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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깊은 사람들=이보용] 산골 할머니의 수표


이보용 기자 / leewalking@naver.com입력 : 2014년 06월 30일
↑↑ 이보용 서울 도봉문화원장 당선자, 포천신문 자문위원회 고문, 전 서울 창덕여고 교장
ⓒ (주)포천신문사
어느 등산가가 등산을 하다가 길을 잃었습니다. 해는 저물고 갑자기 눈보라까지 쳐서 이제 죽었다고 생각할 쯤, 멀리서 작은 불빛이 보였습니다. 작은 초가삼간 집이었습니다. 그는 거의 탈진 상태였습니다.

“계십니까? 계십니까?”
그때 어떤 할머니가 나왔습니다.
그는 무조건 들어가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얼마가 지났을까? 할머니는 자신을 간호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정신이 드오?”
“아 죄송합니다. 허락도 없이 이렇게 폐를 끼쳐서….”
“아니요, 더 머물다 가시오. 눈보라가 멈추려면 며칠은 더 있어야 한다오”

할머니는 가난했지만 겨울 양식을 꺼내어 함께 며칠을 보냈습니다. 등산가는 눈보라가 끝나기만을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할머니는 자신의 아들을 대하듯이 정성껏 보살펴주었습니다.
“나도 자네만한 아들이 있었다오. 지금은 이 세상에 없지만. 이놈의 산이 문제요. 이놈의 산이 변덕이라….”

등산가는 이 생명의 은인인 할머니에게 보답하기 위해 어떻게 해드릴까 생각했습니다.
할머니 집을 보니 온통 구멍이 나고 차가운 바람이 들어왔습니다.

‘할머니 집을 따뜻하게 살 수 있도록 새로 사드려야겠구나.’
그 등산가는 다름 아닌 거대기업의 사업가 회장이었습니다.
눈보라가 끝나는 날, 회장은 몰래 백지수표를 꺼내 거액의 금액을 적어 봉투에 넣었습니다. 그리고는 할머니에게 말했습니다.
“할머니, 이거 받으세요.”
“이게 뭐요?”
“이제 이거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는 회장은 미소를 지으며 떠났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 회장은 다시 그 산에 등산을 가게 되었습니다. 할머니가 과연 따뜻하게 지내고 계실까 궁금도 하고 해서 끔찍한 등산 경험이었지만 그 산으로 다시 떠났습니다.

그런데 그 할머니 집은 그대로 있는 것이었습니다. 뛰어 들어가자 방안에서 부패한 냄새가 진동을 하고 할머니는 홀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아마도 겨울 양식도 없고 작년에 너무 추워 동사한 듯 보였습니다.

“아니 이럴 수가? 내가 분명 그 큰돈을 드렸는데…”
그 때 자신이 준 수표는 문의 구멍 난 곳에 문풍지로 사용하고 계셨습니다. 아뿔사 그때서야 회장은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며, 할머니를 양지바른 곳에 묻어드렸습니다. 그리고 깨달았답니다.

‘가장 귀한 것이라도 깨닫지 못하면, 휴지 조각이 되는구나. 귀한 것이라도 깨닫지 못하거나, 깨닫지 못하게 하면 아무 의미가 없는 휴지 조각이구나. 어쩌면 내 주변에도 휴지 조각 같지만 귀한 것이 있을 수도 있고, 할머니가 주신 그 귀한 음식이 어쩌면 내겐 귀한 보석인데, 난 그것을 휴지로 드렸구나.’

여러분! 우리 주변에도 이렇게 귀한 수표같이 귀한 것들이 있지만, 깨닫지 못하여 문풍지로 사용하는 일이 있지는 않습니까?

이보용 / 서울 도봉문화원장 당선자, 포천신문 자문위원회 고문, 전 서울 창덕여고 교장
이보용 기자 / leewalking@naver.com입력 : 2014년 0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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