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이 낳은 세계적인 조각가 김광우(75). 그가 걸어온 75년의 생애를 밝히는 건 간단치 않은 일이다.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조각가로서 예술계에 굵고도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아직도 창작의 집념을 불태우고 있으니 그의 예술혼은 지금도 활활 타오르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는 미술인들보다 작가와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는 조각가로 더 유명하다. 뉴욕타임즈가 특집기사로 극찬을 아끼지 않을 만큼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인정 받았으며, 조각가 지망생들에게는 가장 닮고 싶어 하는 롤모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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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조각가, 예술계에 큰 족적 남겨
포천시 창수면 주원리가 그가 나고 자란 고향이다. 창수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포천중.고를 거쳐 홍익대 미대를 나왔다. 열 살 때인 1950년 38도선 500m 북쪽에서 그는 6.25의 남침과 비극의 참혹한 동족상잔의 전쟁을 겪었다. 4B 연필 한 자루 없고 크레파스 한 토막 없는 환경이었지만, 미술의 천재적인 끼와 미대에 진학하겠다는 그의 굳은 의지는 꺾을 수 없었다.
홍대 미대를 나와 서울 진명여고에서 미술교사를 역임하고 대학원을 졸업한 후 창원대 교수와 부산 동아대 교수, 예술대학장을 역임하는 등 27년간 교수로 활동하고 지난 2006년 9월 퇴임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운영위원 및 심사위원장, 부산국제아트페스티벌 바다미술제 운영위원장, 부산비엔날레 바다미술제 전시감독, 부산미술포럼 회장 등을 두루 역임했다.
지난 1971년 홍익조각대전을 시작으로 200회에 걸쳐 국내외 조각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해 전시회를 갖는 기록을 갖고 있는 등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조각가로 입지를 굳혔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국전 대상을 두 번이나 수상하면서 일찌감치 예술계에 주목을 받은 김광우 조각가는 김세중조각상, 홍조근정훈장, 문신미술상, 부산MBC문화상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쌓으며 거목의 대열에 올라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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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우 미술관’ 없는 건 예술계와 지역의 큰 손실
김광우 조각가는 상업미술이 아닌 순수미술, 평면 회화와는 다른 입체 조각을 전공했다. 그는 녹슨 철조각이나 스테인리스 주전자, 전화기, 샤워기, 나뭇가지 등 버려진 하찮은 재료의 특성을 잘 살려 마차, 오토바이, 자전거 등 구체적인 형상을 엮어 낸 조각가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자연+인간이라는 동일한 주제를 천착하되 자기모방에 함몰하지 않고 표현의 폭을 넓혀온 작가”(최태만 평론가)이자 “충격적, 강렬함, 역동적인 작품들”(이재언 평론가)로 평가를 받았다. ‘자연+인간’은 그가 1970년대 작품 속에 일관되게 불어넣은 핵심 키워드다. 따라서 그의 작품 속에는 자연의 소재와 문명의 소재가 늘 함께 살아 숨쉬고 있다.
김광우 조각가가 다시 고향인 포천 창수면에 돌아와 작업에 몰두한 지 8년째.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주제로 한 그의 창작열은 고향마을의 작업장에서 여전히 타오르고 있지만, 그의 명작(名作)들은 비가 새는 작업 창고에서 먼지가 내려앉고 곰팡이가 피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그의 작가정신과 작품세계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김광우 미술관’이 없는 것은 예술계는 물론 우리 지역으로서도 큰 손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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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안보 희생 낙후된 포천에 ‘평화’를 조각하다
접경지역 포천에서도 변두리인 고향 창수면 주원리에 사는 미술계의 거장 김광우 조각가는 자신의 예술적 역량과 고향의 지역적 특성을 살린 거대한 ‘평화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이목이 쏠리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전쟁과 분단의 역사적 현장이자 38도선 접경지역 포천에 평화마을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개인과 단체를 포함한 역대 노벨상평화상 수상자 103명의 동상을 건립하고,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 등 평화통일에 기여한 국내외 인물을 선정해 ‘평화상’도 시상하구요. 포천시를 평화도시로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지자체가 나서준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교수 정년을 마치고 귀향해 시민사회단체인 포천미래포럼 회장을 맡으면서 누구보다도 낙후된 지역현실을 통찰하고 있기에 여생(餘生)을 고향을 위해 기여하겠다는 욕구가 남다르다. 평화마을 조성도 이런 고민 끝에 나온 아이템이다. 그가 구상하는 ‘포천 평화마을’은 단순한 명소가 아니라 메시지가 분명한 체험학습의 장이자 ‘김광우 예술혼’이 담긴 세계평화의 메카를 말한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동상 건립을 주된 테마로 조성되는 포천 평화마을이 성공한다면 지역발전을 부르는 일대 전환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3개월간 땀 흘려 완성한 ‘평화의 여신상’을 고향 마을 주원리 들머리에 기증하기로 한 김광우 조각가. 을미년 새해 미술계 거장은 분단과 안보의 희생으로 낙후된 포천에 ‘평화’의 형상을 조각하며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