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기록에서 등장하는 미녀는 대략 이러하다. 먼저 춘추시대 말기 월(越)나라의 서시(西施)가 있고, 중국 전한(前漢) 원제(元帝)의 후궁이었던 왕소군,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가상의 여인 초선(貂嬋), 당나라 현종이 총애하던 양귀비(楊貴妃)를 일컬어 중국의 4대 미인이라고 한다.
이들에 대해서 과장된 언어인지 아니면 문학적인 언어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들의 미모를 표현은 사뭇 대단하다. 우선 서시의 자태를 표현하는 말로는 “서시침어(西施浸魚)”라 하는데, 이 말의 뜻은 “물고기가 서시의 미모에 놀라 헤엄치는 걸 잊고 가라앉았다.”는 말이다.
전해오는 말로는 ‘서시가 어느 날 강변에 있었는데, 맑고 투명한 강물에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비추었더니, 그 아름다움에 취해 물고기가 수영하는 것을 잊고 천천히 강바닥으로 가라앉았다’고 하여 침어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서시는 오(吳)나라 부차(夫差)에게 패한 월나라 왕 구천의 충신 범려가 보복을 위해 그녀에게 예능을 가르쳐서 미녀를 좋아 밝히던 오나라 왕 부차(夫差)에게 바쳤더니, 부차는 서시의 미모에 사로잡혀 정치를 돌보지 않게 되어 마침내 월나라가 패망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유난히도 여색을 밝히던 황제 전한의 원제는 수천 명의 궁녀를 모집하고, 그 많은 궁녀들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을 번거로워 궁중화공에게 궁녀들의 얼굴을 그려서 화첩으로 보관케 한다. 이때 대부분의 궁녀들은 화공에게 앞을 다투어 뇌물을 바쳤고, 화공은 받은 뇌물만큼 얼굴을 예쁘게 그려주었다. 그러나 빼어난 미모의 왕소군은 화공에게 뇌물을 바치지 않아 화공의 미움을 사서 가장 추하게 그려져 황제에게 바쳐지게 되었다.
늘 흉노의 침범을 당해오던 한나라는 그들을 달래기 위해 선우(추장) 호한야(呼韓邪)를 수도인 장안에 초청하여 상호 선물을 주고받는 자리에서 호한야는 한나라에서 궁녀한명을 주면 아내로 삼아 화친의 징표로 삼기로 하자고 했다.
이때 한나라 원제(元帝)는 흉노와의 화친이 절실했기에 궁녀 하나를 주기로 약속을 하였고, 궁녀들의 초상화집을 가져오게 해서 가장 못생기게 그려진 왕소군을 흉노 추장에게 보내주기로 결정했다. 선택된 왕소군이 황제에게 이별을 고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에 불려온 왕소군의 자태는 절세의 미인이요 그 태도가 곱고도 단아하였다.
뇌물을 받은 화공의 농간으로 실물과는 너무도 다르게 그려진 그림 한 장 때문에 적군의 첩으로 자신의 여인을 떠나보낸 황제는, 크게 노하여 소군을 추하게 그린 화공을 참형(斬刑)에 처하였다. 고향을 떠나서 낯선 오랑캐 땅으로 가게 된 왕소군은 착한 마음씨를 그대로 발휘하여, 아녀자들에게 베를 짜는 방법과 바느질 등 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지혜를 전해주며 백성들을 가르치는데 정성을 다하였다. 이때 왕소군이 지은 시가 우리가 흔히 말하고 있는 “호지무화초(胡地無花草)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오랑캐 땅에는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이다.
이런 왕소군이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기러기가 하늘을 날아가다 왕소군의 예쁜 모습에 넋을 잃어, 나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멍하니 바라보다가 모두 땅으로 떨어졌다 하여 "낙안(落雁)"이란 말이 만들어져 “왕소군낙안(王昭君落雁)”이라고 전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동탁의 시녀였다는 정사의 가록과는 조금 다르게『삼국지연의』에서는 이중적인 모습으로 등장하는 초선은 대의명분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충의지사이면서도, 남편의 앞길을 가로막는 여인이기도 했는데 여포와 정을 통한 왕윤의 양녀로 묘사되기도 했다. 이렇게 가공된 인물인 초선의 미색을 일컬어 “달이 부끄러워 구름 뒤로 숨었다”고 하여 “초선폐월(貂蟬閉月)”이라고 했다.
한편 양귀비는 당나라 현종의 총애를 받으면서 온갖 권력과 비화를 남긴 여인으로 가무(歌舞)에 뛰어나고, 총명하면서도 용모가 천하미인이었기에 신선의 경지에 시를 썼다는 이백(李白)과 백거이(白居易) 등이 그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기도 했다. 현종의 아들인 수왕의 부인이었던 양귀비는 시아버지와 흥청거리는 밀애 때문에 당나라 쇠퇴를 가져왔으며,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수양아들 안녹산과 놀아나다가 결국 자결하면서 생을 끝냈다고 한다. 그의 자태가 얼마나 빼어났으면 “꽃이 부끄러워 잎을 말아 올렸다”고 하여 “양귀비수화(楊貴妃羞花)”라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역사 속의 미녀의 상대자는 항상 미색에 취에 일을 그르치거나 나라가 망하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만큼 여색에 너무 빠지면 일을 그르친다는 교훈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은 과거의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세월이 천년이 넘었어도 여인과 권력층의 스캔들이나 불륜과 같은 사건들이 쉬지 않고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아이러니한 일이라 하겠다.
요즘도 지도층이나 권력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 성을 상납 받아 뇌물수수로 벌을 받거나 성을 로비의 수단으로 삼는 일이 발생하여, 사생활문제로 직위를 잃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니 모두가 자숙하고 공과 사를 분명히 하여 직위가 높은 만큼 도덕적으로도 존경받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분수와 염치를 아는 윤리를 되찾았으면 좋겠다.
이 희 용 철학박사, 경북중학교 운영위원장, 한국스카우트경기북부연맹 이사, 포천신문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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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년 08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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