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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 에세이] 국민 불신은 한국사회 부조리에 대한 반응이다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4년 11월 19일
↑↑ 박정근 대진대 교수, 포천신문 칼럼위원회 고문
ⓒ (주)포천신문사
요새 정치권은 자당 내에 혁신위원회를 만들어 특권 내려놓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국민들의 그들에 대한 불신의 시선이 너무 따갑기 때문이다. 현 정권과 정치권은 그들이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국민들에게 소위 공약이라는 것을 내걸고 표심을 유혹도 하고 넙죽 엎드리며 한 표를 부탁하였다. 하지만 당선이 되고 권력을 휘어잡자 공약이라는 약속도 하나씩 저버리거나 엎드리는 대신에 무소무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매번 등장하는 이야기지만 선거전과 선거후의 모습이 너무 달라서 국민들은 양자 간의 차이에 어리둥절하게 되고 부조리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세월호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사고 직후에 납작 엎드려 유족과 민심을 추스르는 모습과 구조과정이 장기화되면서 책임을 전가하려는 모습은 너무 큰 괘리를 보여준 단적인 부조리의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부조리란 의미는 서구문학에서 사용하면서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중세 이래로 기독교 문명의 영향에 젖어있었던 서구인들은 불가항력적 세계적 재앙과 전쟁의 공포 속에서 기존의 가치관들이 여지없이 깨어지는 것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절대적 권위로 그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했었던 기독교적 가치관들은 절망 속에서도 구원이라는 희망의 빛을 비추어 주었던 것이다. 그들이 침묵 속에서 그 관점을 수용하는 한 삶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구원이라는 영혼의 향수가 만들어내는 통일성 속에서 정돈될 수 있었다.

하지만 전쟁에서 기독교 신앙이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다는 각성이 시작되자 세계는 금이 가고 무너졌으며 단지 무수한 조각들로 파열된 절망적 이미지밖에는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부조리한 세상에서 정신적 구심점을 상실한 현대인들의 삶은 무기력과 권태의 나락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카뮈의 관점에 의하면 인간은 세계에 대해 스스로 부여해놓은 모습과 윤곽만을 이해해왔을 뿐이다. 그들이 지녀온 지식이나 종교는 허구성을 피할 수 없었고 세계의 진정한 실체와는 본래적으로 커다란 거리를 지니고 있었다. 인간이 이상적으로 꿈꾸어온 모습에서 혼돈된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간 세계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러한 부조리를 경험하는 자는 불합리한 세계에 대해 반항하게 되고 세계에 대한 부정뿐만 아니라 자아에 대한 부정을 가져오게 되어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도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인들은 정치권에 대해서 이상적으로 기대해온 희망을 정치권의 본래적 진흙탕에서 기대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지금 정치권에서 벌이고 있는 자기 혁신 움직임이 또다시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위기탈출의 구실일 뿐이라면 이것은 한국사회의 부조리를 더 심화시킬 뿐이다. 그들이 세월호의 선장이 수많은 희생자를 낳고 자기파멸의 나락에 빠졌듯이 한국호의 선장인 박대통령과 정치권이 자신들의 부조리를 보지 못하고 남의 탓으로만 돌리는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자본과 권력 그리고 종교가 협잡하여 만들어낸 대형사고이다. 정치권의 누구 하나 나와는 관계없으니 유병언과 관련된 자들의 문제로 왜곡시킨다면 국민들은 정치권에 대해 영원히 기대를 저버리는 부조리극이 탄생할 것이란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김수영은 부조리한 세계에 대한 시인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혼돈된 모습으로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지은 “눈”이란 시가 작금의 상황을 너무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인용해본다.

이제 저항시는
방해로소이다
이제 영원히
저항시는
방해로소이다
저 펄펄
내리는
눈송이를 보시오
저 산허리를
돌아서 너무나도 좋아서
하늘을
묶는
허리띠모양으로
맴을 도는
눈송이를 보시오

답답하더라도
요 시인
가만히 계시오
민중은 영원히 앞서 있소이다
요 시인
용감한 착오야
그대의 저항은 무용
저항시는 더욱 무용
막대한
방해로소이다
까딱 마시오 손 하나 몸 하나
까딱 마시오
눈 오는 것만 지키고 계시오---
(「눈」1961)

박정근 / 대진대교수, 한국셰익스피어협회 회장, 윌더니스문학 발행인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4년 1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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