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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관해

누가 무엇을 어떻게 올바른 역사로 판단할 것인가
양상현 기자 / 입력 : 2015년 10월 23일
ⓒ (주)포천신문사

지난 12일 교육부는 2017년부터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역사수업에 국정교과서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국가가 선정한 집필위원들이 기술한 ‘단 하나의 역사’를 전국 중고교에서 가르치겠다는 계획이다.

군사독재 정권을 이끈 박정희 대통령 시대인 1974년에 교과서가 국정화 됐다. 80년대의 민주화 후에 서서히 검정제의 채용이 시작돼, 전면적으로 검정교과서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겨우 4년 전의 일이다.

현행 검정제의 역사교과서 중에는 사실관계의 오류나 북한 편향적인 기술도 있다고 해서, 국정교과서를 만듦으로써 그러한 문제를 해소하고, “국민통합”을 도모한다고 정부는 밝혔다.

교육부는 "객관적 사실에 입각해 헌법적 가치를 담은 균형 잡힌 역사교과서를 만들겠다"고 설명하고, ‘올바른 역사관을 확립하기 위한 교과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교과서제가 되면 과거의 일본통치시대나 군사독재정권을 미화시킬지도 모른다고 반발하며, 교육부장관의 해임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16일의 국회질문에서도 비판했다.

한국역사연구회의 발표에 따르면, 주요대학의 역사연구학자들이 교과서의 집필을 거부한다는 성명이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이 1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정화에 대한 지지와 반대가 각각 42%였으나, 리얼미터가 22일 발표한 여론조사(지난 20일 실시)에서는 지지가 41.7% 반대가 52.7%로 국정화에 대한 여론이 역전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민주화 되고나서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우리나라는 대내외적으로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하는 선진국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제 와서 왜, 역사교과서만을 국정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해방 후 검정제로 유지되어 오던 국사교과서 발행체제는 박정희의 유신체제가 형성되면서 갑자기 국정제로 전환됐다. 독제체제로 악명 높았던 유신체제의 정당성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당시에도 정부에서는 권위 있는 학자들에게 위촉하여 객관적인 사실들을 담은 역사교과서를 만들 것이라고 홍보했지만,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 우리는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심지어 전두환 정부 때도 ‘국정 교과서는 자유민주주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가 나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보고서는 국정제가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성이 필요한 미래세대 교육에 적합하지 않고 나아가 학문의 발전에도 저해된다고 비판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는 현 정부 내에 반대의견도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강한 의지에 의해서 결정되었다고 전해진다. 다양한 의견을 참고로 한다는 취지에서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내용을 정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야당이나 학생, 시민단체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사회에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 주요대학의 역사연구자들은 발 빠르게, 집필진에 참가할 것을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그밖에도 보수계 언론에서조차 다양성을 지켜야한다고 신중론과 반대론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이미 내년부터 사용될 초등학교 사회교과서에는 일제의 쌀 ‘수탈’을 ‘수출’로, 의병 ‘학살’을 ‘토벌’로 표현하고 있다. 이것이 정부가 말하는 ‘국민통합’과 ‘건전한 역사관’의 역사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교육은, 결코 정쟁이나 이념의 대립에 의해서 국민이나 학생을 분열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립의 최대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정부의 국정화라는 일방적인 통고였다.

그러나 박대통령과 새누리당은 현행의 검정교과서가 북한에 우호적이고 대한민국을 깎아내리는 서술이 많으며 이념편향적인 집필진이 많다는 이유를 제시한다.

사실 현행 교과서에는 군사독재에 비판적인 기술도 적지 않다. 국정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국정화의 최대목적은 아버지의 명예회복’이라고 비난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정부가 국정화를 강행할 경우 ‘유신 잠재세력’으로 규정하고 저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시민사회와 언론계, 학계등 사회전반이 강력한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국정교과서의 명칭은 ‘올바른 역사교과서’로 한다고 하지만, 애당초 누가 무엇을 어떻게 올바른 역사로 판단할 것인가.

박대통령은 일본에 대해서도 반복적으로 ‘올바른 역사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어느 나라든지, 과거 부의 유산으로부터 눈을 돌리거나, 정치적인 야욕으로 역사적인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의 민주화는 국민들의 많은 피가 흐른 끝에 얻어진 것이다. 다양한 의견이 공존해야지만 민주국가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인 다양성을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균형 잡힌 역사교과서를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청와대의 "최종적 입장”은 시계바늘을 뒤로 돌리는 것과 같은 시대착오적인 조치며, 국민통합은커녕 사회에 갈등만 조장시킬 뿐이라는 사실을 박근혜정부는 알아야 한다.

양상현 기자 / kunitachii@naver.com
양상현 기자 / 입력 : 2015년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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