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포천이 갑자기 유명해진 듯하다. 일전에 벌어졌던 살인사건으로 벌집을 쑤셔놓은 듯 허더니 이제는 그런 오명에서 벗어나게 해야 할 시장이 성추행과 뇌물성의 회유에 휘말려 포천을 자랑하던 시민들은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 포천을 대표해서 지역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밤낮으로 뛰어다녀할 인물이 그런 인물밖에 안되었단 말인가 하는 자괴감으로 불편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들은 가슴을 짓누르는 부정적 감정이 부글부글 끓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것이 무엇인가 하고 분석을 해보니 그건 다름 아닌 죄책감이다. 만약에 그의 성추행이 사실이라면 그는 공직자로서 자질이 부족한 자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를 지역의 지도자로 선출한 것은 다름 아닌 시민들이 아닌가. 그의 부도덕성을 나무라고 싶지만 그 책임이 자신에게도 있다는 것을 알고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다.
포천시민들은 현재 심정이 복잡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조리에 빠져 있다. 부조리라는 의미는 어떤 대상에 대해 어떤 관점으로 접근했는데, 그 실체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을 때 느끼는 황당한 아이러니라고 볼 수 있다. 즉, 우리가 어떤 대상에 대해 가지는 기대나 예상이 그것의 진면목과의 괘리가 컸을 때 느끼는 무의미성이 바로 부조리의 정의라고 할 수 있다. 시민들이 이러한 모순에서 벗어나려면 그 대상에 대해서 어떤 편견을 가지지 말고 정확한 분별력을 가지고 분석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포천시민들은 지난번 시장선거에서 어떤 잣대로 투표를 했던 것일까. 아마도 지연이나 학연, 그리고 보수적인 정당의 공천이라는 사실일 것이다. 포천에서 태어났고 자신과 같은 중고등학교를 나왔으며, 같은 동호인이나 계원이나 씨족이라는 이유로 ‘묻지마 투표’를 한 결과가 이러한 참담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시민들이 그의 속마음이나 인격을 어떻게 깊게 알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민주주의에서 시민이 행사할 수 있는 힘은 오직 선거에서의 투표 이외에는 별로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보여준 시민들의 투표의 성향에 대해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개선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똑같은 어리석음을 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김수영 시인은 4.19 혁명에서 비슷한 부조리를 체험한 바를 시로 쓴 바 있다. 4.19를 기점으로 시인은 본격적으로 이승만 정권의 독재에 저항하는 시를 쓰게 된다. 그러나 혁명 후 들어선 장면 정권은 사회개혁에 대한 민주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기득권의 이익을 대변하고 어떤 사회적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
한국사회가 독재정권의 억압에 대해서 어린 학생들부터 일반시민에 이르기까지 핏값을 지불하며 역사발전의 희생적 밑거름이 되기를 자청하여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이루고자 한 것이 도로였음을 깨닫는다. 시민들은 장면의 진정한 모습을 보지 못하고 지지한 것에 대해 참담한 심정을 느낀다. 결국 장면 정권의 실패는 5.16 쿠데타를 불러와 민주주의 엄청난 퇴행을 가져오고 만다.
하지만 김수영이 시인으로서 뒤떨어진 한국사회를 허용하지 못하고 바꾸기를 원한 것은 정치가에게 허용되지 않은 시인으로서의 도덕성과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독재와 비민주성이라는 정치적 후진성에 놓여있는 한국의 현실을 변화시키려는 저항시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는 것을 김수영은 깨달은 것이다. 그의 깨달음은 시인의 이상과 후진적 현실 사이에 엄청난 괘리가 존재하는 부조리에 대한 인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자신이 가고자 했던 특정의 이데올로기나 경향성과는 아무런 관계없이 자유롭게 내리는 눈을 발견한다. 허공을 자유롭게 춤추며 내리는 눈의 궤적은 특정한 방향을 지향하는 시인의 이데올로기를 무시하듯 혼돈의 자유를 안무하고 있다. 눈송이는 마치 群舞(군무)를 추는 춤꾼들처럼 산허리를 애무하듯이 돌면서 하늘마저 허리띠처럼 묶어내는 장관을 연출하는 혼돈 그 자체요, 인간적 가치가 틈탈 수 없는 ‘無'의 자연적 재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부조리에 대해 이렇게 노래한다.
“이제 저항시는 / 방해로소이다 / 이제 영원히 / 저항시는 / 방해로소이다 / 저 펄펄 / 내리는 / 눈송이를 보시오 / 저 산허리를 / 돌아서 너무나도 좋아서 / 하늘을 / 묶는 / 허리띠모양으로 / 맴을 도는 / 눈송이를 보시오. (「눈」1961 부분)
이제 다시는 김수영 시인이 토로하듯 포천시민은 지역사회를 반복되는 부조리 속에 내버려둘 수 없다. 포천시민은 다시는 지연, 학연, 지역성의 환상에 빠져 같은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 포천시민은 서 시장에게 돌을 던지기 전에 그의 진면목을 바로 보지 못한 자신의 가슴을 쳐야 한다. 그리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포천사회를 변화시키려는 다짐을 해야 한다.
우리는 결코 스스로 자신을 어리석은 행위의 주체로 만들지 않기 위해 다시는 사심으로 물든 투표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