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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이현재] 죽음을 건너온 이발사 8편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5년 06월 21일
 
↑↑ 이현재 대한교통사고인복지회 포천지회장, 포천신문 노인명예기자 이사. 통일이발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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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월 13일 초여름 오후 한나절, 40대 초반의 남자가 봉고차를 타고 들어오더니 이발하는 내게 이발을 중단하고 봉고차에 타라고 했다. 이발하던 손을 놓고 봉고차에 탔더니 차는 정신없이 포천 방향으로 달렸다. 남자는 약방에서 우황청심환과 박카스를 구입해 내게 권하기에 영문도 모른 체 먹었다.

차는 쏜살같이 포천 경찰서로 달렸고 나는 수사과로 안내됐다. 벌써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경찰들로부터 아들이 살해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들을 살해한 범인 한 모는 경찰서에 자수를 해서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꿈인지 생시인지 넋을 잃고 말았다. 오전 9시 20분경에도 아들과 통화했는데 아들이 살해되어 죽었다고 하니 도무지 실감이 나질 않았다.

나는 경찰서 입구 마당에서 데굴데굴 구르면서 정호를 살려달라고 땅을 치고 울부 짖으면서 대성통곡을 했다, 검은 구름도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슬피우는 나를 보고 있었다. 땅을 치고 아무리 울어 봐도 소용없었다. “정호야. 정호야” 목메어 불러 봐도 소용 없는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안됐다.

나는 정신을 잃었고 동행한 사람이 나를 부추겨 봉고차에 태워서 그 차는 송우리로 향했다. 차에서 정신을 조금 차려 이게 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어느덧 송우리 병원에 도착했고 기사는 나를 부축해 영안실로 향했다. 몸이 도무지 움직일 수 없는 만큼 무거웠다, 계단을 끌려가다시피 내려갔다. 눈앞에 아들의 이름이 새겨진 명찰을 발견한 순간 나는 정신을 잃고 계단에 쓰러졌다.

동료의 부축을 받으면서 지하 영안실에 도착하니 쓸쓸하고 차가운 기운이 맴돌고 있었다. 아들 친구들이 달려와서 웅성웅성하면서 아들 영정사진을 진열하고 하나 둘씩 가족 친지가 모이고 있었다. 나는 영정사진을 쳐다보면서 ‘정호야’를 부르며 울부짖었다.저녁이 되면서 대전 처남 형제도 정신없이 달려와 나에게 물었다.

어떻게 정호가 세상을 떠났느냐고? 내용을 확인해 보니 아들의 동료 직원의 여동생이 얼마 전에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그 동료는 술에 만취하여 자고 있는 내 아들을 성폭행범으로 착각을 하고 운동기구 아령으로 머리를 서너 번 내리쳐서 순식간에 아들이 사망하게 된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전해들은 처남은 어이가 없는 듯 멍하니 말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항상 공무원 시험을 대비하여 책을 끌어안고 생활을 하다가 사고 전날인 6월 12일 공무원 합격통지서를 받아들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던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다음날 나는 물만 목을 축이면서 나흘 동안 식음을 전폐했다.

기운이 떨어져서 거동이 힘들었지만 정신력으로 지탱하고 다음날 교인들이 오셔서 예배를 드리고 찬송을 부르는데 흘러내리는 눈물, 콧물을 어찌 다 표현할 길이 없다.

여의도 아우 달재가 형 좀 보자고 하면서 조용한 곳을 가서 백만 원짜리 수표를 나의 손에 쥐어 주는데 나의 마음은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저녁 영안실 차가운 바닥에 있으니 아우는 나를 붙잡고 형님 불쌍하다고 눈물을 펑펑흘리면서 우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나는 한 달 전에 넘어져서 다리가 부러졌다. 치료를 받고 집에 들어와 지금도 재활을 준비하며 빨리 이발을 해야 할 텐데 하는 걱정으로 하루를 보낸다. 나에게 주어진 길이 험하고 멀어도 끝까지 나의 길을 가야 한다는 일념으로 삶을 포기하지 않고 내일에는 새로운 나의 변화를 꿈꾸면서 걷기 연습을 하고 있다.
<9편에 계속>

이현재 / 대한교통사고인복지회 포천지회장, 포천신문 노인명예기자 이사. 통일이발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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