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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이현재] 죽음을 건너온 이발사 4편

장애인협회 고문 제안은 새로운 전환점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5년 05월 06일
 
↑↑ 이현재 대한교통사고인복지회 포천지회장, 포천신문 노인명예기자 이사. 통일이발관 대표
ⓒ (주)포천신문사 
98년 새 학기가 되었는데 학비 줄 돈이 마련되지 않았다. 대출을 받아 강원도 상지대학에 다니던 아들을 대진대학 야간으로 편입시켰고 대학구내식당에서 낮에는 아르바이트, 밤에는 수업을 받았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인력시장에 나가서 일을 하며 학비를 보탰다.

아카시아 꽃이 시들어 가는 시기에 억지로 손님 이발을 했더니 피곤하여 잠깐 잠이 들었다. 그때 “정호야 정호야”하면서 누군가 잠을 깨우기에 눈을 떠 보니, 나이가 들어 보이는 장애인이 목발을 짚고 찾아와 명함을 받아보니 포천지체장애자협회에 김영환 회장이라는 분이었다. 그리고는 난데없이 나에게 장애자협회 고문을 맡아 같이 일을 하자고 권유하여 사양했지만 계속되는 권유에 못 이겨 허락을 하였다.

며칠 후에 다시 후배의 승용차편으로 재활작업장을 방문하게 되는데 수중에 가진 돈이 없어, 하루에 천 원씩 모아두었던 작은 돈으로 요구르트와 빵 등을 사가지고 장애인협회 사무실에 갔다.

거기는 지팡이 한 개를 사용하는 분, 지팡이 두 개를 사용하는 분 휠체어만 사용하는 분 등 여러명이 있었는데 얼굴들은 모두 밝아 보였다. 거기서 지팡이를 하나만 사용하며 생활을 하니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하였더니, 두 개로 걷는 분이 한참동안 말이 없다가 “고문님의 말씀이 맞다”며 웃었다.

미용기구를 챙겨 신북 장애인 작업장을 방문하면서 빵, 요구르트 몇 개를 가지고 아들과 함께 저녁을 먹는데, 아들이 등록금 이야기를 하기에 “알았어”하고 대답은 하였지만, 등록금을 어떻게 마련하나 생각하니 정신이 멍 했다. 남에게 돈을 빌리지도 못하는 입장이었는데 아우와 형님은 내가 혹여 돈 부탁할까봐 연락도 두절된 상태였다.

결국 아들은 대전 처남에게 알바해서 돈을 부치겠다고 등록금 오십만 원을 부탁하니 처남은 알았다고 대답을 했다. 몇 일이 지나 처남한테서 오십만 원을 받아 등록금을 냈지만 매일매일 생활비와 나의 약값 그리고 세상의 모든 물가는 너무 비싸게 느껴지고 콩나물로 국만 끓여서 생활하기도 힘이 들었다. 몸이라도 정상이면 막노동판에서라도 일을 하겠건만 답답한 마음을 가눌 수가 없었다.

초여름이 지나고 땀이 많이 흘러내리는 더운 여름이 되었고, 산에는 녹음이 우거지고 산과 들에 새소리가 들려오던 어느 날 ‘석가탄신기념일 특집방송’으로 KBS방송국에서 미스코리아 몇 분이 포천 산정호수에 방문하여 봉사 촬영을 하기에 본인도 참석했다. 1, 2급 장애인들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며 생활하는 포천 장애인 50여명이 선정되어, 산정호수에서 놀이기구도 타고 즐거운 야외활동을 하는 동안 나도 절룩이면서 휠체어를 밀고 다니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흘러가는 세월은 야속하지만 어느덧 2011년 봄, 포천에서는 장애인의 날 행사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이런 저런 생각과 궁리 끝에 나는 장애인 잔치를 준비했다. 4월 20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청소도 하고 손님 맞을 준비를 했다. 파출소 순찰차로 장애인의 교통편의를 제공하며 하나 둘씩 행사장에 도착하는 장애인들의 얼굴에는 기쁨과 즐거움의 만남에 얼굴에 미소가 가득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효도하고 싶은 마음은 다 똑같은 마음이지만 물질도 부족하고 건강도 부족하여 생각과 궁리 끝에 청와대 효도 관광을 생각했다. 우선 가산과 연천지역 노인 69분을 대상으로 청와대 민원실과 신원확인을 하는 것도 주민번호가 틀려 여러 번 반복하고 나서야 신원확인 절차를 끝냈다.

기다리던 6월29일 아침은 맑고 푸른 하늘은 가벼웠다. 노인들의 마음은 더욱 맑고 들뜬 기분으로 면사무서 앞으로 집결하여 옹기종기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며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가 도착하니 어린아이처럼 들떠서 차에 올랐다. 차창 밖으로 바라보며 서울구경을 하고 흥겨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어느덧 버스는 경복궁 뒤뜰에 도착했다. 마중 나온 경호원들은 일일이 신원확인을 마친 뒤 청와대 정문으로 일행을 안내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청와대 경찰관들의 친절함에 너무 놀랐다.

장애인을 휠체어에 태워서 일일이 청와대를 안내하면서 성심 성의껏 대하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노인들은 화면에서만 보던 청와대를 돌아보며 ‘대통령님은 여기서 집무하실까’ 등 호기심에 가득 찬 기색이 역력했다. 초여름에 지칠 법도 하건만 노인들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 없이 웃음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니 이것이 바로 효도관광의 기쁨이었다. 버스는 청와대를 떠나서 인천공항으로 갔다.

버스는 바닷가에 도착하여 횟집에 들려 신선한 회에 소주 한 잔으로 중식을 마친뒤 해물시장에 들려 각자 어류를 사가지고 차에 타니 차 안에는 왁자지껄 흥타령 노래가득, 서로에 장기자랑을 뽐내며 버스는 어느덧 출발했던 면사무소에 도착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청와대 효도관광은 다음을 기약하면서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5편에 계속>

이현재 / 대한교통사고인복지회 포천지회장, 포천신문 노인명예기자 이사. 통일이발관 대표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5년 05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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