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회는 배움을 좋아하고 성품도 좋아, 공자의 마음에 든 제자 중의 하나였죠. 하루는 공자의 심부름으로 시장에 들렸습니다. 그런데 한 포목점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져 있어 무슨 일인가 해서 다가 가 알아보니, 가게주인과 손님이 시비가 붙은 것입니다.
포목을 사러온 손님이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3×8은 분명히 23인데, 당신이 왜 나한테 24전(錢)을 요구하느냐 말이야~!” 안회는 이 말을 듣자마자, 그 사람에게 먼저 정중히 인사를 한 후 말했습니다. “3×8은 분명히 24인데 어째서 23입니까? 당신이 잘못 계산을 한 것입니다.”
그러자 포목을 사러온 사람이 안회의 코를 가리키면서 “누가 너더러 나와서 따지라고 했냐? 도리를 평가 하려거든 공자님을 찾아야지. 옮고 틀림은 그 양반만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가 있다!” “좋습니다. 그럼 만약 공자께서 당신이 졌다고 하시면 어떻게 할 건가요?” “그러면, 내 목을 내 놓을 것이다. 그런데 너는?” “제가 틀리면 관(冠:예복을 입을 때 머리위에 쓰는 모자)을 내 놓겠습니다.”
두 사람이 내기를 걸고, 공자를 찾아갔죠. 공자는 일의 전말(顚末)을 다 듣고 나서, 안회에게 웃으면서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졌으니, 이 사람에게 관을 벗어 내어 주거라!” 안회는 순순히 관을 벗어 포목을 사러온 사람에게 주어 보냈습니다.
그 사람은 의기양양해 관을 받고 돌아갔죠. 공자의 판결에 대해 겉으로는 아무런 표현이 없었지만, 안회는 속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자기 스승이 이제 너무 늙었고 우매(愚昧)하니, 더 이상 배울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음 날, 안회는 집안일 핑계로, 공자에게 고향에 잠시 다녀오겠다는 말씀을 올렸습니다. 공자는 아무 얘기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허락하였죠. 떠나기 직전에 안회는 공자에게 작별인사를 하러 갔습니다. 공자는 일을 처리하고 즉시 돌아 올 것을 당부하면서, 안회에게 두 마디의 글을 써 주었습니다. <千年古樹莫存身 殺人不明勿動手>
안회는 작별인사를 한 후 고향집을 향해 달려갑니다. 그런데 도중에 갑자기 천둥소리와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를 만나, 비를 피하려고 급한 김에, 길옆 오래된 고목나무 밑으로 뛰어 들어 가려고 했습니다.
순간 스승의 첫 당부말씀인 “<千年古樹莫存身 : 천년 묵은 나무에 몸을 숨기지 말라>”는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그 찰나 번쩍하면서, 그 고목이 벼락에 맞아 산산 조각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안회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죠. 한참을 달려 고향집에 도착하였습니다. 이미 밤이 깊었습니다. 그는 집안으로 들어가 조용히 보검으로 아내가 자고 있는 내실의 문고리를 풀었습니다. 컴컴한 침실 안에서 손으로 천천히 더듬더듬 만져보았죠. 아니 침상 위에 두 사람이 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검을 뽑아 내리 치려는 순간, 스승님의 두 번째 당부말씀이 생각났습니다. <殺人不明勿動手 : 명확치 않고서는 함부로 살인 하지마라.> 얼른 촛불을 켜보니 침상 위의 한쪽은 아내이고, 또 한쪽은 자신의 누이동생이 자고 있었습니다. 안회는 다음 날, 날이 밝기 무섭게 되돌아가, 스승님께 무릎을 꿇었습니다.
“스승님의 당부 말씀 덕분에, 저와 제 아내와 누이동생의 목숨을 살렸습니다, 어떻게 사전에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는지요?”
“어제 날씨가 건조하고 무더워서 다분히 천둥번개가 칠 수가 있을 것이고, 너는 분개한 마음에 또한 보검을 차고 떠나기에, 그런 상황을 미리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나는 이미 다 알고 있었지. 네가 집에 돌아간다는 것은 그저 핑계였고, 내가 포목을 사러 온 사람에게 그런 평결을 내린 것에 대해, 너는 내가 너무 늙어서 사리 판단이 분명치 못하다고 여겨, 더 이상 배우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냐?” “한번 잘 생각해 보아라. 내가 3×8=23이 맞는다고 하면, 너는 지게 되어, 그저 관 하나만 내 준 것뿐이다. 하지만 만약에 내가 3×8=24가 맞는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목숨을 내 놓아야 하지 않겠는가?” “말해 보거라, 관이 더 중요하냐, 아니면 사람 목숨이 더 중요하냐?”
안회는 비로소 이치를 깨닫게 되어, 스승님께 엎드려 예를 올렸습니다.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스승님은 대의(大義)를 중요시하고, 보잘 것 없는 작은 시비(是非)를 무시하는 그 도량과 지혜에 탄복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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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년 07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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