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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용 칼럼] 교권(敎權)이 회복되어야 교육이 산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5년 05월 17일
 
↑↑ 이희용 철학박사, 경북중학교운영위원장, 문화평론가, 한국스카우트경기북부연맹 이사, 전경기도예총부회장, 포천신문 자문위원
ⓒ (주)포천신문사 
지난 15일이 서른네 번째 스승의 날이었다. 스승의 날은 교육자들의 축제 이어야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스승의 날에 교육자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져 버렸다. 신성한 배움의 만남이 되어야할 학교의 상황은, 스승과 제자 그리고 학부모의 일탈과 주변의 환경이 모두 혼란스럽게 얽혀서 모두가 힘들어 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기 삶을 바꾼 참스승과 제자의 절절한 사연이 있어 현실의 교육현장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내용이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다산 정약용(1762~1836)이 강진 유배시절에, 우연히 주막에서 만났던 제자 황상(1788∼1870)과의 운명적인 만남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 만남을 잘 정리한 정민교수의 『삶을 바꾼 만남』이라는 글의 내용을 일부 정리하고 있다. 여기서는 다산의 제자 황상의 삶에는 어떻게 이런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놀라움이 있고, 이름 없는 아전의 아들이 천재라고 일컬었던 스승의 조화와 감응은 즐탁동기(啐啄同機)라 아니할 수 없다.

스승이 내린 짧은 글 한 편에 고무되어 삶이 송두리째 바뀌어가는 과정이 매우 흥미롭다. 다산 정약용과 황상과의 귀한 만남은 다산이 묵고 있던 주막에 아전의 자식들이 글공부를 하기 위해서 몰려들었던 장소에서 시작된다.

학동들이 공부를 마치고 돌아갔을 때 다산은 15세의 어린 황상의 비범함을 보고 남으라고 했다. 그리고 "너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큰 사람이 되어야지." 라고 다정하게 말했다. 이 말에 어린 황상은 자신의 상황을 고백하는데 "선생님, 그런대 저에게는 세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그 첫째는 너무 둔하고, 둘째는 앞뒤가 꽉 막혔으며, 셋째는 답답합니다. 저 같은 사람도 정말 공부를 할 수 있나요?" 라고 했다.

이런 제자의 고백에 다산은 이렇게 말한다. “그렇구나. 내 이야기를 좀 들어보렴. 배우는 사람은 보통 세 가지 큰 문제가 있느니라. 너는 그 세 가지 중 하나도 없구나. 첫째는 민첩하게 금방 외우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은 가르치면 한 번만 읽고도 바로 외우지. 그런데 정작문제는 제 머리의 명석함을 믿고 대충 소홀이 넘어가는 데 있다. 배움을 완전히 자기의 것으로 만들지 못하지.”

“둘째, 예리하게 글을 잘 짓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질문의 의도와 문제의 핵심을 금세 파악해낸다. 바로 알아듣고 글을 빨리 짓는 것은 좋은데, 다만 재주를 못 이겨 들떠 날리는 게 문제다. 자꾸 뒤틀리려고만 하고, 진중하고 듬직한 맛이 없다.”

“셋째, 깨달음이 재빠른 것이다. 대번에 깨닫지만 투철하지 않고 대충 하고 마니까 오래가지 못한다. 내 생각을 말해 줄까? 공부는 꼭 너 같은 사람이 해야 한다. 둔하다고 했지? 송곳은 구멍을 쉬 뚫어도 곧 다시 막히고 만다. 둔탁한 끝으로는 구멍을 뚫기가 쉽지 않지만, 계속 들이파면 절대로 막히는 법이 없다.”

이렇게 스승 정약용과 제자 황상과의 만남은 사람을 제대로 볼 줄 아는 타고난 스승 정약용의 비범함과, 큰 사람은 사람을 구별해서 볼 줄 아는 능력을 지녀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가슴이 시리도록 배움에 대한 간절함이 있었던 황상은 그 고맙고 우러르던 스승에 대한 존경과 그리움을 이렇게 글로 남기고 있다.

“내 스승이신 다산 선생님께서는 이곳 강진에 귀양 오셔서 스무 해를 계셨네. 그 긴 세월에 날마다 저술에만 몰두하시느라, 바닥에 닿은 복사뼈에 세 번이나 구멍이 났지. 열다섯 살 난 내게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라'는 심근의 가르침을 내리시면서 늘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네.”

그리고는 “나도 부지런히 노력해서 이를 얻었느니라. 너도 이렇게 하거나.' 몸으로 가르치시고 말씀으로 이르시던 그 가르침이 6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어제 일처럼 눈에 또렷하고 귓가에 쟁쟁하다네. 관 뚜껑을 덮기 전에야 어찌 이 지성스럽고 뼈에 사무치는 가르침을 저버릴 수 있겠는가?” 이상은 황상의 핵심적인 스승인 다산 정약용을 향한 애끓는 그리움의 고백이기도 하다.

다산이 강진에서의 20여년의 유배 생활을 미치고 고향으로 돌아올 때 제자들과 나눈 대화에는 '사람에게 귀한 것은 신의다.' 라고 강조한다.

"마침내 강진을 떠날 날짜가 정해지자. 스승은 제자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너희가 있어 내가 견뎠다. 그 시간을 어이 잊으리. 스승의 옥음이 비장했다. 저마다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한 번 헤어짐은 필연일 터 일희일비에 연연치 마라. 사람에게 귀한 것은 무엇이냐? 바로 신의다. 무리지어 함께 즐거워하다가 흩어져 서로 잊는다면 금수와 다를 게 없겠지. … 형제라 한들 이보다 낫겠느냐? 내 이제 떠난다. … 서로 아껴 마음 나누며 지내도록 해라. 공부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이렇게 우리 고유의 문화에서는 진정으로 스승을 존경하고 자시의 교육을 걱정하였기에,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아름다운 말이 존재하였고, 선생님이 가정을 방문하면 할아버지가 맨발로 뛰어나가 큰절로 맞이하였다는 이야기는, 진정한 자식교육은 스승을 존경하는 데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아름다운 문화가 점차 퇴색해짐이 걱정스럽다. 적어도 어렵게 살던 불과 이삼 십년 전까지만 해도, 제자들은 스승의 가르침과 살아가는 삶을 보면서 배우고 익혀서 거기서 배운 것을 생활의 좌표로 삼으며 스승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했던 것으로 보여 진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좋은 것은 없어지고 사특함이 교육을 지배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쪽에서 뽑아낸 푸른 물감이 쪽보다 더 푸르다는 뜻으로 제자가 스승보다 나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스승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맞는 새로운 것들을 개발하여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가려는 것이 삶의 진정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날 교육현장은 촌지문제, 학생인권조례 제정, 학교폭력, 학생자살, 교원능력개발평가, 학교평가 등으로 교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져 버린 것이 교단의 현실이다. 교권은 학생의 학습권, 학부모의 교육 참여권 못지않게 중요한 권리인데 마구 내버려진지 이미 오래이다.

이렇게 삭막해진 학교현장, 교사들의 권위 상실, 사제 간의 아름다운 정이 사라진 지금 우리는 진정으로 각성하여, 교육자들의 마음속에 자긍심이 넘치도록 모두가 사랑으로 보듬어 주어야만 그 회복이 시작될 것이다. 교직은 명예와 사기를 먹고 사는 조직이기에 학부모와 사회의 관심과 실천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희 용
철학박사, 경북중학교운영위원장, 문화평론가, 한국스카우트경기북부연맹 이사, 전경기도예총부회장, 포천신문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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