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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렬의 세상보기] 부모/자식, 교사/학생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5년 10월 01일
 
↑↑ 김성렬 포천신문 칼럼위원장, 대진대 한국어문학부 교수, 문학평론가
ⓒ (주)포천신문사 
얼마 전 포천 모 중학교 1학년생들을 데리고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포천 관내 도서관에서 중학교의 자유학기제에 기여하는 인문학 관련 행사로 기획한 것이어서 기꺼이 응했는데 나의 교육 경험으로는 가장 어린 학생들을 만난 경우가 되었다. 요즘 중고교의 공교육 현장이 혼란스럽다는 이야기는 직간접적으로 전해 듣기는 했지만 과연 어린 중학생들이 보여준 수강 태도는 나의 기대(?)를 훨씬 초과하는 수준이었다.

문학 기행을 나서기 전에 교실에서 사전 강의가 있었는데 교실에서의 태도부터가 나의 예측에 전혀 어긋나지 않았다. 빔 프로젝션을 틀고 강의를 시작하자마자 35명 남짓 되는 아이들 중 여학생들 두엇은 아예 뒤로 돌아앉아 뒷자리의 친구들과 이야기꽃을 피우고 책상 위에 엎어진 학생, 옆자리 친구들과 쑥덕이는 친구도 여럿이다. 내가 분위기를 수습하려고 질문을 던지면 동문서답이다. 뒤로 돌아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여학생들은 벌써 입술 화장을 진하게 한 친구들이다.

처음엔 원체 예상했던 터라 그래도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 웃는 얼굴로 넘어가다가 여러분이 아는 작가나 시인은 누가 있냐고 물으니 ‘이순신이요’라는 식으로 나오는 데는 정색을 하고 분위기를 잡지 않을 수 없었다. 선생님은 진지하게 얘기를 하는데 농담도 너무 지나치면 무례, 그리고 질문에 대한 답도 중구난방으로 하는데 손들고 해주면 좋겠다고 하자 또 이에는 웬만큼 따라 주었다.

중 1짜리들에게 인문학 차원의 문학 강의는 어렵다 보고 나 자신도 웬만큼 아이들을 어르며 섞이려는 노력을 해가며 문학기행을 나선 날 이건 참 아무래도 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이들과 점심을 먹으면서였다.

학생들의 인솔교사와 도서관 직원, 나까지 넷이 잔디에 앉아 점심을 먹고 있자하니 여학생 서넛이 주위를 얼쩡거리더니 선생님들이 “여기 앉아. 이것 먹어.” 하니 지체 없이 달려들어 이것저것 손을 뻗는다. 아마 부모들이 일종의 소풍이라 보고 교사들에게 점심을 맞춰준 모양이었다.

요즘 교사들이 아이들과 원체 격의 없이 지내는 줄은 알았지만 이건 거의 친구 수준이 아닐까 싶게 학생들과 교사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그래도 그것까지는 좋았으나 이 친구들을 본 다른 학생들까지 몰려들더니 자기 선생님들 앞의 후식 – 비닐컵에 든 과일들을 보고 어머 청포도 하고 달려들더니 급기야는 나와 도서관 직원 앞으로 가로질러 와서 우리 앞에 놓인 것조차 컵 째 들고 가버린다.

이건 어른에 대한 예절 운운하기 전에 친구들 간에도 그렇게 하면 안될 텐데, 후식 한 컵 뺏겼다고(?) 윗사람에 대한 예절 교육을 일장 설할 수도 없고 그저 속으로 혀만 찰 노릇이었다. 물론 아이들과 다녀보니 진지하게 배우려는 친구도 제법 있고 또 역시 아직은 순수한 아이들이라 가르치면 응하는 아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고삐 없는 망아지 마냥 너무 제멋대로 활달한 학생들을 보고 우리 교육 현실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닌지를 생각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은 어떤 다른 생물종보다 생존을 위해 오랜 시간의 교육을 요한다. 초·중·고만 해도 12년, 여기에 대학, 유치원까지 더하면 약 20년 가까운 시간이 교육에 든다. 초원의 동물들이 먹이를 제 스스로 구할 때까지 들이는 시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시간이다. 그만큼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이다. 이렇게 배워야 할 것에는 전문 지식 뿐만 아니라 사람이 해야 할 도리도 포함되어 있다. 소위 인성교육, 인간교육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교육은 학교에서만 하는 줄 아는데 오히려 부모가 더 크게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다. 부모는 아이들의 갓난아기 시절부터의 교사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먹는 법, 행동하는 법, 심지어 사고까지 그대로 배운다. 그러니 어쩌면 인간교육의 더 큰 교사는 부모이다. 명리학에서는 인간의 운이 부모운, 자신 스스로의 운, 자식운이 각각 1/3씩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하는데 나는 부모의 역할이야말로 50%에 해당한다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하는 행동과 사고 뿐 아니라 DNA도 그대로 물려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고난 DNA야 어쩔 수 없지만 후천적 교육은 부모의 몫인데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을 최대한 친하려고만 하고 억압해야 할 장면에서 억압하려 하지 않는다. 적절한 억압과 제재는 교육의 본분임에 불구하고.

교사들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교사들이 1970년대나 80년대처럼 권위적이고 억압적이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너무 유하기만 해서도 안 될 일이다. 앞서 인간의 교육 기간이 길다고 이야기했지만 그런 면에서 교사 – 가르치는 일에 종사하는 이들 모두의 역할은 참으로 막심하다. 좋은 교사를 만나 자기 삶의 방향타를 제대로 잡았다는 일화를 우리는 심심치 않게 접하지 않는가.

부모이자 교사인 이 글을 쓰는 필자는 그러면 교육을 잘 하냐고 물으면 얼굴이 붉어진다. 아이에겐 버럭 화를 잘 내서 일쑤 상처를 주고 학생들에겐 본이 될 인격과 그들이 원하는 지식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런 글을 쓰는 것은 내가 이번 경험에서 느낀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분들도 많으리라 보고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이제 정말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를 묻고 싶어서이다.

김성렬 / 포천신문 칼럼위원장, 대진대 한국어문학부 교수, 문학평론가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5년 10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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