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가족들에 휩싸이고 글쟁이 연극쟁이 친구들과 어울려 노래하고 술 마시고 이런저런 모임에 끌려가는 구속된 삶에서 겨우 탈주한 후 내쉰 안도의 숨에 땅이 꺼질 지경이었다
속사정도 모르는 아내는 구차한 삶이 안쓰럽다고 바지바지 싸들고 와서 위태위태하게 쌓아놓았던 고독의 성을 일거에 무너뜨려서 수십 년 익숙한 방으로 개조하고 날 것으로 허겁지겁 먹어대던 식탁에 길들여진 반찬을 차려 내놓았을 때 간신히 세웠던 원시의 헛간은 맥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아내는 며칠간 새벽부터 일어나 잠자리에 누울 때 까지 다시는 고린내 나는 싱글의 아지트를 허락하지 않으려는 듯 버리고 닦고 뿌려서 멋드러진 신혼집을 만들어 놓고 나서야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한양행 비행기를 타고 떠나갔다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는 너무 뻔한 삶을 쳐부수고 푸른 집부터 여의도 파러먼트 까지 썩을 대로 썩은 문명의 위선에서 탈주하는 것이 이리도 어려운 것이냐 하지만 문제를 밖에서만 찾아온 나부터 냉장고에 저장된 달콤한 음식에 침을 흘리다니 헛간 기둥뿌리가 무너진 진정한 이유를 팬츠까지 벗어 이 잡듯 뒤져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