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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이현재] 죽음을 건너온 이발사 7편

“내가 팔자 좋은 사람이라고 환갑을 하느냐”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5년 06월 07일
 
↑↑ 이현재 대한교통사고인복지회 포천지회장, 포천신문 노인명예기자 이사. 통일이발관 대표
ⓒ (주)포천신문사 
3월 초, 따뜻한 봄날이 되자 눈이 녹은 길은 미끄러웠다. 아들과 나는 손녀딸을 상봉한다는 기쁨으로 마음은 먼저부터 일산 조산원에 가있었다. 한 시간 반 만에 일산 조산원에 도착한 나와 아들이 바쁜 걸음으로 조산원실 2층에 올라가니, 며느리가 복도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며느리는 핼쑥한 모습으로 나를 반기면서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 했다.

잠시 후, 안사돈과 인사를 나눴고 “따님께서 귀여운 공주님을 선물하니 너무 기뻐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미안하다는 말도 전했다. 그리고 귀여운 손녀딸과도 상봉했다.

잠시의 만남이었지만 나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안사돈께 며느리 몸조리를 부탁하고 다시금 집으로 향했다. 달려가는 차창 밖을 바라보니 저 멀리 보이는 야산은 아직도 눈이 녹지 않았다. 아내와 같이 손녀딸을 반기지 못하는 나의 마음은 얼음이 되어 녹지 않았다.

늦겨울, 엄동설한은 꼬리를 감추고 봄을 재촉하는 비가 오는 밤, 아들은 상의할 것이 있다고 내 방에 들어왔다. 물어보니 딸 수민이 돌잔치 이야기다.

우리 어릴 적에는 백설기, 판떡, 미역국으로 이웃과 오순도순 아름다운 정을 나눴지만 돌잔치는 어른 회갑보다도 요란 법석인 걸 보니 요즘 세상이 도무지 어려웠다.

청첩장에다 양가 부모며 친지, 친구 모두 모아 놓고 거창한 잔치를 할 모양이다. 의정부 식당에다 예약을 했다고 한다. 경제적인 면이 걱정돼 친구에게 상의를 하니 금팔찌를 준비해야 한단다.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사랑하는 손녀의 돌 팔찌를 준비하고 돌잔치에 지인들을 초대했다.

손녀의 돌잔치 날이 돌아와, 저녁에 식당에 지인들과 도착하니 사돈내외분, 친지, 아들 동료, 한샘학원성생 동창 등으로 많은 분이 참석했다. 나는 난생 처음 사회자가 사회를 보고 식순에 따라 식을 거행하는 성대한 돌잔치를 구경했는데 마음은 편치 않았다. 있어야 할 아내 없이 혼자서 잔치를 치루니 허전하고 쓸쓸했다.

이런 마음도 모른 채 동료들과 어울려 딸의 잔치를 치루는 아들의 모습에서 아들이 지난날을 잊고 현실에 만족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그런대로 내 마음이 놓였다. 지인들에게 술 한 잔씩 권하며 “손녀딸 돌잔치를 축하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인사와 담소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흘러 밤 9시가 되었다.

그렇게 작별을 고하고 승용차 편으로 가산으로 향했다. 누님은 송우리에서 먼저 내리시고 나는 지인들과 다방에 들러 차 한 잔씩을 대접하고 세상 사는 이야기, 돌잔치 이야기를 나눴다, 친구들은 요즘 돌잔치는 너무 화려하고 허례허식이 가득 찼다며 모두가 의아해했다.

지인분들에게 감사를 올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난 걱정스러운 맘에 “정호야, 오늘 잔치에 적자는 나지 않았나?”라고 물으니, 정호는 “아버지 걱정 마세요. 적자 안 났어요"라고 대답한다.

봄이다. 저녁을 마치고 책을 읽고 있는데, 아들 정호가 내 방문을 두드리기에 들어오라고 하니, 아들이 금년 아버지 회갑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상의한다.

“정호야 내가 요즘 팔자 좋은 사람이라고 환갑을 하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요즘 환갑은 그저 친구, 친지끼리 모여 식사로 대신한데”라고 말했다. 아들은 “용돈 드릴 테니 여행 다녀오세요”한다. 나는 “우리 이웃에 어려운 이웃이 많은데…나는 장애인들과 같이 환갑날 오순도순 아름다운 담소로 우정을 나눴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니 아들은 고개를 끄덕하면서 “아버지 생각대로 하세요”하고 방문을 열고 나갔다.

아내가 있으면 여행이라도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길 텐데, 살아생전 아내와 한 번도 여행 못한 것이 후회가 되어 잠이 오지 않았다. “하나님, 부족한 이 죄인을 도와주소서, 금년 환갑을 장애인·독거노인, 불우한 이웃과 함께 지낼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고 기도하고 잠을 청했다.

5월 5일 가산의 한 식당에서 예약을 하고 장애인과 독거노인 등 50여 명을 초청했다. 이른 아침부터 평소 도움 주신 식당 여사님을 찾아가니 준비에 한창이었다. 한 분 두 분 모여 식당에 모두 모였다.

후배 길 사장의 양말세트를 시장도 참석하시어 금일봉을 전달하고 따뜻한 사랑의 마음으로 격려했다. 막걸리 한 잔에 외로움과 고독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에는 기쁨이 충만했다. 괴로움은 나누면 나눌수록 적어진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은 오후 2시가 가까워 일일이 손을 잡고 “힘내시고 사시면 행복과 사랑이 우리를 반긴다."라는 말을 하며 작별 인사를 했다. 남은 음료수, 떡 등 음식을 장애인 몇 분에게 나누어 주고 나는 식당을 도왔다, 일찍 집으로 돌아와서 아들과 오늘 잔치 이야기를 나누었다.
<8편에 계속>

이현재 / 대한교통사고인복지회 포천지회장, 포천신문 노인명예기자 이사. 통일이발관 대표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5년 06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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