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에 의하면 지난 7월 25일 포천문화원은 총 건립비 40억 3천만원을 들여 부지면적 2,459㎡, 건축연면적 1,686㎡, 지상 4층 규모로 새롭게 원사를 건립하여 개관식을 가졌다고 한다.
그동안 포천문화원은 1974년에 건립되어 협소하고 노후 된 건물에서 늘 이용의 불편을 느껴왔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 건립된 원사에는 1층에 역사전시 및 출토유물의 보존·관리 공간인 역사문화관으로, 2층과 3층에는 사무실, 강의실, 소회의실, 향토사연구실, 대강당 등 문화원 운영을 위한 시설을 배치하여 긴 기간 이어오던 불편을 해소하게 되었다.
문화원은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각 지역마다 독특한 문화를 발굴하고 전시하며, 현대에 맞게 적응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지방 독립법인이다. 하지만 우리지역에서는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자치단체장의 임기 내에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성급한 업적을 쌓는 사업이, 역사자료를 무시한 아전인수임을 알면서도 확실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점은 아쉬운 일이기도 하다.
지자체 편향된 문화행사는 문화원이 바로 잡아야
그렇지만 포천문화원은 그동안 급속한 산업화의 과정 속에서도 전통문화의 보존과 계승이라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했으며, 지역 주민의 애향심을 고취하고 자긍심을 일깨우는데 앞장 서 왔다. 그러나 현재 문화원은 겉으로 외형은 확대되었으나 전통적으로 문화원의 활동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학술적 사상의 발굴이나 보존활동이 중복 또는 축소 되어가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중요한 예로 전문적인 학술적 소양을 갖춘 연구가들이 없어,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일반적인 연구를 하는 연구가들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하여 재탕식 문화연구가 거듭되다보니 지역의 독특한 역사나 문화를 훼손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 문화원의 운영은 국고보조나 지방정부의 보조금으로 대부분의 사업비용을 충당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일정부분의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 교육사업이나 기타 부대사업을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이렇게 한정된 인력과 자금으로 전통적인 문화원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이와는 별도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것은, 문화원의 정체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실적위주의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어 와해된 지역 공동체 문화의 재생과 확대 재생산에 새로운 시각을 가진 신진 활동가들의 활동이 현실적으로 필요하게 되었다.
그리고 문화유산의 발굴과 보존, 연구 활동 등의 문화원의 고유 업무가 대학 박물관, 연구소, 문화예술단체 등의 업무와 중복되거나 충돌되고, 비전공 외부학자들을 줄을 대는 형식이 확대되어 문화원이 수행해야 할 영역을 개척하지 못해, 스스로 역량을 포기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시대의 변화와 주민의 욕구를 찾아내고 이를 현실에 반영하여 진정으로 문화를 선도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해야만 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이는 기존의 노령화된 회원의 역량을 보완하는 새로운 전문가의 영입이 절실함을 인지해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현재 전국적으로 지자체가 주관하고 있는 축제가 600개가 넘는데, 이런 축제들은 지역의 특성을 살리고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려는 데 그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의 특색을 살리고 지역주민의 자긍심을 고취하려는 큰 목표는 실종되고, 오히려 전시적이고 소비적인 행사로 전락해버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자체의 이러한 편향된 문화행사를 바로잡을 수 있는 유일한 단체가 문화원이다. 그런데 행사의 기획과 결과에 대한 비판과 반성이 문화원에서 시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자체가 제시한 근거미약의 ‘역사만들기’ 행사를 오히려 적극 도와주는 일을 하여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포기하는 일도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젊은 인재 영입, 활기찬 문화원으로 환골탈태 해야
물론 예산을 쥐고 권력을 휘두르는데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푸념을 늘어놓을 수도 있다지만, 지역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충분한 자료를 축적하고 있으며 토착민의 정서를 지니고 있는 문화원이 이를 좌시한다면, 어른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역에서 행해지는 독특한 문화활동을 진부한 치적으로 생각하거나, 예산의 집행과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문화원을 지자체의 산하기관쯤으로 여긴다면, 궁극적인 지역문화 창달은 이루어질 수가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적어도 문화 창달에 관련되는 정책이 수시로 바뀌거나 전시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집행되지 않게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문화원의 역할인 것이다.
이제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한 포천문화원은, 진정으로 지역주민들에게 사랑받고 지역의 문화를 창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자리 잡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문화원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이 현재의 위치와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비판할 수 있는 용기를 발휘해야만 시민의 확실한 정신적 보루로 남을 수 있는 것이다.
더 이상 퇴직공무원의 사랑방이니, 원로들이 여가를 즐기는 경로당이라는 비웃음을 받아서는 문화원의 권위도 지킬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젊은 인재를 널리 영입하여 신선하고 활기찬 문화원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 해야 한다. 진정한 선비는 어둠속에서도 옷깃을 여미었으니, 명예를 앞세워 권력을 쫓기보다는 대의를 위해 후세를 키우는 선비의 깊은 마음을 실천하는 소중한 문화원으로 자리 잡기를 충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