 김한섭 부시장이 12일 '농업인의 날' 행사에서 코를 감싸 쥐며 그 동안의 과로를 달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