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고향에서 민망한 소식이 들려왔다. 포천시장이 성추행과 사건무마 혐의로 최근 전격 구속되었다. 현직 단체장 중 첫 성범죄 사건 구속자라는 오명(汚名)을 얻었다. 고향 소식치고는 듣기조차 거북한 뉴스다. 이 사건은 단지 포천만의 소식이 아니다. 전국의 방송·언론의 뉴스를 도배하다시피 했다. 서울 여의도에서도 단연 화젯거리였다. 신년초부터 술자리의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현직 시장이 성범죄 혐의로 구속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혐의가 무겁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구속은 증거인멸과 도주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 극히 제한 것으로 청구되는 것이 법집행의 관행이다. 하지만 현직 시장을 성추행 혐의 등으로 인신 구속까지 했다는 것은 법원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물론 앞으로 재판을 통해 법원의 최종판결이 가려지겠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봐도 부끄럽다. 구속되기 전까지 보여준 시장은 범죄혐의를 부인하기에만 급급했다. 변명으로만 일관했다. 수사당국이 범죄혐의를 입증코자 옥죄어 오자 손사레를 치며 아니라고 했을 것이 뻔하다. 다급한 그의 입장에서야 기겁했겠지만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면장우피(面張牛皮)라는 말이 있다. 얼굴에 쇠가죽을 발랐다는 뜻으로, 몹시 뻔뻔스러움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역일꾼으로 뽑아줬던 포천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표현이 당연하다.
고향마을 곳곳에서 시장의 어이없는 행태에 분노하고 심지어 육두문자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스스로 시장직에서 사퇴하는 것이 마땅한 게 아니냐는 거센 반응이다. 더 이상 구차한 변명은 듣고 싶지도 않다는 입장이다. 그가 한 때 고향의 지역 일꾼이었다는 사실조차 역겹게 들린다.
더구나 성추행 무마 의혹사건과 관련해 피해여성에게 전달한 돈의 규모도 천문학적이다. 경찰조사에 의하면 5만원권으로 현금 9천만원에 달하고 심지어 차용증(9천만원)까지 전달했다고 한다. 이같은 거액의 자금출처도 의심을 받고 있다. 각종 언론보도에 따르면, 포천시장은 성범죄 혐의에 이어 금품출처 수사로까지 확대되는 모양이다. 아마도 구린내가 난다. 지역일꾼이 무슨 돈이 있어서 이런 거액을 전달했는지 의문스럽다. 보강수사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포천시가 정화되고, 투명해졌으면 한다. 앞으로 수사당국의 칼끝을 지켜볼 일이다.
한편 포천시는 불미스러운 혐의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각종 개발· 인허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받아 왔다. 검찰은 지난해 11월에도 산정호수 주변 개발사업과 관련해 포천시청을 압수수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서 포천시장의 성추문이 확산되자 급기야 추가적으로 지난해 연말 포천시장 집무실마저 압수수색이 되었다. 이번 시장이 구속되기 전에 이미 비서실장도 체포돼 구속되었다. 어찌 보면 시장의 구속수사는 당연한 수순인 듯하다.
포천 출신인 필자는 이번 사건 직후에 숱한 질문들을 받았다. 어떻게 된 일이냐, 사실이냐, 설마 시장이 성추행이 말이 되느냐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질문이 이어졌다. 물론 한마디도 대답할 수가 없었다. 막걸리와 이동갈비, 유황온천, 산정호수 등 후덕한 인심과 청정한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이 많은 고장으로만 알려져 있던 내 고향에서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소식인지 안타깝다. 포천시민을 위해 일해 달라고 뽑아놨더니 이게 무슨 짓거린지 어이가 없다.
간간히 심심치 않게 보도되는 소식들을 보면서 솔직히 단지 추문에 불과할 거라고만 믿었다. 너무 순진한 생각이었나 보다. 믿기 어려운 현실이 되었다. 지역일꾼과 연관된 사건이라고는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 시정잡배 주변에서도 이런 범죄가 드물다. 하물며 지역일꾼 주변에서 벌어졌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필자는 포천 출신에 대한 자부심이 컸던 만큼 실로 충격이 크다.
이번 포천시장의 성추행과 사건무마 협의를 받고 구속됨에 따라 포천시의 시정공백이 우려된다. 안타깝지만 사건수사와 재판이 수개월 소요될 수도 있다. 상급법원의 최종 판결까지는 최소한 수개월 이상이 걸릴 수 있다. 결국 시민들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타 시·군의 경우 벌써부터 내년도 예산확보를 위해 시책 사업을 발굴하고, 예산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자치단체마다 지역현안사업과 주민숙원 사업들을 추리고 있다. 하지만 포천시는 엄두도 못낼 판이다. 지역일꾼들이 밤낮으로 해당 부처를 설득해도 모자랄 판이다. 시장이 구속된 마당에 헛소리에 불과할 듯하다.
포천시의 명예는 짓밟혔다. 시민들의 자존심도 무참히 구겨졌다. 시장의 범죄혐의에 대해 법적인 최종심판은 차후 문제다. 정치적, 도덕적 심판은 받은 것과 다름없다. 법적다툼은 개인적으로 하고, 정치적 결단을 통해 물러났으면 하는 것이 소망이다.
후안무치(厚顔無恥)라는 말이 있다. 얼굴이 두껍고 부끄러움이 없다라는 뜻으로, 뻔뻔스러워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는 말이다. 지역일꾼이라는 명예는 사실상 없어졌다. 구차한 변명보다는 늦게 전에 용퇴하기를 바랄 뿐이다.
아무튼 포천시민 전체가 더 이상 상처받거나 피해를 입지는 말아야 한다.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이번 사건은 참사 수준에 버금간다. 시장 개인의 문제를 떠나 포천시민 전체의 문제가 된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우리가 극복해야 한다. 포천시민들과 공무원들이 추슬러야 한다. 맡은 바 직분에 더 충실해야 한다. 막연히 분노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상급 감독기관인 행정안전부의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이번으로 행정공백이 발생하지 않고, 포천시민들에게도 피해가 없도록 면밀한 사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두 번 다시는 이 같은 지역일꾼은 없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