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운동회 ‘총연습’을 하는 날이니 모두 준비 잘 하고 오기 바란다.” 그 이튿날 운동회 총연습을 하려고 교장선생님이 높은 교단위에서 내려다 보니 어린이들마다 손에 손에 장난감 ‘총’이 1개씩 들려 있었다.
‘왔다 갔다 학교’, ‘내일 모레 면소’, ‘다짜고짜 경찰서’, ‘먹고보자 재판소’, ‘O사가 떡매로 때려서 꼽추가 납작해져 천당으로 갔다네’(사이종교비난송), ‘대포 대포 양대포 대포대포 양대포’, ‘미국놈 믿지 말고 소련놈에 속지 말고 일본놈은 일어난다’, ‘재문이 세수 하나마나’, ‘문수천이 술 먹으나 마나’, ‘노랭이네 가게 물건 값 깎으나 마나’ 1945년 8월 15일 12시 정각, 예고했던대로 일왕 ‘쇼와 덴노오’가 제2차 세계대전(대동아전쟁)을 끝내고 미국을 비롯한 연합국에 무조건 항복선언을 하는 일본 동경발 국영방송 뉴스 시간의 ‘항복방송’은 그야말로 청천벽력(하늘 맑은 날 날벼락)이었다. 여름방학을 즐기던 우리는(퇴비종산 마을별 경진대회에 지친 우리는) 한내 개울에서 수영을 하고 있는데 장거리 사거리 중심가에서 오랫동안 듣지 못했던 농상기 소리가 들리고, 일본의 국기 일장기를 덧칠해 고쳐 만든 태극기와 미국의 성조기가 집집마다 대문에 걸리고, 만든 지 일주일 밖에 안된 진자(신사)가 불 타고, 2년제 간이학교 교장 문상규씨가 치안대장(경찰서장)이 되고, 영북학교 교장(일본인)은 관사에다 불을 지른 후 몸을 던져 타죽고, 악질 가산명장 집기둥을 면민들이 톱으로 잘랐다는 소민이 장거리를 떠들썩하게 했다.
8·15 해방 직후의 뒷골목을 떠들썩하게 하던 유행어는 당시의 시대상(時代相)을 웅변하는 듯 하여 재미있다.(당시는 무슨 뜻인지는 모르고 형님들이나 어른들이 소리치는 ‘말’들을 그저 따라했다.)
‘친일파 뚱보’, ‘준비물도 별로 없이 맨손으로 뛰던 운동회’, ‘책도 없이 다니던 혼란기의 무자격 임시강사들이 가르치던 학교’, ‘민원해결도 못하던 미군정청 파견 미육군중위가 고문관으로 있던 미군정 관공서’, ‘왜놈에 붙어 친일행위를 하던 한인 경찰관이나 뇌물만 밝히는 재판관 등 친일파가 진을 치고 있던 사법기관’, ‘총, 칼, 대포로 무장하고 진주했던 미군과 소련군’, ‘외국군 불신(不信)과 일본 왜놈들의 재무장을 경계하던 민족주의 물결’, ‘깎아주지 않고 비싼 물건값을 고집하던 노랭이 별명을 가졌던 군청 앞 상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