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에 “아시아의 밀라노 ‘K-디자인빌리지’ 포천에 들어선다” 라는 기사를 봤다. 여러모로 최선을 다해 쾌거를 거둔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지금은 미국에 거주하지만 포천시민의 한 사람으로서의 이 기쁨은 포천국민학교 이후 타향에서 살아 왔기에 남들보다 더 각별하다.
2014년, 아주 오랫만에 찾은 포천은 내겐 너무 큰 슬픔이었다. 나의 잃어버린 30년, 한 마디로 죽음의 도시었다. 송우리 신도시로 주민들이 대거 빠져나간 이후 그 악몽은 더욱 더 심해졌다. 밤9시 포천시내의 거리는 무서울 정도로 깜깜했고 인적도 뜸했다.
어릴적 친구들과 궁싯거리던 소중한 장소들, 아름다운 기억들이 있는 나의 고향, 포천의 쇠퇴가 너무 오랫동안 이어져 왔었음을 뼈저리게 느끼며 과거 무능한 시정관료들과 정치잡배들에게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빼앗겼다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다행히 현 국회의원과는 유년시절 나의 학교동문 선배이자 나의 태권도 사부였던 인연으로 한 번 만날 기화가 있어 그의 정책방향과 포천에 대한 애착을 느낄 수 있었고 나의 고향에 대한 기대는 다시금 솟아나, 그 이후로는 줄곧 미국에서도 포천의 소식을 찾아 읽어왔다.
하지만 도시설계 전문가로써, 1996년부터 서울대 대학원과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할 때 배우고 경험했던 국가 정책수립자들의 개발정책 기조, 최고위과정자에 대한 수업 목표, 실제 입안된 정책들의 절차과정에 비추어 볼때, 이번 ‘K-디자인빌리지’ 부지의 위치선정에 아주 커다란 아쉬움이 있다.
‘K-디자인빌리지’ 는 이미지 사업이며 브랜드 사업이다. 그 대상 부지가 포천시의 중심지였어야 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발전의 핵심축을 의정부쪽에 기까운 송우리가 아닌 포천시 중심안쪽으로 가져와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하나의 지자체 안에서 송우리의 발전을 방해하거나 경쟁하려 함이 아닌, 상생의 길임을 분명히 밝힌다. 발전의 핵심축이 서울, 의정부를 거쳐 송우리에서 그치는 한, 포천의 지속 발전을 기대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분당이라는 중심 핵이 생겼기에 그 주변이 발전하고 서울과 분당사이에 있던 판교가 지리적 이점으로 자연스레 발전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지금이라도 가능하면 ‘K-디자인빌리지’ 부지를 포천시 중심으로 가져와야 한다. 일산이란 중심핵을 만들어 주변으로 파주 헤이리라는 문화 출판단지가 퍼지게 한 것과 같은 이치이다.
가능하다면 정부, 경기도 및 ’K-디자인빌리지’ 담당 관계자들과의 적극적인 대화로 부지위치의 재조정이 매우 절실하다 하겠다. 향후 개발도 포천 전체를 보고 이루어 져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앞으로 절반의 성공도 이루기 힘들다는 것은 도시계획 전문가가 아니어도 누구나 알수 있는 자명한 이치이다.
과거 수년전까지 포천을 진정으로 위한 정치가가 없어서 비슷한 지리적 위치에 있던, 가깝게는 양주, 남양주, 동두천, 파주, 그리고 멀게는 경기 남부에 생활환경의 질이나 경제적 규모로 한 참을 밀려왔다.
이번 ‘디자인빌리지’ 승리의 주요 요인 중 하나가 지역 경제균형에 있었기에 이제라도 구체적 시나리오를 만들어 이번에는 확실하게 우리 몫을 가져올 때이다. 내 이웃들, 친구들과 부모님들은 더 좋은 환경에서 살 권리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부에 그냥 예산을 더 지원해 달라 생떼 쓰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시나리오를 세워야 한다. 한국의 의류 디자인관계자들도 이제는 포천과 한 배를 탔다. 왜 의류 디자인이 중요한 지, 이미지 사업이 왜 중요하고 그 부가가치의 파급효과가 미래에 얼마나 클 지, 그렇기에 왜 포천에 정부가 더 투자를 해야하는지, 그 당위성을 그 분들과 그 분들의 인맥들을 적극 활용해 중앙정부와 경기도를 상대로 설득력있게 로비에 나서 향후 계속하여 추가 예산을 받도록 노력할 때이다. <이어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