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광화문은 단식과 폭식의 대조된 현상을 보여준다. 슬프기도 하고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다. 단식하는 사람들은 사자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에 조금이라도 그 고통을 공유하려는 진지함에 가득 차 있다. 그들은 표정은 모두 심각하고 진지하여 사제의 이미지를 닮아 있다. 한편 폭식하는 자들은 그들을 조롱하며 단식하는 자들에게 먹는 즐거움으로 약을 올리려는 듯하다. 그들은 악동들이나 광대들의 장난기와 악마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사실 단식은 두 가지 기능을 한다. 세속적으로는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 단기간적으로 음식물 섭취를 줄여서 다이어트를 하려는 자들이 흔히 행한다. 단기적으로 건강을 위해 단식에 참여하지만 신체의 식욕을 인내해야 하는 고통이 수반된다. 하지만 육체적 아름다움이나 건강이라는 긍정적 결과를 예상하기 때문에 마음은 즐거울 수 있다. 또한 단식을 하고 안하고는 참여자의 자유의지에 의해서 조절할 수 있어 사회적 논란거리가 안된다.
하지만 이번 세월호법 제정을 위해 김영오씨가 시발점이 되어서 발생한 단식은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덕적이고 종교적인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한국사회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희생자들의 죽음은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다. 이번 사건에서 책임을 면치 못하는 모 장관이란 작자가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보상문제는 교통사고에 준해야 한다는 정신 나간 소리를 했지만 국가적 시스템의 오류에 의해서 수백 명이 수장된 이번 사건은 국가의 안전에 대한 진지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한국사회와 시스템에 무슨 병이 걸려 있어서 이런 참사가 일어났는지 철저한 조사와 진단을 해야 할 것 아닌가. 이를 회피하고 있는 당국에 대해 마치 목숨을 걸고 왕에게 상소문을 올리는 선비들의 마음으로 단식에 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역사에 선비들이 단식을 하며 몇날 며칠 무릎을 꿇고 임금에게 상소문을 올리고 소리 높여 탄원하는 현장에 광대 같은 ‘일베류’의 인간들이 몰려와 폭식을 하고 그 탄원을 비웃었다는 기록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국가의 중차대한 일에 대해 항의하는 선비들의 행위는 너무도 비장하고 진지해서 그런 광대 짓이나 야바위 행위가 범접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멀쩡하고 배울 만큼 배운 작자들이 너무도 비인간적이고 천박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 진지한 종교적 의식을 조롱하고 비웃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어린아이들의 놀이터라면 차라리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하겠다. 그러나 지금은 아직 희생자들의 시체도 찾지 못한 상황이고 어떤 구체적인 수습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삼류 코미디가 진지한 의식에 침을 뱉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비참한 심정을 피할 수 없다.
국가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데 세월호 소유주인 유병언 가족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어물쩡하게 보상만 하면 모든 게 마무리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왜냐하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날 정도라면 한국에 어떤 대형 사고가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신문지상에 보도되듯이 원자력 발전소의 주요 부품에 정품이 아닌 비품을 로비에 의해서 쓰고 대단한 학자들이 환경과 생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떠들어댔던 4대강에 온통 녹조가 뒤덮이는 상황이 아닌가. 또한 군대에 보낸 자식들이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동료에 의해서 살해되고 자살하는 사건이 비일비재하지 않은가. 심지어 검사장이란 작자가 심야에 추한 모습으로 성추행을 하는데 어떻게 국민들에게 뒷짐 지고 가만히 있으라는 건가. 학생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순응하다가 아까운 목숨만 잃고 말았으니 말이다.
국가가 원칙적인 법조문만 읽으라고 할 때가 아니다. 국가 스스로 법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국민들은 그것을 뛰어넘는 법과 제도를 통해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자는 것이다. 국가가 법대로 했다면 관피아가 왜 나왔으며, 그 로비에 의해서 세월호의 불법개조나 증축이 왜 발생했는가. 관리들은 법을 지키지 않고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다가 국민들만 희생된 꼴이 아닌가. 그런데 왜 국민들에게만 양보를 하라는 건가. 국가의 엄청난 오류에 의해서 발생한 일이면 국가가 오히려 국민에게 양보하고 함께 이 엄청난 참사를 해결하자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 해결을 총리나 장관, 국회의원이 교통정리할 능력이 없으니 바로 대통령이 나와서 국민에게 백번 사죄하고 대안을 내놓아야할 시점인 것이다.
필자는 단식에 대해 희화화하고 광대극을 펼치는 자들에게 이런 시를 적어보았다.
단식은 세월호 유족처럼 한의 눈물이 앞을 가려 잊기에는 너무 억울한 자식들에게 바치는 제사이다
단식자들은 곡기를 끊어 스스로 죽음으로 다가가 아이들을 수장시킨 신과 같은 권력자들에게 따지려고 시위하는 저항이다
곡기는 산자들에게 호흡을 넣어준 신이 이 땅에 곡식으로 밥을 만들어 산 것들 입속에 넣어주는 생명의 양식이어라
권력자들은 저항이 못마땅한지라 마치 그들이 곡기를 만들어 주는 양 생명의 밥을 거부함은 불경이요 신성모독이라 고함치는데 단식자에게 신의 심판인 양 권력의 폭언을 퍼부어대며 깡마른 모습에서 고개를 돌리고 만다
이제 힘을 따르는 자들이 배 속에 밥을 꽉 채우고도 단식의 제사에 참여하는 광대가 되어 허위적 쇼를 불사하는 몰상식의 무대에서 단식자들은 할 말을 잃어버린다
권력을 위해서 신과 산 것들에 대한 최소한의 존경과 자존심을 쓰레기로 만들어 버리는 황무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