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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 에세이] 대한항공 부사장 갑질에 세계가 비웃다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4년 12월 09일
↑↑ 박정근 대진대 교수, 윌더니스문학 발행인, 셰익스피어협회 회장
ⓒ (주)포천신문사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유치한 갑질에 세계가 비웃어 한국의 후진성이 노출시켰다. 그녀는 기내 서비스를 문제 삼아 항공기를 후진시키고 담당 사무장을 내리게 하였다. 아무리 시급한 일이라고 해도 승객들을 정확한 시간에 도착지에 맞춰주어야 하는 것이 항공사의 의무이다. 조현아 부사장은 승무원이 땅콩 서비스에 관한 매뉴얼을 숙지하지 못했다는 것에 분노하여 매뉴얼에 어긋나게도 출발한 비행기를 후진시킨 것이다.

그녀는 승무원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정작 자신은 비행기 운행의 매뉴얼을 어긴 것이다. 이번 사건이 외신들에 보도된 후 그녀에 대한 비난의 파문이 급속하게 국제적으로 퍼지고 있다. 승무원의 잘못은 대들보로 보고 자신의 커다란 실수는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저지른 조현아의 갑질은 대한민국의 재벌의 현주소가 아닐까.

셰익스피어는 『자에는 자로』(Measure for Measure)에서 권력자의 위선을 드러내는 장면을 재현하고 있다. 공작의 위임을 받아 잠시 통치하게 된 대행 안젤로는 시민들의 풍기문란을 단속하라는 공작의 뜻을 받들어 그들의 외도에 대한 강력한 법을 시행하고자 한다. 그는 내적으로 결혼을 약속하여 실질적인 부부이지만 지참금 문제로 외부에 공표하지 않은 클라우디오와 쥴리엣을 풍기문란으로 체포하기에 이른다. 사랑하는 남녀가 애정행위로 인해 임신을 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체포하고 클라우디오를 처형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누가 봐도 도덕문제를 넘어서 인권을 침해하는 처사인 것이다.

클라우디오는 상황이 다급해지자 친구 루시오에게 견습수녀인 누이동생 이자벨라를 찾아가 구명운동을 하도록 부탁한다. 오빠의 목숨을 살려달라고 찾아온 이자벨라를 만난 안젤로는 그녀의 미모에 반한 나머지 목숨을 살려주는 대신 정조를 바치라고 요구한다. 이자벨라는 목숨을 구하기 위해 정조를 바치라는 오빠의 구차한 모습이나 권력을 이용해 정욕을 채우려는 안젤로에게 모두 환멸을 느낀다. 특히 시민들에게 가혹한 도덕률을 강요해온 안젤로가 정작 자신의 정욕과 외도에 대해서는 자기기만적 핑계를 대는 모습은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진 위선의 장면으로 일컬어진다.

이번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은 여객기 승무원들의 서비스 매너를 문제 삼아 비행기를 후진케 하고 사무장을 내리게 한 후 임의적인 지정한 사무장으로 운행한 것은 안젤로가 범한 극단적인 독선이요 위선이라고 볼 수 있다. 승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승무원의 매너를 고치려고 했다면 그녀는 최우선으로 승객들에게 시간을 지체하게 하고 출발하면 승객에 불과한 위치에서 너무 독선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녀가 재벌의 딸이기에 안하무인격으로 갑의 역할을 내세웠다는 점은 비난을 받아도 지나치지 않다.

지금 세계의 외신은 대한항공의 이미지에 먹칠하는 조롱과 비난을 쏟아놓고 있다. 사실 대한항공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고가며 제일 먼저 접촉하는 상징적인 기업이다. 물론 기업에는 오너가 있지만 대한항공은 국가와 국민들의 지원 아래 키워진 국민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벌의 3세인 젊은 경영인이 그러한 경직되고 강압적인 자세로 경영을 한다면 시대의 변화에 역행하는 자세라고 볼 수 있다.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한국의 내노라 하는 기업의 임원이 승무원에게 극단적인 징계를 절차를 무시하고 행하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를 세계인들이 비인권적 국가로 낙인을 찍지 않을까 두렵다.

세계 주요 언론방송인 월스트리트 저널, BBC, 중국신화통신 등이 이 사건을 비중 있게 다루면서 대한항공의 후속조치를 주시하고 있다. 우리가 남의 눈만을 의식할 필요는 없지만 국가의 이미지를 흐리게 하는 지도자들에게는 도의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남의 회사 일에 갑 내놔라 을 내놔라 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한 행위가 공동체의 이미지와 평가와 관련될 때는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대한항공의 책임 있는 조치를 기대한다.

박정근 / 대진대 교수, 윌더니스문학 발행인, 셰익스피어협회 회장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4년 12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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