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하여 농업을 모든 먹고사는 것에 기본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물이 필요했으며 그것은 곧 비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벼농사에는 특히 적절한 강우량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는 장마철에만 집중적으로 비가 내리고, 그 전후에는 가뭄이 계속되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다.
그래서 물이 부족했던 옛날에는 비가오지 않아 농작물이 타들어 갔으니 기우제를 안타까운 마음에 기우제를 지낼 수밖에 없었고, 농민의 생사를 좌우하는 것이 농사이고 그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 바로 비였기 때문에 기우제에는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치러져 왔다.
특리 왕조시대에는 기근과 가뭄이 들면 백성들의 원성은 왕을 행하게 되었고, 그러기에 고려시대도 기우제에는 국왕 이하 사람들이 근신하고 하늘에 제를 지냈다. 또한 비가 내리도록 비는 법회(法會)도 열기도 했으며 도교의 태일(太一)에 초제(醮祭)도 올렸다는 기록도 있다.
고려 때에 기록인『고려사절요』 권4 정종 2년 조에는 기우제를 행하는 예법이 기록되어 있는데, 가뭄 때에는 죄수들을 자세히 심리하여 죄 없이 억울하게 형벌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였고, 가난한 백성들을 구제하고 무덤이 파헤쳐져 밖으로 드러난 유해를 묻어 주기도 했다.
또한 가뭄에는 큰 산이나 강·바다는 구름과 비를 일으키는 곳이라고 하여, 각각 부쪽 교외인 창의문 밖에서 기도하고 종묘에서도 비가 오기를 빌었다. 기우제는 보통 7일마다 한 번씩 행했는데, 이렇게 제를 올려도 비가 오지 않으면, 기우초제를 지내는 제단인 기우단에 제사 지냈다.
가뭄에는 조정에서도 국왕과 백관들이 근신하였다 하는데 정사를 살핌도 정전(正殿)을 피해 밖에서 정무를 보았으며 반찬의 가짓수도 줄였다고 한다. 이는 나라에 가뭄이나 홍수 같은 천재지변이 있는 것은, 국왕이나 조정의 대신들이 덕이 없어 정치를 잘못한 것이라고 원망을 했다는 민심에서 연유했다.
조선시대에 기우제에 대한 기록을 보면 『조선왕조실록』에 음력 4월에서 7월 사이의 연중행사로 기우제를 거행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나라에서 지내던 기우제 중에는 국행기우제(國行祈雨祭)의 12제차가 있어서, 각 명산·대천·종묘·사직·북교의 용신들에게 지내는 복잡한 절차로 거행 되었다.
한편 민간이나 지방관청의 기우제도 다양하여 1930년대에는 동제(洞祭)를 지낼 때와 같은 방식으로 제관들이 선출되었고, 제물을 차리고, 강신(降神)·헌주(獻酒)·독축(讀祝)·음복(飮福) 등의 절차를 지내기도 했다.
그리고 민간에서는 물병 거꾸로 매달기와 물 긷기도 행하였고, 기우제 기간 중에는 마을사람들이 자기 집 처마 끝에 버들가지나 솔가지로 마개를 한 물병을 거꾸로 매달았다. 또 부인들이 강물을 키(箕)에 퍼서 머리에 이고 온몸을 적신 채 뭍으로 오르내리기를 되풀이한다. 게다가 부인들이 각자 물동이에 강물을 길어 산 위의 기우제장에 가서 절을 하고 쏟아 버리기도 한다.
그 밖에도 시장 옮기기, 용제(龍祭), 부정을 자취 없이 깨끗이 씻어내기 위하여 용신이 큰 비를 내린다 하여. 조선시대에는 한강이나 박연폭포에 용의 원수인 호랑이 머리를 넣었다는 기록들도 있다. 이러한 기우제들이 거의 자취를 감추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직 노인들의 체험담을 통해서 간혹 남아 있는 곳도 있기는 하다.
비가 오기를 기원하는 행위 가운데 “물 까불르기”라는 것이 그것이다. 이는 가뭄이 들었을 때 여인네들이 시내에 들어서서 키에 물을 담아 공중으로 흩뿌리면서 “장마요”라고 소리치는데, 이것을 “물 까부른다”고 했다.
키에서 흩어지는 물이 비를 연상시키는 생김새가 비슷한 것끼리 같은 효과를 낸다는 ‘유감주술(類感呪術)’적인 행위로 해석되고 있다. 가뭄이 심하면 마을 부녀자들은 “물 까불러 가자”고 큰 소리로 소리치곤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5일 우리고장 가산면 감암2리 부녀회원들이 긴 가뭄의 해소를 기원하는 ‘물 까불르기’를 포천분지의 흐르는 ‘한내’에서 치렀다고 하니, 잊고 있던 전통풍습의 복원이라는 차원에서 그 의미가 가상하여 주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얼마나 가뭄으로 속을 태웠으면 7십대 노인들을 중심으로 비오기를 기원했는가를 생각하면, 어서 비가 내려 그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돌보아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가뭄을 극복하는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여 농사짓는 사람들의 걱정을 덜어 주었으면 좋겠다.
이 희 용 철학박사, 경북중학교 운영위원장, 한국스카우트경기북부연맹 이사, 전 경기도예총 부회장, 포천신문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