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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현영] 어느 학생의 수기-슬픔은 하늘에 메아리 되어


김현영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5년 09월 15일
“소현아! 빨리 일어나, 학교 가야지”

엄마의 자명 소리에 눈을 떴다. 늘 그랬다는 듯 나의 시선은 유리 깨진 낡은 시계를 향해 있었다. 시간을 보고 나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언성을 높였다.

“왜~ 지금 깨웠어!! 아우, 짜증나!!!”
‘쾅’ 방문 소리가 세게 울려 퍼졌다. 주섬주섬 교복을 입고 나가려고 하였다. 그런데 그때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현아 미안하다, 엄마가 몸이 안 좋아서…”
“아씨~~~ 또 감기야? 그놈의 감기는 시도 때도 없이 걸려?”
"늦게 깨워서 미안 하구나. 자, 여기 도시락 가져가렴"

‘타악!’

"됐어! 나 지각하겠어! 갈게!" 도시락이 바닥에 내동댕이 처졌다. 신경 쓰지 않고 내 갈 길을 갔다. 뛰어가면서 살며시 뒤를 돌아보았다. 엄마는 말없이 주섬주섬 내 팽개쳐진 도시락을 다시 담고 있었다. 창백해 보였다. 여느 때 보다 엄마의 얼굴이 무척 창백해 보였다. 하지만 늘 엄마는 아팠기 때문에 난 아무렇지도 않게 학교로 갔다.

종례 시간이다. 이번 주 토요일 수학여행을 간단다. 가고 싶었다. 가서 친구들과도 재미있게 놀고 싶었다. 가난이란 걸 깨끗이 잊고 오고 싶었고, 엄마도 잠시 잊고 싶었다. 집에 와서 여느 때처럼 누워있는 엄마를 보며 인상이 먼저 찌푸려졌다.

어~ 우리 소현이 왔어?"
"엄마! 나 이번 주 토요일 수학여행 보내 줘…"
"어…수학여행이라고? 얼마나 드는데?"
"8만 원 든다는데…"
"8, 8만 원씩이나"
"8만 원도 없어? 우리 생 거지야? 그치?!"

이런 가난이 지긋 지긋하게 싫었다. 돈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가난이 정말 싫었다. 엄마도 싫었고, 식구가 엄마와 나뿐인 것도 외로웠다. 엄마는 잠시 한숨을 쉬더니 이불 밑에서 통장을 꺼냈다.

“여기 엄마가 한 푼 두 푼 모은 거야 여기서 8만 원 빼가거라”

난생처음 보는 우리 집의 통장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고맙다는 말도 없이 당장 시내 은행으로 달려갔다. 통장을 펴보니 100만 원이란 나로선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 있었다. 이걸 여태 안 줬다고 하는 생각에서 엄마가 또 한번 미워졌다.

일단 8만 원을 뺏다. 92만 원이 남아있다. 90만 원이나 더 남았기 때문에 더 써도 될 것 같았다. 언 듯, 요즘 얘들이 가지고 다니는 핸드폰이라는 게 생각이 났다. 40만 원을 다시 뺏다. 가까운 핸드폰 대리점에 가서 좋은 핸드폰을 하나 샀다. 즐거웠다. 처음 맛보는 즐거움과 짜릿함 이었다. 핸드폰을 들고 거리를 마구 다녔다. 여러 빛깔의 예쁜 옷들이 많이 있었다. 사고 싶었다. 또 은행으로 갔다. 20만 원을 뺏다. 여러 벌 옷을 많이 샀다.

예쁜 옷을 입고 있는 나를 보면서 흐뭇해하고 있을 때 눈에 띄는 게 하나 있었다. 바로 엄마가 잘라준 촌스러운 머리였다.

은행에 또 갔다. 5만 원을 다시 또 뺏다. 머리를 예쁘게 자르고 다듬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이젠 수학여행에 필요한 걸 살 차례다. 난 무조건 마구잡이로 닥치는 데로 고르고 샀다. 9만 원이란 돈이 또 들어갔다.

그렇게 집에 갔다. 또 지긋 지긋한 집에 가기 싫었지만 그래도 가야만 하기 때문에 갔다.

김현영 포천신문 시민기자
김현영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5년 09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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