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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윤헌식] 교황 방한과 시복식을 보면서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4년 08월 28일
 
↑↑ 윤헌식(프란치스코 하비에르) 포천성당 본당 신부
ⓒ (주)포천신문사 
지난 8월 16일 서울시 광화문 광장에서는 시복식이 성대하게 이루어졌다. 전국 각지에서 천주교 신자들이 교황이 집전하시는 복된 영광과 축복의 예식을 앞 다투어 보려고 이른 아침부터 모여 들었다. 2002년 월드컵 때에 운집한 군중보다도 많은 백만의 인파에 모였다.

포천성당에서도 그 전날부터 서둘러 준비를 하고 버스 두 대로 새벽 2시에 출발하였다. 동승한 경찰관 한 분이 질문을 하였다.

“신부님! 시복식이 뭡니까?”

시복식(諡福式)이란 ‘거룩한 삶을 살았거나 순교한 이들 복자품에 올리는 교황의 공식선언’을 말한다. 통상적으로는 교황을 대리해 교황청 시성장관이 거행을 하는데 교황이 방한을 하셔서 직접 집전해 주신 것은 한국 천주교회에 대한 각별한 사랑과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시복식을 통해서 순교자 124분이 복자(福者:가톨릭 교회가 시복을 통해서 신자들의 공경대상으로 공식 선포한 사람)에 오르셨다. 이분들은 한국 천주교 창립(이승훈 베드로 첫 세례 년도, 1784년)이전부터 시작해서 첫 번째 대박해(신유박해, 1801) 때에 순교하신 신앙의 모범들이다. 김대건(안드레아) 신부님을 포함한 이미 성인반열에 드신 103위 성인도 계시지만 이 분들보다도 먼저 순교하신 분들이다. 이번 시복식은 자발적인 한국 천주교회의 기도와 노력으로 이루어졌으니 천상에서 복자들은 얼마나 기뻐하시며 우리를 위해 빌어주시겠는가.

복자 124위 중에는 포천지역에 복음을 전하시다가 순교하신 홍교만(洪敎萬 F. 하비에르, 1738-1801), 홍인(洪仁 레오, 1758-1802) 부자가 계시다. 한양에서 이곳 포천으로 내려와 생활하신 양반집안이다. 부자는 순교하시기까지 이곳에서 많은 지역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해주었다.

신유박해(1801)가 일어나자 부자는 즉시 잡혀 아버지 홍교만은 서소문에서 참수형을 당하였고 , 아들 홍인도 포천의 저잣거리에서 참수형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 버렸다. 200년이 넘도록 그 족보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혹독한 참형을 당하신 것이다. 참으로 내세를 믿고, 그래서 죽은 이들과 연계를 맺고 살아가는 천주교인들, 특별히 이 지역 신자들에게는 이 시복식이 더할 나위 없는 영광과 기쁨이며, 다른 한편으로 그 순교신앙을 이어받아 이 시대의 빛과 소금이 되는 과제도 또한 부여받은 것이다.

천상에서 기뻐하시면서 우리를 위해 빌어주시는 부자를 생각하면 200년 이상이나 신앙의 단절의 한을 풀어주신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사학죄인 ‘단죄’의 현장 광화문 거리가 이젠 ‘영광스럽고 복된 환호의 메아리’가 흘러넘친 감격의 광장이 되었다.

‘첫째가 꼴찌가 되고, 꼴찌가 첫째가 된다’는 예수님의 말씀이 현실이 되었다. 이 시복식으로 인해 포천의 한 시민으로서 또한 사제로서 자부와 긍지를 가지기도 하지만 선조들이 물려준 신앙의 빛을 제대로 살아내지 못해 부끄럽기도 하다.

이 시대가 세대 간 지역별 반목과 불신으로 대립을 하고 있다. 경제적 논리의 추구에서 비롯되는 모순되는 온갖 모순과 비리가 반복되고 이로 인해 대형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물질만능주위로 감각적이고 일시적인 것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비인간적인 처세가 성행하고 있다.

상대적 가치관으로 인해서 개인주위와 안일이 우선시되어 중요한 인간의 절대적인 가치관이 지워져가고 있고 정신적인 지주가 없다. 이런 이 시대에 신앙의 진리를 위해 목숨을 바쳐 죽음을 뛰어넘는 홍인레오 부자의 믿음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가?

이번 시복식은 답답한 가슴의 멍이라도 풀어주는 한풀이었고, 정신적 가치가 흔들리는 이 시대의 빛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영화 명랑이 관객 천 오백만명 이상을 기록하면서 숨이 막혀 있던 국민들의 마음을 잠시나마 뚫어주었다. 그런가 하면 방한하신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는 그 이상으로 가시는 곳곳에서 모든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셨고 위로해 주셨다. 정신적인 지주나 가치관을 삶으로 보여주심으로써 감동을 주었다.

믿음을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신앙 안에는 사랑과 희망이 항상 살아 있다는 진리를 많은 이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물론 그 신앙을 따르는 사람들이 때론 나약하고 부족할 수도 있겠지만 하느님의 사랑은 그것을 덮고도 흘러넘치실 것이다.

윤헌식(프란치스코 하비에르) 포천성당 본당 신부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4년 08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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