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태완이법'이라고 일컬어지는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24일 찬성 199표, 기권 4표로 국회를 통과해 공포·시행됐다. 과거 15년, 최근까지 25년이었던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면서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가는 분위기다.
여러 선진국이 강력범죄의 공소시효 자체가 없거나 점차 폐지하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연방법에서 사형으로 처벌되는 사건은 물론 아동성매매와 인신매매 범죄의 공소시효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 영국은 경범죄에만 공소시효를 적용하며, 일본도 지난 2010년 살인 등 중범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했으니, 오히려 우리나라는 이 흐름이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최근 공소시효가 만료된 살인사건은 2010년 2건, 2011년 5건, 2012년 2건, 2013년 2건, 2014년 5건 등 연평균 3.2건으로 알려졌다.
태완이법이 지난달 31일 공포·시행되면서, 지난 1995년 일어난 당시 5살 어린이 김태완 군의 안타까운 사연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정작 법 개정의 계기가 된 사건이면서도 개정안의 내용에 소급되지 않아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됐다. 아직 공소시효가 만료되지 않은 사건만 해당되기 때문이다.
당시 대구에서 길을 가던 5살 김태완 군에게 한 남성이 다가와 얼굴과 몸에 황산을 쏟아 부었으며, 전신 3도 화상을 입은 태완 군은 사건 49일 후 세상을 떠났지만, 범인은 현재까지 잡히지 않았다. 태완 군의 부모는 자식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노력했지만, 당시 기준인 15년의 공소시효가 만료됐고, 아이가 세상을 떠난 지 20년 만에 살인사건에 대한 범인을 끝까지 추적할 수 있는 법이 어렵사리 마련됐다.
이에 따라 공소시효를 코앞에 둔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과 ‘인천 계양구 놀이터 여자어린이 살인사건’을 비롯해 그 밖에도 2001년 ‘울산 단란주점 살인사건’, ‘대전 국민은행 둔산지점 강도살인 사건’, 2002년 ‘전북 전주 경찰관 살인사건’ 그리고 2003년 ‘포천 여중생 납치살인사건’에 대한 지속적인 수사가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포천에서는 지역에서는 물론, 전국을 경악하게 했던 여중생 살인사건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증폭되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2003년 11월 한 여중생이 실종되고, 이후 3개월이 지난 2004년 2월 포천 소흘읍의 한 배수로에서 15살 여중생이 알몸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된 차마 자세히 묘사할 수 없는 끔찍한 사건이다.
게다가 발견 당시 이 여중생이 평소 사용하지 않는 붉은색 매니큐어가 손톱과 발톱 모두에 칠해져 있어 당시 ‘매니큐어 살인사건’으로도 불린 엽기적인, 말 그대로 반인륜적인 사건이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이렇게 반인륜적인 살인, 특히 아동 등 사회적약자를 상대로 한 장기 미제 살인사건 수사에 대해서 경찰도 고삐를 당길 방침이다. 시간이 많이 흘러도 끝까지 범인을 추적, 검거한다는 목표 아래 16개 지방경찰청에 배치된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의 인력을 보충했다.
아울러 미제 살인사건이 많은 지방청의 경우 광역수사대가 사건을 맡게 하거나, 담당 형사가 수사본부가 해체된 후에도 수사를 지속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며, 재수사를 위해 관련 기록과 증거물 등의 철저한 보존·관리하기로 했다.
이제 살인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특히 반인륜적, 아동대상 살인죄에 대해서는 끈질긴 추적이 어질 것이다. 장기 미제사건을 지속 수사하기 위한 체계를 보강하기 위해서는 경찰 등 관계당국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사회정의를 구현하면서 선량한 국민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완벽한 후속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