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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렬의 세상보기] 문화대국으로의 진입을 위하여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5년 09월 04일
 
↑↑ 김성렬 포천신문 칼럼위원장, 대진대 한국어문학부 교수, 문학평론가
ⓒ (주)포천신문사 
며칠 전 부산을 가노라 KTX를 타려고 서울역을 이용하였다. 지방엘 가도 주로 승용차를 손수 운전하여 갔다 오다보니 서울역을 들르긴 오랜만이었다. 3,4년 만인가, 오랜만에 보는 서울역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구 서울역사는 박물관 및 휴게시설로 말끔히 단장되어 있었고 노숙자들도 별로 눈에 뜨이지 않았다. 신역사의 대합실은 여러 가지 첨단 IT 시설로 단장되어 있고 입점한 가게들도 모던한 외양들을 자랑하고 있어서 참으로 세련된 느낌을 주었다.

무엇보다 화장실에 들르니 사람들이 일렬로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게 아닌가. 우람하면서도 모던한 건축물에 최첨단 설비를 갖춘 대합실, 선진적 시민의식까지 갖춘 서울역을 대하니 한국도 이만하면 글로벌 기준을 초과하는 국가가 되었다는 흥분이 느껴질 정도였다.

지금까지 선진국이라는 구미 여러 나라를 들러 보았어도 이만큼 세련된 시설과 사람들을 보지 못한 탓이다. 짧은 견문으로 독단하는 게 아닌가 싶지만 인천공항을 보더라도 시설과 시스템의 첨예함, 종사자들의 친절 등은 세계 으뜸 수준임이 분명하니 한국이 달라진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면 우리는 이제 문화국가가 되었는가? 세련된 스카이라인을 가진 도시, 거리를 가득 메운 자동차의 행렬, 전자제품과 자동차 등 첨단기기의 최고 수출 국가이지만 그러나 이 물음에는 선뜻 긍정적인 답을 내놓을 수가 없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 주위의 나라들과 비교해 보자. 우리가 대륙을 차지한 중국만큼 거대한 유적이나 문화자원을 가지고 있는가? 일본만큼 섬세한 유무형의 문화자산, 문화적 온축물들을 가지고 있는가?

이들 나라들과 문화유산과 유적을 가지고 세계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경쟁을 한다면 우리가 앞설 수 있겠는가? 중국인 유커들이 쇼핑 관광에 몰두하는 현실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소문난 문화유적 때문에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다. 우리의 문화를 폄하하려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문화 부흥은 이제부터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마르크스의 입론에 기대지 않더라도 문화란 먹고 사는 기본적인 문제, 즉 물질적 토대가 웬만큼 마련되었을 때 꽃핀다. 다시 말해 경제적 여건이 열악할 때는 문화나 예술이 꽃피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태리의 메디치가는 그들이 축적한 상업자본으로 문예부흥에 이바지 하였고 영국은 중세에 조성한 국력으로 문화강국의 기틀을 다졌음이 이를 입증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단군 이래 가장 풍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내세우면서 문화융성을 내세우는 것은 시의를 얻은 측면이 있다. 참으로 우리는 이제부터 진정한 문화국가로의 진입을 도모해야 할 때에 이르렀다. 그러나 여기에는 몇 가지 전제가 있다.

우선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문화는 정신 또는 영혼의 소산이라는 것이다. 문화의 근간이 되는 인문학이나 예술을 생각할 때 이는 너무나 명백한 조건이다. 이 점을 상기하면 현 정부의 문화융성 시책은 시의는 제대로 얻었으나 본질과 많이 비껴있다. 창조경제를 위해서, 즉 경제적 이득을 위해서 문화를 ‘이용’하자는 정책이니 말이다.

문화를 경제를 위해 활용하자는 것이 애초에 잘못된 목표랄 수는 없지만 인문학이나 예술은 어디까지나 무용지용(無用之用)이 근본이다. 쓸모없음으로부터 인간과 자연을 위한 진정한 쓸모가 제대로 나온다는 말이다. 그러니 당장의 쓸모를 위해 문화를 부흥하고 쓸모 있는 아이디어를 빨리 만들자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과학기술이 중요하고 거기에 문화적 쓸모를 덧입히자는 현 정부의 득달이 대학들에도 파급되어 기초학문이 고사지경으로 내몰리는 현상은 이제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지만 심지어 어떤 대학은 어문계열도 실용위주로 개편할 것을 요구하며 아예 ‘어문 연구’라는 개념을 포기하라는 지경의 주문을 한다고 들었다. 이래서는 문화가 융성할 수가 없다, 문화의 탈을 쓴 천박한 상업주의만 살아남을 따름이다.

문화의 부흥 또는 발전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신의 영역이니만큼 쌓고 쌓인 사유, 영혼의 수고가 깃들어야 한다. 전 세계의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피렌체의 대성당이나 독일의 성곽들이 흔히 백 년 또는 이삼백년이 걸린 것들은 문화란 시간의 축적물임을 족히 증명한다.

사람과 주위환경과의 조화를 생각하고, 서둘지 않고 하나하나 돌을 쌓고, 그 안을 다양한 스토리가 배인 온갖 그림과 조각물로 장식하는 데 백 년은 쏟아 붓는 정성이 들어야 그 나라의 문화유산이 되고 전통이 되어 세계인을 끌어들인다.

앞에서 언급한 우리의 첨단 기술과 설비가 돋보이는 건축물들은 우리가 시간이 온축된 건축, 문화유산을 가진 나라라기보다는 이제 막 시작하는 나라라는 점을 증명해주는 사례라 생각된다. 이렇게 보면 문화 창조란 당대인이 향유하기 보다는 후손들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우리 국민들도 이제 문화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문화의 향유를 일상으로 삼아야 한다. 먹고 마시는 것만을 낙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토론하고, 좋은 음악과 그림을 가까이 하며 자신도 창작의 즐거움을 누리는 경지에까지 이르러야 한다. 한 나라의 수준 높은 문화는 결국 세련되고 고양된 국민정신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김성렬 / 포천신문 칼럼위원장, 대진대 한국어문학부 교수, 문학평론가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5년 09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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