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 후폭풍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나라가 시끄러운 정도가 아니라 국정 마비가 운위되는 상황이다. 필부가 국정 마비를 걱정해 본댔자지만, 현 정부의 총리, 대통령의 전·현 비서실장 연루설까지 거론되는 어지러운 보도를 보면서 도대체 정치인이란 사람들의 언동,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속내 등을 생각할 때 우리가 사는 곳이 살만한 곳인가, 건강도는 얼마일까 하는 의문과 걱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번 파문을 보면서 우선 첫 번째 의아했던 것은 왜 이 사태 전에 현 정권이 느닷없는 부정부패 척결 드라이브를 걸었는가 하는 점이었다. 이런 의문은 책상물림인 나만 가진 줄 알았더니 성완종 스캔들이 터지고 나서 보니 언론사들도 그런 의문을 가졌던 모양이다.
후속 보도들에 의하건대 이른바 친이계 의원들에 대한 기강잡기 의도가 이면에 깔려 있었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권력이란 것이 그렇게 행사되어서야 국민들에게 정당성과 신뢰를 얻기는 어려운 법이다.
두 번째는 검찰조사를 받다가 구명의 여지가 없게 되자 리스트를 남기고 자살한 성완종 씨의 행태이다. 이미 고인이 된 사람을 비판적으로 거론하는 게 뭣하지만 사실 성완종 씨의 행위는 우리가 얼마나 삭막한 인륜 실종의 세태를 살아가고 있는가를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성완종 씨가 이런저런 정치인에게 돈을 뿌린 것은 자선 행위가 아니다. 그의 입지전적 성공과 장학사업은 장한 일이지만 돈맥으로 인맥을 관리하려 한 그의 처세는 그의 아름다운 적선도 온통 도로(徒勞)로 만들었다.
게다가 그는 자기가 좌초할 지경에 이르자 너죽고 나죽자는 식으로 그 간의 비밀 리스트를 폭로하였다. 최근에 너죽고 나죽자는 식의 죽음이 얼마나 많았는가? 엽총으로 형을 쏘고 자기도 죽은 사건, 이혼한 전처와 그 남편을 죽인 사건 등 우리들의 정서와 의식이 극단적으로 흉포해진 사건들은 최근 들어 숱했는데 지도층에 속했던 성 씨의 죽음에도 이러한 심리적 기제가 엿보인다.
성 씨의 폭로에 따른 추궁에 이완구 총리가 내놓는 답변들은 지금 하나 둘 사실과 다른 게 자꾸 드러나고 있어서 이 또한 우리로 하여금 혀를 차게 한다. 사실 이 총리에 대한 나의 개인적 인상은 워낙 듬직하게 생겨서 이 분은 정말 총리감이구나 하였는데 지난 번 청문회 때 국민을 실망케 하더니 이번에는 그 완결편을 내놓는 게 아닌가 하는 기우가 든다.
이 총리의 최종적 진실은 ‘좀 더 기다려야 밝혀지겠지만 그동안 정치인들의 이런저런 표리부동한 언행을 많이 접하면서 그들도 사람인 한에야…’라는 유보를 달아준 나로서도 현실 권력이 망라되다시피 한 이번 스캔들에는 정말 우리 사회가 이렇게까지 오염되었냐는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결국 모든 진실은 검찰이 규명해야겠는데 이 또한 걱정스럽다. 얼마 전 <펀치>라는 검찰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었는데 나는 만화 같은 내용이라 치부하고 보다말다 했었지만 거기에 일말의 진실이 있다는 것을 회를 거듭할수록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통속적 드라마로 권부의 내막을 헤아리는 게 언감생심 당한 일 일까마는 이번 수사도 혹 정치적 고려와 내부의 난기류로 엉뚱한 곳에 닿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수사팀장을 맡은 이가 이번 수사는 닿는 곳이 어디일지 모르겠다는 비장한 소회를 피력하였지만 정치적 감각과 윗선의 눈치 보기에 따른 표류에 이르지 않기를 빌 따름이다.
이러한 의문 또는 문제들을 제기하는 마음이 편치는 않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이처럼 오염된 관계 맺기, 막가파적 심성, 왜 나만 갖고 그러냐는 정서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월호의 침몰로 제대로 피어 보지도 못한 수 백 명의 꽃송이들을 잃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안전·재난사고가 빈발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게임의 규칙이 제대로 작동하는 투명사회야말로 창조경제와 선진사회의 필수조건이라 외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는 정실이 판치는 사회, 조폭의 의리와 배신이 지도층에서 횡행하는 사회, 이를 시정해야 할 검찰권을 불신하는 사회를 살고 있다.
만약에 사회의 건강지수를 측정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의 건강지수는 얼마나 될까? 이러다가는 어느 날 순간에 쓰러질 수도 있는 심각한 상태는 아닐까? 결국 이런 문제를 솔선수범 해결할 사람들은 지도자들이고 그 중에서도 칼을 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